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국제금융센터 |
[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코로나19로 인해 정상적인 영업활동이 불가능해진 회사들을 중심으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유가가 20달러 수준으로 대폭락하면서 미국 에너지 기업들의 공포감도 최고조로 치솟았다.
지난주엔 유가 급락으로 인해 미국 하이일드채 스프레드가 크게 벌어졌으며, 특히 에너지 부문의 경우 한달전에 비해 1500bp 넘게 확대돼 금리가 20%를 훌쩍 뛰어넘기도 했다.
낮은 신용등급을 보유한 기업들의 재무구조 부실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면서 CLO나 레버리지론 가격도 급락해 신용시장 전반의 공포를 확대시켰다.
이달 들어 미국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하이일드 채권의 경우 발행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미국에선 연준이 CP에 이어 회사채를 사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국내 크레딧 시장의 어려움도 마찬가지였다.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지기 전부터 일부 기업을 중심으로 한 신용등급 강등 분위기가 신용 이벤트에 대한 두려움을 높였던 가운데 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최근 주가가 폭락하는 상황에서 특정 대기업이나 그룹의 위기설이 퍼져나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회사채, 여전채 등이 더욱 소외되는 가운데 미매각 증가, 우량 등급과 비우량 등급의 차별 확대 등 크레딧 이벤트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 코로나19, 실물경제 강타하면서 미국 회사채시장 위기..추락천사에 경계감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실물의 위험이 금융으로 파급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전염병 확산으로 사람의 이동이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 초래되면서 특히 업종의 경우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이용객이 급감한 항공, 숙박업체들은 큰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러다 보니 특정 분야를 타케팅하지 못하는 통화정책은 효과가 없고 피해 업체를 직접 도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진 상황이다.
회사채 시장의 우려는 공급 체인 붕괴, 매출 급감과 같은 실물 부문 충격에 기반하고 있다.
유가가 폭락한 것은 에너지 기업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감소에 공급을 놓고 산유국간의 대립이 격화됐다. 원유 증산을 둘러싼 러시아와 사우디의 갈등, 여기에 자국 셰일 업체들의 불안한 미래를 방관할 수 없는 미국의 입장 등 유가를 둘러싼 우려가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 에너지 업체들도 직격탄을 맞은 상태다.
유명 호텔 체인 메리어트가 전세계 직원 2분의 2에 대한 일시해고를 발표하고 세계적인 항공업체 보잉사가 자국 정부에 자금 지원 요청에 나서는 등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에너지 회사들은 은행에서 급전을 당겨서 쓰야 하는 등 상황이 녹록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지난 17일 연준이 기업어음매입프로그램(CPFF) 시행 등으로 신용시장에 대한 심리를 다소 개선시킨 뒤 엑슨모빌, 펩시코 등 우량기업들이 발행을 재개했으나 신규 발행 프리미엄이 폭등하는 가운데 발행 자체에 감사해야 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등급이 낮은 기업들의 발행은 더욱 어려워지고 향후 회사채 시장에서 추락천사(Fallen Angel)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등 비관적인 관점이 만만치 않다.
미국 발행시장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일부 우량기업만 간헐적으로 발행을 성사시키고 있으며 하이일드의 경우 최근 2주간 신규 발행이 없다.
국제금융센터의 권도현·김선경 연구원은 "영업 현금흐름이 크게 악화하는 상황에서 현금 확보 또는 기존 부채 차환을 위한 자금조달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발행시장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리파이낸싱 위험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하이일드 시장의 경우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회피, 유가 급락 등에 따른 수익 감소로 리파이낸싱의 어려움이 훨씬 커지고 부도율도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 발행잔액 6.07조 달러 가운데 49%가 BBB 등급에 해당하고 투기등급 강등 위험이 높은 채권 규모는 약 2,460억 달러에 달한다는 지적도 있다"면서 미디어 및 원유·가스 부문에서 추락천사가 속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국내 CP, 회사채들 찬밥신세...당국 조치에 기대기
국내시장이 느끼는 위기감도 상당히 커졌다.
코로나19 사태는 중국에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이후 유럽과 미국까지 정상적인 경제 활동을 방해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 전체가 위기에 처하다 보니 국내도 항공 등 특정 업종들을 중심으로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
회사채 미매각 증가, 우량-비우량 등급간 스프레드 확대 등이 이어지고 있다.
ELS 발행을 통해 연초만 해도 양호한 모습을 보이던 여전채가 주가폭락 여파로 이젠 큰 역풍을 맞았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신용평가사들이 상당수 업체들에 대한 등급 '하향검토'(Watch List)나 '부정적 전망' 딱지를 붙인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상황이 한층 악화된 것이다.
국내에선 투기등급 강등 전, 즉 추락천사로 신분이 바뀌기 전인 A급 채권들조차 상황이 좋지 않다는 진단들도 나오고 있다.
김상훈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지금은 등급 강등에 대한 우려가 명시적인 등급 기호에 국한된 게 아니다"라면서 "코로나19 팬데믹과 유가 급락 등 영향에 항공, 정유 등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되는 업종들의 투자 심리가 크게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지난달 BBB급으로 강등된 현대로템(BBB+)이나 A급으로 강등된 LG디스플레이(A+) 등만 문제가 아니라 와치리스트에 올라가거나 부정적 전망을 받고 있는 업체의 스프레드도 대폭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큰 피해가 불가피한 항공업의 경우 당장 비행기를 타는 사람이 크게 줄었들었다. 따라서 대한항공은 이미 와치 리스트에 등재됐고, 스프레드가 크게 확대됐다. 항공사보다 상황이 나아보이는 정유사도 미래에 대한 불안이 부담이 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AA-), GS칼텍스(AA+), S-Oil(AA+) 등 신용도가 상당히 우수한 업체들의 신용 스프레드도 최근 크게 벌어졌다. 코로나19 사태가 잦아 들지 않는 이상 시장은 계속 긴장할 수 밖에 없다.
김 연구원은 "발행 시장에서 조차 크레딧 투자의 적극성은 크게 떨어지고 있다. 최근 BBB급인 키움캐피탈부터 AA급 하나은행 후순위채, 포스파워(AA-) 미달까지 등급 고하를 막론하고 전방위적인 크레딧 투자 수요의 위축이 눈에 띄고 있다"면서 백신개발, 확진자 감소 등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지 않는다면 금융시스템까지 위협을 받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시장에선 신용채권이나 CP 등이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 관계자들은 조만간 나올 당국의 조치에만 기대고 있는 실정이다.
증권사의 한 중개인은 "크레딧 매물이 나와도 살 곳을 찾기 어렵고 민평도 의미가 없어졌다"면서 "대형 증권사가 3개월 CP를 통한 자금조달을 위해 3%대 이자를 물어야 하는 등 이상 상황도 발생했다"고 말했다.
그는 "내일 CP, 회사채 등을 매입할 채안펀드가 발표되지만, 지금 상황을 볼 때 기대나 예상을 넘는 조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당국이 채안펀드를 더 큰 규모로 하고 매입채권의 등급 범위도 넓히는 등 전향적인 태도로 접근해야 시장이 좀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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