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지는 친구, 힘의 공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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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일가스 업체 살려라”
사우디와 러시아가 코로나19, 나아가 미국 셰일가스 업계라는 변수에 적응하는 한편 시장 주도권을 두고 ‘격렬한 판 흔들기’에 돌입한 가운데 사우디와 미국의 관계에도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 국제유가 하락은 상당한 타격이다. 국제유가 하락에 따라 각 산업군이 받는 영향은 다르지만, 미국 경제의 척추로 여겨지는 셰일가스 업계가 저유가의 직격탄을 맞는 부분은 우려스럽다. 이는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코로나19 이상의 공포로 다가온다. 당장 막대한 빚을 낸 셰일업계가 저유가로 도산 위기에 몰리면 여기에 대출을 해준 금융회사들마저 큰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의 증산 결정이 나옴과 동시에 사우디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에게 전화를 걸어 사태 진작에 나설 것을 요청한 이유다.
두 사람의 대화가 어떻게 진행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뉴욕타임즈는 정부 관리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사우디의 증산을 멈춰달라고 요청했으나, 사우디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셈이다. 원유 패권국 지위를 지키려는 사우디의 의지도 강했지만, 최근 삐걱거리고 있는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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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미군은 지난해 시리아 내전에서 발을 뺐으며, 이 과정에서 사우디와 사이가 다소 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시리아 내전에서 미국과 사우디가 수니파를 지원하며 시아파를 지원하는 이란과 대립각을 세웠으나, 지난해 미군이 시리아 철수를 일방적으로 선언하며 두 나라의 이상기류가 증폭됐다는 말이 나온다. 특히 시리아 내전에서 미국과 사우디가 수니파를 지원하며 시아파를 지원하는 이란과 대립각을 세웠으나, 지난해 미군이 시리아 철수를 일방적으로 선언하며 두 나라의 이상기류가 증폭됐다는 분석이다.
도리어 아람코는 리야드 주식시장 공시를 통해 4월 1일부터 하루 생산량을 970만 배럴에서 1300만 배럴로 늘리겠다고 밝히는 등 미국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푸틴 대통령의 종신집권을 노리는 러시아와의 한판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큰 틀에서 보면 트럼프 대통령 집권 후 강해진 ‘아메리카 퍼스트’ 기조에 따라 세계경찰지위를 포기한 미국이 그 대가를 치르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중 무역전쟁 당시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화웨이에 대한 강력한 압박에 나섰으나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고, 최근 영국과 독일 등 중요 유럽 동맹국들은 미국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보란 듯이 화웨이 5G 통신장비를 채택하는 등 세계에서 미국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지는 중이다.
실제로 안나 베키우스(Anna Beckius) 스웨덴 우편통신청(PTS) 주파수 분석 부문장은 “스웨덴의 5G 통신망 구축에 소위 말하는 ‘화웨이 배제’는 없을 것이다”며 “경매에 참여하고자 하는 기업은 누구든 당국의 검토를 우선적으로 거치게 될 뿐이다”고 밝혔다. 또 칼레프 칼로(Kalev Kallo) 에스토니아-중국 의회장도 “화웨이 “화웨이를 배제해서는 안 된다”며 “(보안과 관련된) 위험을 지적해 온 이들 중 그 누구도 기술적인 변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 연장선에서 사우디와의 공조도 삐걱인다는 말이 나온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와도 친밀한 관계지만, 미군의 시리아 철군 당시부터 미국과는 다른 길을 걷는 분위기가 연출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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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꺼낸 두 개의 카드
미국은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있다. 일단 사우디의 감산을 끌어내며 저유가 기조를 막아내고 자국의 셰일가스 업계를 살리기 위해 투트랙 전략을 가동한다는 방침이다.
첫 번째 카드는 압박이다. 미국은 13일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며 글로벌 석유 시장에서 원유를 대량 매입하겠다고 발표했다. 국제유가가 하락해 자국 셰일가스 업체들이 피해를 보기 전, 막대한 달러를 풀어 국가 비축유를 채우겠다는 발상이다. 나아가 자국 셰일가스 업체들의 물량을 수용하는 방식도 고려하며 전격적인 방어전략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현실성은 별로 없다는 평가다. 매입에 드는 비용을 어디에서 조달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 라인이 없고 무엇보다 현재 미국의 비축유가 이미 상당하다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 산유국들도 일정정도 충격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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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카드는 지속적인 설득이다. 미국은 조만간 사우디에 에너지부 소속 고위 관리를 보내 적극적으로 감산을 설득할 예정이다. 로이터는 “미 당국은 사우디 당국과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면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 타격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국제유가 하락에 대한 미국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계속>
최진홍,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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