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조작부터 수업 변경까지 오롯이 부모 몫
“아이가 아니라 부모가 개학” 갑갑함에 한숨
교육부, 1주에 한 번 순회교육 방안 냈지만
“격일제 소규모 오프라인 수업” 요구 나와
9일 전국 중·고등학생 3학년이 온라인 개학을 하면서 지적장애 1급 이수민(가명·15)양과 어머니가 온라인 강의를 시청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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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민아, 엄마 좀 도와줄래? 이것 좀 해봐.”
박아무개(53)씨가 급히 10살짜리 딸을 찾았다. 전국의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3학년이 코로나19 사태로 초유의 ‘온라인 개학’을 맞은 9일, 박씨는 초조하게 ‘오전 9시’를 기다렸다. 중증 지적장애를 갖고 있는 첫째 딸 수민(가명·15)양을 ‘등교’시켜야 하는데, 접속량이 많아 누리집은 먹통이었다. 마음이 급한 박씨는 수민양의 휴대전화로 접속을 시도했다. 누리집에 겨우 접속해 메모해둔 내용을 보며 출석 확인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여러번의 도전 끝에 출석 확인 글에 댓글을 달았다. “출석했습니다.” 그제야 수민양의 손을 잡고 박씨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부터 순차적 온라인 개학이 시작된 가운데 서버 폭주 등으로 일반 학생들도 어려움을 겪었지만, 원격수업이 사실상 불가능한 장애 학생들은 이중고를 겪었다. <한겨레>는 이날 대화만으론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수민양을 찾아 그와 함께 원격수업을 지켜봤다.
어렵게 접속한 수업부터 실수 연발이었다. 박씨는 첫 교시가 체육 수업인 줄 알았지만 과학 수업이었다. 뒤늦게 과학 수업 영상에 접속하려 했지만 이용자가 많아 서버는 이미 마비돼 있었다. 컴퓨터와 또 다른 휴대전화를 동원해도 먹통이었다. 엄마가 원격수업에 접속하려 씨름을 하는 동안, 도울 힘이 없는 수민양은 침대에 앉아 음악을 듣고 있었다. “엄마인 저도 접속하기 이렇게 힘든데 할머니가 돌보는 경우엔 이걸 어떻게 하겠어요?” 박씨는 갑갑함을 토로했다.
영상이 나오자 박씨가 수민양을 책상 앞에 불러 앉혔다. 얼굴을 직접 보면서 말하는 게 아니라서 수민양이 받아들이긴 버거운 수업이었다. 5분 정도 집중하는 것처럼 보였던 수민양은 이내 흥미를 잃고 휴대전화로 게임을 하거나 동생에게 말을 걸었다. “아무리 좋은 영상을 틀어줘도 이렇게는 수업이 될 수 없어요. 장애 수준에 맞춰 수업을 제공해도 발달장애 아이에게 온라인 수업은 정말 불가능해요.” 박씨가 고개를 저었다.
교육부는 발달장애 학생을 위해 순회교육을 하거나 과제 등을 내게 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 또한 박씨에겐 부담일 뿐이다. 아직 개학하지 않은 동생 둘이 집에 있어 수업에 집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과제는 고스란히 박씨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장애학생을 돌보는 부모들의 입장은 대개 비슷하다. 지적장애와 지체장애를 동시에 가진 고3 학생을 돌보는 어머니 변아무개(42)씨도 이날 원격수업 뒤 “아이의 집중도가 낮아 옆에서 이야기를 해줘야 했다. 아이가 개학한 게 아니라 부모가 개학한 것”이라고 호소했다. 순회교육도 일주일에 한 번, 90분간 진행된다. 변씨는 “적은 인원으로 며칠이라도 오프라인 수업을 하는 게 최소한의 교육권을 보장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교육부의 특수교육 담당자는 “녹화 영상, 교수학습 자료 등 특수학급 학생들을 위한 특화된 자료들을 마련하고 교사들에게 홍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온라인 학습과 함께 인원을 나눠 오프라인 수업을 병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강재구 기자 j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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