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번 주에 정유업계 지원방안을 발표한다. 정유사들의 쌓여가는 재고 보관 등을 지원하는 방안이 담길 예정이지만 대출 등 금융지원책은 이번 지원방안에서 빠졌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이번 주 중으로 저유가 상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정유업계를 지원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 공식 발표할 계획"이라며 "다만 이번 지원책에서는 금융지원 등 범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아닌 산업부 차원의 지원책만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7일 말했다.
울산 울주군 온산공단 내 에쓰오일 공장의 전경./주완중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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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의 정유업계 지원책에는 정유사들의 재고를 처리하는 방안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정유사들이 수요가 급격히 줄어든 휘발유와 항공유 등 재고를 저장할 수 있도록 한국석유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충남 서산시 저장탱크 등을 빌려주는 방안이다.
정유사들은 산유국들과의 계약때문에 원유를 계속 들여와야하는데 원유 수요 감소에 따라 재고를 비축할 공간이 부족한 상황이다. 정부는 이를 지원하기 위해 한국석유공사의 저장탱크를 제공한다.
또 정유사가 원유를 수입할 때 정부에 내야하는 석유수입부과금 납부기한을 연장해주는 방안 등도 포함됐다. 석유수입부과금은 각 정유사는 ℓ당 16원씩 내며 국내 정유 4사가(SK이노베이션·GS칼텍스·현대오일뱅크·에쓰오일) 지난해 정부에 납부한 석유수입부과금은 약 1조4000억원이다. 현재는 원유를 수입신고한 후 신고 수리일부터 2개월 이내에 석유수입부과금을 내야하지만 이 기한을 90일로 1개월 늘려준다. 산업부는 관련 고시를 지난 6일 개정했다.
산업부가 정유업계를 지원하기로 한 것은 산유국들의 갈등으로 국제유가가 폭락했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의 확산으로 글로벌 수요가 둔화되는 등의 영향에 따라 국내 정유사들의 손실도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제유가는 올해 초 배럴 당 60달러 전후였지만 현재는 20달러 대로 급락한 상태다. 2분기(4~6월)에는 배럴 당 20달러 밑으로 하락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20달러대로 주저앉은 것은 2002년 2월 이후 18년 만이다. OPEC+(석유수출국기구와 10개 주요 산유국 연대체)에서 오는 9일 감산 회의를 열 계획이지만 실제 감산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당분간 국제유가의 변동성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현재 하루 생산되는 석유 중 약 500만 배럴은 생산비용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며 업계 손실이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고 세계 각국 정유업계는 올해 설비 투자를 기존 계획보다 20~30%씩 감축하고 인력 구조조정에 돌입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현대오일뱅크가 제2공장 원유정제처리시설 및 중질유분해시설 가동을 오는 8일부터 다음 달 22일까지 중단하기로 했다. 제2공장은 하루 36만배럴의 석유제품을 생산하며, 현대오일뱅크 전체 매출액의 62.4%를 차지하는 곳이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석유제품 가격이 하락하고 이에 따라 정제마진(석유제품 가격에서 비용을 뺀 것)이 마이너스를 기록해 공장을 돌릴수록 손실이 쌓여가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앞서 SK이노베이션도 정유 공장 가동률을 100%에서 85%로 낮췄다.
세종=정해용 기자(jh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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