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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금)

신한캐피탈, 1위 ‘효자’서 그룹 ‘골칫덩이’로… 부실채권 1480억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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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서울 중구 청계천로 신한캐피탈 본사.



캐피탈업계에서 순이익 선두를 달렸던 신한캐피탈이 그룹의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수익을 늘리기 위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에 집중한 결과 올해 들어 부실채권이 급증하고 건전성이 눈에 띄게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신한캐피탈은 올해 들어 총 18건의 부실채권이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부실채권 합산액은 약 1483억원으로 최근 공시된 자기자본 대비 6.5%에 이른다. 신한캐피탈은 지난 2월부터 8월까지 7개월 연속으로 부실채권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건전성 지표도 악화되고 있다. 신한캐피탈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지난해 말 1.7%에서 올해 6월 말 6.1%로 크게 상승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총여신에서 고정 등급 이하의 부실 여신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이 수치의 상승은 부실채권 증가로 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같은 기간 요주의이하여신비율은 12.2%에서 15.4%로, 연체율은 0.8%에서 2.2%로 각각 올랐다.

신한캐피탈의 건전성이 최근 빠르게 악화된 이유는 경쟁사에 비해 부동산 PF의 사업 비중이 높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본PF 대출보다 브릿지론(토지매입 단계 PF) 대출의 규모가 크다는 점이 신한캐피탈의 위험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신한캐피탈의 부동산 금융 자산은 2조5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본PF는 1조2000억원, 브릿지론은 1조3000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브릿지론은 신용도가 낮거나 자금이 부족한 시행사들이 토지 매입 등을 위해 주로 2금융권에서 고금리로 빌리는 돈을 뜻한다. 이후 시공사를 선정하면 1금융권에서 토지를 담보로 본PF 자금을 빌려 브릿지론을 상환한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부동산 경기 침체로 본PF로 넘어가지 못하는 시행사들이 늘면서 브릿지론의 부실 위험이 커진 상황이다.

한신평은 “신한캐피탈의 부동산 금융 자산에서 수도권과 주거용의 비중은 각각 71%, 46%로 양호한 수준이지만, 브릿지론과 본PF에서 중·후순위 비중이 큰 점은 부담 요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부실채권이 급증하고 건전성이 악화되면서, 최근 신한캐피탈의 신용등급도 하향 조정되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15일 신한캐피탈의 장기 외화표시 신용등급을 A3로 유지했지만, 등급 전망은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국내 신평사인 나이스신용평가도 최근 신한캐피탈과 메리츠캐피탈 등 5곳의 캐피탈사를 중점 관찰 대상으로 꼽기도 했다.

조선비즈

캐피탈업계 실적 선두를 달렸던 신한캐피탈은 최근 부동산 PF 부실로 건전성 지표와 실적이 뒷걸음질을 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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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캐피탈은 지난 2021년 정운진 대표가 취임한 이후 수익성 강화에 주력하면서 지난해까지 고속 성장을 이어가며 업계 선두로 올라섰다. 정 대표가 지휘봉을 잡은 후 이듬해인 2022년 순이익이 3000억원을 넘어섰다. 여러 캐피탈사의 실적이 뒷걸음질했던 지난해에도 전년 대비 증가한 3040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그러나 올해 들어선 고금리에 따른 이자 부담과 부동산 PF 부실에 대응하기 위한 충당금 적립 등이 늘면서, 성장세도 꺾인 상황이다. 올해 상반기 신한캐피탈의 당기순이익은 108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 급감했다.

그동안 전체 실적에서 효자 노릇을 해 왔던 신한캐피탈의 실적과 건전성이 악화되면서, 신한금융그룹의 부담도 커지게 됐다. 신한금융은 최근 계열사인 신한투자증권이 1300억원에 이르는 상장지수펀드(ETF) 운용 손실을 입으면서 타격을 받았다. 카드업계 1위인 신한카드도 최근 중소형 캐피탈사인 CNH캐피탈에 대여한 자금과 관련해 200억원의 부실채권이 발생했다. 다만 이후 회수가 진행되면서 현재 연체액은 70억원대로 감소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기준금리가 인하되면서 이자 부담은 다소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지만,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지속되고 있어 신한캐피탈의 실적과 건전성이 단기간에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진상훈 기자(caesar8199@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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