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주말]
비혼주의자의 대모 김애순 씨의 단골
사회 경험 풍부한 김씨가 유일하게 꺼리는 게 '혼자 밥 먹기'. "옛날에는 식당에서 혼자 밥 먹으면 집 나온 여자 취급을 했었거든요. 밖에서 혼자 밥을 먹지 않으려고 하다 보니 지금도 그건 잘 못하겠어요."
일주일에 한두 번씩 친구나 지인과 맛있는 것을 먹으러 다닌다. 그는 "어릴 땐 생선을 잘 못 먹었는데, 이제는 가리는 것 없이 다 잘 먹는다"며 "전라도 출신이라 그런지 너무 싱거운 것보다는 매콤하거나 간간한 음식을 좋아한다"고 했다.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김씨에게 친구들과 자주 다니는 식당 네 군데를 추천받았다. 김씨는 비혼 생활에서 건강, 친구, 돈을 순서대로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싱글들을 위한 '맛집 탐방'의 전제조건이기도 하다.
전주웰빙새알팥죽
"어릴 적 어머니가 동짓날이면 팥죽을 끓여 이웃에도 나눠주고 액운을 막는다고 여기저기 뿌리기도 했어요. 그 팥죽이 얼마나 맛있던지, 자다 깨면 그 생각부터 났지요. 한밤중에 부엌에 가서 팥죽에 동치미를 곁들여 먹으면, 아유…."
김씨는 혼자 살면서 어머니의 팥죽을 흉내 내 만들어도 보고, 팥죽을 잘한다고 소문난 곳을 찾아다니기도 했지만 '어머니의 팥죽 맛'을 다시 맛볼 순 없었다. 전라도 출신인 그는 '전주웰빙새알팥죽'이란 상호에 이끌려 모종의 기대감을 갖고 2년 전 이곳을 찾았다. 그는 "먹어본 팥죽 중 어머니의 것과 가장 비슷한 맛을 낸다"며 "팥죽을 인원수대로 시키면 서비스로 내주는 보리비빔밥도 별미"라고 했다. "보리비빔밥은 팥죽을 위한 전주곡 같은 거예요. 이 집에서 직접 키운 싱싱한 야채를 넣어서 그런지 아삭아삭한 게 얼마나 맛있는지. 보리비빔밥 한 그릇 다 비우면 팥죽은 반 그릇밖에 못 먹죠."
남은 팥죽은 포장해준다.
새알팥죽(보리비빔밥 포함) 7000원, 팥칼국수(보리비빔밥) 6000원, 보리비빔밥 5000원. 경기 파주시 문산읍 문향로17번길 21.
경기도 고양시 ‘전민규의황제누룽지’의 해물누룽지탕(사진 앞), 찹쌀탕수육 .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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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규의황제누룽지탕
바다에서 나는 재료보다 밭에서 나는 재료를 잘 먹는 김씨는 친구의 손에 이끌려 이 집을 찾았다. 그는 "누룽지에 올라간 해산물이 푸짐했다. '이걸 어떻게 다 먹어?'라고 걱정했는데, 결국 한 그릇을 다 비웠다. 배가 불러서 식당 문턱을 기어나오다시피 했다"고 했다. 해물누룽지탕뿐만 아니라 찹쌀 탕수육도 인기가 많다. 한약재를 넣어 소스를 만든다.
해물누룽지탕 1만4000원, 찹쌀탕수육 1만9000원.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애니골길 6.
주막보리밥
"보리밥도 맛있지만, 이 집에 가서는 시래기털레기랑 코다리찜을 먹어야 해요. 털레기라는 이름이 참 재밌지 않아요?"
'털레기'는 경기 북부에서 즐겨 먹은 수제비다. '다 털어 넣어 먹는다'고 해서 털레기란다. 얼갈이와 시래기 덕분에 국물맛이 시원한데, 여기에 듬뿍 들어간 보리새우가 감칠맛도 낸다.
시레기털레기(2인 기준) 1만6000원, 코다리찜 1만4000원, 옛날보리밥 9000원. 경기 고양시 덕양구 용두로47번길 133.
미덕원
"나이가 많은 사람한테는 소고기, 돼지고기보다 오리고기가 더 좋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여름 즈음에 찾아갑니다. 진흙에 구워져 나온 오리 한 마리를 가르면 건강해진 느낌이 들어요."
전복이나 능이를 넣은 오리 백숙으로도 유명한 집이지만 그래도 하나를 꼽으라면 한방오리진흙구이다. 한 마리를 통째로 구운 오리 안에 쫀득한 찹쌀밥과 한약재, 견과류가 들어 있다. 방문 세 시간 전 예약해야 하는 메뉴다.
한방오리진흙구이 5만7000원, 능이버섯오리백숙 6만9000원.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애니골길43번길 17-1.
[정리=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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