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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 (수)

[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566] 대학은 개학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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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최재천


개학은 했건만 캠퍼스는 썰렁하다. 산수유와 매화는 흐드러진 지 오래고 드디어 목련과 진달래가 꽃봉오리를 터뜨리고 있지만 그들을 봐줄 학생이 없다. 대학 교정은 봄이 제일 아름답다. 도심에서 그나마 자연을 가까이할 수 있는 곳이 대학 교정인데 코로나19 때문에 모두 ‘집콕’ 중이라 요즘 봄꽃은 덩달아 외롭다. 대학은 이제 개학하자. 온라인이 아니라 오프라인으로 개학하자. 나는 온라인 강의를 일찌감치 경험한 덕에 그런대로 견디지만 지금 대다수 교수들은 갑작스러운 변화에 적응하느라 힘겨워하고 있다. 이게 교수만 힘든 걸로 끝나면 다행인데 애꿎게 학생들이 당하는 게 문제다. 교수 세대보다는 이른바 ‘인강(인터넷 강의)’에 익숙한 요즘 학생들이지만 처음이라 어색하기 짝이 없는 교수들의 어설픈 ‘인강’을 듣느라 고충이 이만저만 아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대부분이 국민의 손에 돈을 쥐여주고 있다. 소상공인들을 계속 일할 수 있게 해주고 저소득층에게 생활비를 지급하더라도 우리 삶이 일상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돈이 제대로 돌지 않는다. 경제는 유통이다. 온라인 경제뿐 아니라 오프라인 경제도 되살아나야 한다. 우리 모두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학부터 앞으로 2주 동안 일상을 준비하자. 접속 폭주로 동영상이 자주 끊기는 바람에 조급한 학생들이 인터넷 카페로 몰린단다. 그러느니 차라리 학교에 오는 게 낫지 않은가? 강의실 들어가기 전에 손 씻고, 한 자리 이상 띄워 앉아 강의 듣고, 끝나면 또 손 씻으며 수업하자. 추억의 야외 수업도 하고 강의실에서는 마스크도 쓰자. 우리 의료 시스템은 이제 신천지 수준의 대발생만 아니면 능히 감당할 수 있다. 대학촌 상권부터 살려보자.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며 경제도 보듬을 수 있다는 걸 대학이 솔선하자. 어디선가 시작해야 한다. 조심스레 그러나 분연히.

[최재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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