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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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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피해 무인도行…완판된 닌텐도스위치 게임 '동물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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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텐도 스위치가 지난 20일 발매한 '모여봐요 동물의 숲' 게임 속 장면. [사진 닌텐도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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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도에 이주한다. 집을 짓고 사과를 따고 전갱이를 낚시하고 나비를 잡고 바지락을 줍고 친구를 사귀고 침대를 사고…. 닌텐도가 콘솔 게임기인 '닌텐도 스위치'용 게임으로 지난 20일 전세계에 출시한 ‘모여봐요 동물의 숲’(이하 동물의 숲) 내용이다.

깨부수고 때리고 죽이는 자극적인 장면이나, 쉬지 않고 레벨을 올려야 살아남는 극한 경쟁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근래 보기 드문 심심한 게임이다. 그런데도 전세계에서 반응이 뜨겁다. 일본 최대 게임 매체인 패미통에 따르면 발매 이후 사흘간 일본에서만 188만장(실물 패키지 버전) 이상 팔렸다. 닌텐도 스위치용 게임 출시 첫 주 판매기록으론 역대 최고다. 실물없이 게임 소프트웨어만 다운로드할 수 있는 'e숍' 판매량은 제외한 수치다. 세계 최대 게임 시장인 미국에서도 아마존 비디오 게임 분야 4위에 올랐다. 북미 닌텐도 e숍에서도 1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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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게임시장인 미국에서도 '모여봐요 동물의 숲'은 다운로드 게임 1위에 올라있다. [사진 미국 닌텐도 온라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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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숲은 콘솔 게임 비중(3.7%, 2019 대한민국 게임백서)이 낮은 한국 시장에서도 인기몰이 중이다. 동물의 숲 게임을 테마로 디자인 된 콘솔 게임기를 묶어서 파는 ‘닌텐도 스위치 동물의 숲 에디션’은 정가 36만원이지만 출시 당일 이마트와 롯데마트에서 모두 팔렸다. 게임 소프트웨어만 판매하는 패키지 게임도 이마트에서 풀린 1만2000개 분량이 지난 27일 매진됐다. 각 중고거래 사이트에선 웃돈을 주고라도 구하고 싶다는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현재 모두 품절”이라며 “4월 초에나 신규 물량이 들어올 텐데 아직 정해진 건 없다”고 말했다.

닌텐도 동물의 숲의 히트 비결엔 전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2001년부터 나온 유명 지식재산권(IP) 게임의 최신작이기도 하지만, 출시 초반 흥행엔 ‘코로나 블루' 효과를 봤다는 것이다. 즉 코로나19로 사회활동이 위축되자 게임을 통해 우울감을 해소하려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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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텐도 스위치가 지난 20일 발매한 '모여봐요 동물의 숲' 게임 홍보 화면. [사진 닌텐도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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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기자도 게임을 구입해서 직접 해봤다. 무인도로 이주한 뒤 원하는 대로 섬을 가꾸는 게 주된 스토리다. 특이하게도 게임 속 시간과 현실의 시간은 연동된다. 저녁 6시에 게임을 하면 게임 속 세상도 어둑어둑해지는 저녁 6시다. 아무것도 강요하지 않는 높은 자유도가 특징. 섬에 널려있는 과일을 따고 잡초를 제거하고 낚시를 하는 모든 과정에 그 누구도 개입하지 않는다. 삽, 도끼, 잠자리채 등 생존 도구를 얻으려면 노동을 통해 도구를 직접 만들어야 한다. 집을 지으려면 대출을 받아야 한다. 딱히 어렵지는 않다. 한두 시간의 노동이면 충분하다. 원한다면 친구를 초대하거나 놀러 갈 수도 있다. 하지만 하기 싫으면 의자에 앉아 그저 변하는 게임 속 풍경을 바라보기만 해도 된다.

윤호영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 미디어학부 교수는 “현실에서 하기 어려운 일을 가상으로 쉽게 성취하는 과정에서 위안, 또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고 교류하는 과정에서의 위안 등 두 가지를 모두 충족시키는 콘텐트”라며 “기존 시리즈도 인기 게임이었지만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에 지친 사람이 증가하는 상황과 맞아 떨어지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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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텐도 스위치가 지난 20일 발매한 '모여봐요 동물의 숲' 게임 속 장면. [사진 닌텐도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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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게임을 찾는 이용자는 급증하는 추세다. 시장조사업체 앱애니에 따르면 국내 지난 2월 마지막 주 평균 게임 다운로드 수는 전년 대비 35% 늘었다. 지난 한 달 간 중국의 게임 다운로드 건수는 전년 평균 대비 80% 증가했다. IT 칼럼니스트 피터 서더먼은 지난 23일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비디오 게임을 하기에 완벽한 시간’이라는 칼럼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고립감이 길어질수록 더더욱 자유분방함과 현실도피가 필요하다”며 “비디오게임은 몸과 마음을 완화해주는 치료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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