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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혼돈의 국제유가 어디로 | 하락 국면 지속…유류세 개편 고려할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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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향방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여러 국가가 유가 안정을 목표로 감산 합의 등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효과가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전망은 비관적이다. 석유 생산량을 줄인다고 해도 국제유가는 계속 하락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 중론이다.

최근 유가 하락은 수요·공급 양 측면 모두 영향을 받았다는 점에서 과거와는 다른 양상이다. 정준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팀장은 “과거 유가 하락 때처럼 원인이 수요나 공급 중 한쪽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복합돼 있다. 원유 가격이 회복되려면 감산 체제 회복은 물론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돼 수요가 살아나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가 회복 측면에서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는 세계 석유 수요가 2분기부터 정상화되고 OPEC 감산 체제가 복원되는 경우다. 반면 최악의 시나리오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글로벌 석유 수요가 회복되지 못하고 OPEC 감산 체제가 와해되는 데다 리비아 원유 생산까지 회복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전자보다는 후자의 가능성을 더 높게 점친다. 국제유가 하락 국면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얘기다. 근거는 다양하다. 익명을 요구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유럽과 미국 등으로 퍼진 코로나19 확산세가 쉽게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또 사우디 증산 물량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시점은 4월 이후라 시장이 다시 한 번 충격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매경이코노미

▶석유 제품 가격의 60%가 세금

유류세 내려 정유사 부담 줄여야

감산 합의가 이뤄져도 유가 안정에는 별 효과가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재 논의 중인 하루 1000만배럴 감산으로는 초과 공급을 해소할 수 없고 생산량을 줄인다고 해도 글로벌 수요 감소가 더 심각한 문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세계 각국의 이동 통제 조치로 올해 세계 원유 수요가 하루 2000만배럴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전 세계 수요 20%에 해당하는 양이다.

김희진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 원유 수요가 더 줄어들 것이다. GDP와 원유 소비는 높은 상관관계가 있어 GDP 성장률이 하락하면 원유 소비도 감소한다. 사우디와 러시아가 적극적인 증산에 나서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20달러 밑으로 떨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원유 재고 비용이 급증하는 상황도 유가 회복에 악재다. 안 팔리는 원유가 저장고에 계속 쌓이고 관리 비용 부담이 늘면서 오히려 돈을 주면서까지 소비자에게 원유를 가져가라는 형국이다.

국제유가 하락 국면이 지속되면 정유, 석유화학 등 국내 기업도 최악의 경영 환경을 맞을 수밖에 없다. 한시적인 유류세 인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 이유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현재 석유 제품 가격의 60%가량을 세금이 차지한다. 석유 수입 단계에서 붙는 관세나 석유 제품을 만들 때 부과되는 유류세 등 한시적인 세금 완화를 생각해봐야 한다. 정유사도 부담을 덜고 국민도 저렴한 가격에 소비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수송 연료에 대한 과중한 유류세 부과 체계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 최근처럼 국제유가가 급변할 경우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종량세 체계는 그대로 유지하되 유류세를 적절한 수준으로 인하하는 것을 고려해볼 만하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의 제언이다.

[나건웅 기자 wasabi@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54호 (2020.04.15~04.2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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