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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금)

ASML 실적, 예상치 절반…해외발 반도체 쇼크, 코스피도 내려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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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인 노광 장비를 사실상 독점 생산하는 네덜란드 ASML의 3분기 실적 자료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초 예상을 훨씬 밑도는 부진한 수주와 매출 전망에 전 세계 반도체 주가가 일제히 하락세로 돌아섰다. 주요 반도체 기업이 모두 ASML의 장비를 사용하기 때문에 이 회사의 실적 전망은 향후 반도체 업황을 가늠할 수 있는 리트머스지 역할을 한다.

16일(현지시간)에 3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던 ASML은 전날인 15일 자사 웹사이트에 3분기 실적 보고서를 게시했다. 이후 급히 보고서를 삭제했지만 이미 내용이 대부분 시장에 확산된 뒤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ASML의 3분기 장비 수주액은 26억 유로(약 3조8600억원)로 블룸버그 등 시장예상치 53억9000만 유로(약 8조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내년 매출 전망 역시 기존 전망치를 크게 밑돌았다.

해당 보고서가 유출된 직후 ASML의 주가는 유럽 증시에서 16.26% 폭락했다. ASML은 “기술적 오류가 있었다”면서 실적 조기 발표 사실을 인정했다. 이날 미국 증시는 물론, 16일 개장한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ASML의 ‘실적 쇼크’ 여파로 반도체 주가는 대부분 하락세를 보였다.

ASML은 3분기 반도체 장비 주문이 시장 전망을 밑돈 것은 물론 내년 전망 역시 어두울 것으로 판단했다. 크리스토프 포케 ASML 최고경영자(CEO)는 “인공지능(AI) 분야에서 강력한 발전과 상승 잠재력이 계속되고 있지만 (소비자 등) 다른 시장은 아직 회복이 더딘 것으로 보인다”면서 “메모리 반도체에서는 고대역폭메모리(HBM)에 초점을 맞추느라 용량 추가가 제한적”이라 말했다.



‘업황 가늠자’ ASML 쇼크, 전세계 반도체주 줄급락



AI 반도체 붐을 타고 엔비디아·TSMC·SK하이닉스가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 치우고 있지만 스마트폰·PC 등 기존 시장의 침체는 여전하다. 미국의 대중(對中) 수출 통제 조치가 이어지면서 중국 시장에 반도체 장비를 팔았던 ASML이 타격을 피하지 못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은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ASML 장비의 수출 제한을 이어가면서 중국의 AI 반도체 개발을 통제한다는 계획이다.

무엇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ASML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던 인텔과 삼성전자가 최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에 대한 속도 조절에 나서면서 관련 장비 투자를 급격히 줄인 것이 ‘실적 쇼크’에 결정적이었을 것으로 본다. ASML는 이날 “특정 고객사가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언급했다.

ASML 실적 여파로 국내 증시도 하락 마감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6만 전자’로 올라선 지 사흘째 다시 ‘5만 전자’로 주저앉았고 SK하이닉스도 덩달아 하락했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0.88% 내린 2610.36에 장을 마쳤다. 개인은 6549억원어치 순매수에 나섰으나,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345억원, 6661억원 어치를 팔아치웠다. 외국인의 매도세는 반도체 등 전기·전자 업종(4296억원 순매도)에서 두드러졌다.

이날 삼성전자는 2.46% 내린 5만9500원을 기록했고, SK하이닉스도 2.18%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반도체 관련주의 향방은 TSMC(17일)와 엔비디아(11월14일)의 실적 발표 결과에 따라 갈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희권·김도년 기자 lee.hee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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