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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은행, 판매할 상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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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사태로 세계 금융시장 불안 여파 수신상품 금리 0%대 진입-대출시장은 코로나정책 집중 금융투자상품·방카슈랑스도 난감 [비즈니스워치] 이경남 기자 lkn@bizwatch.co.kr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세계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은행들이 판매할 '상품'이 없다는 하소연이 나오고 있다.

국내외 기준금리 인하로 수신상품 금리로 떨어지고 대출시장은 코로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에 집중하고 있다. 세계금융시장 불안으로 해외투자상품 등 금융투자상품과 보험상품 판매도 어려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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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신상품 금리 0%대 진입

지난 16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임시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종전 1.25%에서 0.75%로 내리는 특단의 조치를 내리면서 우리나라도 '제로 금리' 시대에 돌입했다.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자 은행들 역시 예금과 적금 등 수신상품 금리인하에 나서고 있다.

KB국민은행은 기준금리 인하 후 '국민수퍼정기예금' 금리를 구간별로 0.1%포인트 낮췄다. 이에 해당 상품 가입자가 기대할 수 있는 최저금리는 0.95%로 0%대 예금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은행들은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낮추더라도 은행들은 대고객서비스 차원에서 수신금리 인하를 자제해왔다.

지난해 10월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인하한 이후 같은해 12월 농협은행이 전체 수신상품의 금리를 0.20~0.30%포인트 내렸고 이달 2일 하나은행이 18개 수신상품의 금리를 0.25~0.30%포인트 인하한 정도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도 일부 상품의 금리를 내리기는 했지만, 해당 상품들은 만기가 짧은 상품으로 수신상품의 기준인 CD금리가 낮아진 영향이 컸다.

하지만 금통위가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비교적 큰 폭인 0.5%포인트 인하하고 향후 추가 인하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KB국민은행마저 전체 수신상품 금리를 인하하면서 다른 은행들 역시 수신상품 금리를 최저 0.9% 수준까지 내릴 것이란 관축이 나온다.

은행 관계자는 "수신상품의 금리는 기준금리에 따라 결정되는데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내려간 상황에서 수신상품의 금리를 인하하지 않고 버틸 수는 없다"며 "연쇄적인 수신상품 금리 인하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종전에도 예금과 적금 금리가 너무 낮다는 여론이 형성돼 있었는데, 기준금리 인하로 이러한 여론이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며 "예‧적금이 종전보다 매력이 떨어지는 만큼 가입자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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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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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사태부터 막아라"..혼란스런 대출시장

기준금리 인하로 대출금리 역시 낮아진다.

대출금리는 통상 ‘코픽스’에 따라 결정되는데 이 코픽스는 각 은행의 정기예금, 적금, 상호부금, 주택부금 등의 금리를 바탕으로 산정한다. 즉 수신상품의 금리가 내려가면 코픽스 역시 하락하게 된다는 의미다.

실제 신규취급액기준 코픽스는 지난 1월 1.60%에서 2월 1.54%, 3월 1.43%로 11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대출금리는 낮아지고 있지만 현재 대출시장은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은행 입장에서 기대수익과 규모가 큰 주택담보대출은 정부의 고강도 규제로 증가세가 꺾였다.

신한‧KB국민‧우리‧하나‧농협은행의 지난 2월말 기준 주택담보대출은 전월 대비 9600억원 증가해 1조원을 하회했다. 주담대 증가량이 1조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18년 1월 이후 2년만이다.

개인신용대출과 중소기업대출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불안한 상황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경기침체가 장기화 되고 있는 만큼 부실 발생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은행 관계자는 "신용대출과 중소기업대출 등은 소폭 증가했다"며 "중소기업, 자영업자 대출 등은 정부에서 보증기관을 통해 보증을 하거나 담보대출로 진행되고는 있어 어느 정도 리스크 방어가 되지만, 개인신용대출은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금융당국은 코로나19로 피해를 보고 있는 곳에 대한 지원을 강조하고 있고 은행 역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코로나19로 인한 불을 끄는 것이 장기적으로 좋겠지만, 은행 상품판매만 봤을때는 마진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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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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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투자상품·방카슈랑스 판매도 난감

이처럼 수신과 대출시장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수수료 수익을 내는 상품판매도 여건이 나빠지고 있다.

은행들은 각종 펀드, 방카슈랑스(보험) 등을 통한 판매수수료, 외환 관련 수수료 등을 통해 비이자 이익을 내고 있다.

하지만 DLF와 라임펀드 부실사태에 이어 코로나19로 세계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며 수익률 하락으로 상품판매가 어려워지고 있다.

23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5.34%빠진 1482.46으로 마감하며 1500선이 무너졌다. 달러/원 환율 역시 전 거래일보다 23원 오른 1268원으로 마감했다.

국내 증시뿐 아니라 미국 등 세계 주요 증시가 흔들리면서 해외투자펀드 손실도 커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펀드 등은 7~30%가량 손실로 접어들었다.

보험상품 판매도 마찬가지다. 금리인하와 금융시장 불안으로 변액보험 가입자가 투자한 적립금이 원금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은행 입장에서는 종전처럼 은행 고객에게 보험 판매를 권유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얘기다.

은행 관계자는 "금융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투자 회피 심리가 나타나며 펀드 등의 가입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로인해 1분기 비이자이익 증가세는 주춤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투자상품 가입을 원하는 고객에게는 최대한 구체적인 상황을 설명하고 포트폴리오 등을 재구성해 수익률을 보전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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