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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텔레그램 n번방 사건

여전히 떨고 있는 n번방 피해자…“수많은 박사 제대로 처벌받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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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고통 속에서 사는데…박사 자해했단 소식에 더 분노”

경찰 신변보호에도 두려움 여전

SNS·전화 등 ‘세상과 차단’ 택해

무너진 일상, 복구까진 까마득

개별 사건과 달리 ‘회원만 수만명’

유포자 추적·피해 법률 지원 등 정부 차원 전담지원단 설립 시급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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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들은 정말 힘들게 살고 있어요. 여성과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잖아요. ‘박사’에게 속지 말고 제대로 처벌해줬으면 좋겠어요.”

지난해 11월 <한겨레>에 ‘텔레그램 비밀대화방’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털어놓은 피해자 이은혜(가명)씨는 22일 이렇게 말했다. 그는 아르바이트를 구하다 텔레그램 ‘엔(n)번방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박사’ 일당에게 개인정보가 유출된 뒤 텔레그램 비밀방에서 갖은 협박과 성착취에 시달렸다.

사건 이후 그는 텔레그램과 트위터를 포함한 에스엔에스를 탈퇴하고 전화번호도 바꿨다. 신고 뒤 한달간 경찰의 신변보호도 받았지만 두려움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외부와 단절된 탓에 인터넷에서 엔번방 사건 가해자 처벌을 촉구하고 피해자들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알기 어려웠다. 우울증으로 약도 먹어야 했다. 은혜씨는 “박사가 (경찰에 붙잡힌 뒤) 자해했단 소식을 듣고 솔직히 죽어버렸으면 했을 정도다. 그들이 잡혔어도 어떻게 될지 모르니 더 무서운 마음도 든다”며 강력한 처벌을 당부했다.

박사 조아무개씨가 앞서 19일 구속됐어도 은혜씨를 비롯한 피해자들은 무너진 일상을 복구하지 못하고 있다. <한겨레>와 당시 인터뷰했던 또다른 피해자 최지수(가명)씨는 휴대전화마저 수신정지해둔 상태다. 극악한 범죄에 세상이 함께 분노해도 수십명으로 추정되는 엔번방의 피해자들은 스스로 피해 규모도 짐작하지 못한 채 숨어서 고통받고 있다. 폐쇄된 공간에서 조직적으로 일어난 범죄인 만큼 피해자들이 직접 용기를 낼 수 있도록 정부가 전담 지원단을 꾸리는 등의 방식으로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불법촬영 등 디지털성범죄의 피해자들은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산하 디지털성범죄 피해자지원센터에서 △피해영상 삭제 지원과 모니터링 △의료상담 연계 △수사·법률상담 연계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지원센터 관계자는 “피해 영상이 텔레그램이라는 폐쇄형 에스엔에스에서 최초 유포됐지만 불법공유 사이트 등에 재유포될 경우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수 있어 초기 지원이 무척 중요하다. 피해 발생 여부를 몰라서 주저하고 있다면 본인이 영상을 가진 경우 시스템으로 돌려보고 삭제를 지원할 수 있으니 빠르게 도움을 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피해자의 고소 사건이 아닌데다 박사와 주요 가담자 말고도 회원이 수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이번 사건의 특수성 때문에 그동안 발생한 개별 사건 지원과는 다른 접근방식이 요구된다. 엔번방 사건 피해자를 법률지원하고 있는 한 변호사는 “일반 사건은 누가 내 영상을 찍고 유포했는지 특정해서 신고하기 때문에 사건 관리가 되고 모니터링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은 경찰이 피의자들을 인지수사 방식으로 입건하고 있어 관련자들이 너무 작은 처벌을 받더라도 결과를 추적하기조차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들이 동영상 유포자가 누군지 확인하지 못하면 그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도 전혀 할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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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한시적 전담조직의 필요성도 거론된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성착취대응팀의 신고운 변호사는 “유포자가 몇천명일 텐데 개인이 일일이 신고하고 고발하기 어려운 상황이므로 대책이 필요하다. 경찰이 티에프(TF)를 만들어 영상 유포를 실시간 방지하고 유포자를 즉각 잡아내는 등 기동력이 필요한 문제다”라고 짚었다. 김재련 변호사도 “여성가족부가 경찰청과 협의해 해마다 3억원 이상 법률구조 지원을 하는데 이 사건 피해자들이 무료 법률구조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법률지원단 등을 꾸리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연서 권지담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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