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성당과 교회가 코로나19 사태로 부활미사와 예배, 달걀 나누기, 세족식 등 부활절 행사를 취소하거나 축소했다. 2019년 신자들로 북적이는 부활절 명동성당. [매경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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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계 최대 기념일인 부활대축일(12일) 행사가 코로나19 여파로 사상 유례 없이 조용하게 진행될 예정이다. 천주교는 서울대교구를 비롯한 전국 교구가 부활미사를 온라인 생중계로 대체하기로 했고, 여의도 순복음교회 등 대부분 대형교회도 행사를 취소했다. 부활 주간에 성대하게 열렸던 달걀 나누기, 세족식, 부활 행렬도 취소되거나 축소돼 예년 같은 축제 분위기는 사라졌다.
부활절에 성탄절 이상 의미를 부여하는 가톨릭은 현재 모든 미사를 무기한 중단한 상태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통상 장엄한 예식을 거행하는 부활대축일(12일)과 파스카성삼일(9~12일) 예식을 신자들이 참석하지 않는 가운데 열고 가톨릭평화방송 텔레비전과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하기로 했다. 이 같은 결정은 교황청 지침에 따른 것이다. 교황청은 부활축일 전례를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전 세계 교회의 문의가 빗발치자 지침을 전달했다.
지침은 '부활 날짜는 그대로 지키되, 올해만 예외를 허용해 참석자들이 밀접 접촉할 가능성이 있는 예식을 생략하고 신자들이 집에서 기도하도록 하라'는 내용이었다. 이에 따라 전 세계 가톨릭교회는 이미 성목요일(9일) 세족례(미사의 발씻김 예식)를 생략했고, 성체 행렬도 취소했다.
특수한 상황을 의식한 듯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8일 부활절 메시지를 통해 "미사 중단이 길어지면서 영적 고통이 커갔지만, 고통 안에는 축복도 숨겨져 있다고 생각한다"며 "신자와 사제가 서로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사랑과 존경으로 이어지면 신앙 공동체가 한층 성숙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신교계는 올해 부활절을 맞아 사상 최초로 계획했던 도심 퍼레이드를 취소했다. 당초 개신교계는 12일 오후 서울 새문안교회에서 연합예배를 드리고 광화문 일대에서 연인원 10만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이스터(부활절) 퍼레이드'를 벌인다는 계획이었다. 행사를 주도한 한국교회총연합은 같은 날 서울 종로구 새문안교회에서 올릴 계획이던 부활절 연합예배도 온라인 예배로 대체하기로 했다. 한교총 측은 "교단장을 비롯해 대표자만 참석한 채 치르고 예배 상황을 교계 방송사를 통해 생중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소망교회 등 대형교회들도 신자들이 참석하는 부활절 예배는 하지 않기로 했다. 김경진 소망교회 담임목사는 "부활주일만큼은 문을 열고 부활의 기쁨을 나누고 싶다"면서도 "하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모이기 어려울 것 같고, 모인 자리에서 감염이 일어난다면 이 사회뿐 아니라 주님께도 면목 없는 일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분당 지구촌교회, 판교 우리들교회 등 서울·수도권 중대형 교회 10여 곳은 부활절 예배를 2주 미루기로 했다.
부활절 달걀, 부활절 성물 등 관련 특수도 사라졌다. 가톨릭 성물판매소 관계자들은 "부활절을 앞두고 가톨릭 성물, 서적 수요가 예년의 절반도 안 된다"며 한숨을 쉬고 있다. 성물을 판매하는 바오로딸은 온·오프라인에서 달걀 모의 양초를 대신 팔고 있다.
김은영 천주교주교회 차장은 "전국 1750개 성당에 어마어마한 양의 달걀을 공급했던 축산농가들이 큰 타격을 받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신평식 한교총 사무총장도 "전국 6만개 교회에서 치르는 부활절 행사 규모가 예년에 비해 20분의 1 정도로 축소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허연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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