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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에 현직 판사들도 화났다 "아동성범죄 형량 재검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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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n번방 성 착취 강력처벌 촉구 시위 운영진들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n번방 사건 관련자 강력처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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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청소년 성착취 범죄인 '텔레그램 n번방 사건'에 대해 현직 판사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25일 13명의 판사는 자신의 실명과 함께 법원 내부통신망인 코트넷에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의 전면적 재검토 요청'이란 제목의 성명을 올렸다.



현직 판사들 "범죄의 심각성 반영 못 했다"



이 성명에서 판사들은 아동·청소년 여성을 대상으로 한 텔레그램 n번방과 다크웹 성범죄 등에 대해 "다른 디지털 성범죄와 본질적으로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며 양형기준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를 요청했다.

특히 판사들은 "지금까지 유사범죄에 대한 법원의 처벌은 그 심각성을 반영하지 못했고, 재범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며 법원에 대한 비판도 주저하지 않았다. 성명에 동참한 한 현직 판사는 최근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아동 성범죄 설문조사를 언급하며 "문제제기가 없을 경우 (법원의 양형기준이) 개선되지 않을 것이 우려됐다"는 참여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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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인 조주빈(25)씨의 모습. 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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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대법원 양형위원회 설문조사



성명을 발표한 판사들이 언급한 대법원 양형위원회 설문조사는 지난 4~13일 1심 판사들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양형위원회는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11조에 대한 양형을 물으며 14세 여아에게 카메라 앞에서 자위행위를 하게 하고 이 장면을 녹화한 피고인을 그 사례로 제시했다.

문제는 설문조사의 형량 보기가 2년 6개~9년 이상으로 아동음란물 제작 범죄의 법정형(5년 이상~무기징역)보다 낮았다는 것. 양형위원회는 아동 음란물을 영리 목적으로 판매한 사례의 경우도 최소형을 4월 이하, 최고형을 3년 이상으로 제시했다. 이 역시 법정형은 10년 이하로 설문조사 보기와 상당한 차이가 난다.

25일 성명에 참여한 판사들은 해당 설문조사에 대해 ▶보기로 제시된 양형이 지나치게 낮고▶디지털 성범죄의 특성상 제작·판매·배포·소지의 죄질 차이가 크지 않음에도 이런 점이 반영되지 않았으며 ▶특별감경인자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양형위원회는 설문조사에서 형량 감경인자로 '피해자의 처벌 불원''의사능력 있는 피해 아동·청소년의 승낙' 등을 제시했다. 성명을 낸 판사들은 "(아동) 성착취에 있어 승낙이나 계약이 가능하다고 보는 것은 노예제에서나 용인될 법한 시각"이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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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 양형위원장이 지난 2월 17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제100차 양형위원회 회의를 시작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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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의 아동 성범죄 솜방망이 처벌



현직 판사들이 텔레그램 n번방 사건 이후 이런 성명을 낸 것은, 법원이 아동·청소년 성범죄 사건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을 해온 관행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4월 발표한 '2017년도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발생추세와 동향분석 결과'를 보면, 아동 음란물을 제작한 성범죄자의 최종 징역 평균 형량은 3년 2개월에 불과했다. 실제 피고인 중에 실형을 받고 감옥에 간 경우는 전체의 5분의 1인 20.8%에 불과했다.

피고인의 범죄 전력이 없거나, 범행을 시인하는 경우는 모두 감형사유가 됐다. 그렇게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받은 경우는 각각 39%로 총 78%에 달했다. 성범죄 사건을 전담했던 한 현직 부장판사는 "아동 성범죄 재판에 있어 판사들의 인식이 국민의 법감정보다 다소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며 "양형기준에 대한 재검토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 말했다.

성명을 낸 판사들도 "양형위원회가 아동 성범죄 양형기준 마련을 위한 설문 조사를 다시 하고 법관뿐 아니라 국민과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는 공청회 절차를 거쳐달라"고 요구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내달 회의를 열고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양형기준과 설문조사 재실시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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