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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 (수)

"제발 좀 올라라"...유가 하락에 속타는 투자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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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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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가 좀 올라야 투자를 할텐데…"

국제 유가가 금융시장 회복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유가 급락으로 미국 셰일업계가 생사의 갈림길에 서면서 신용평가사들이 신용등급을 떨어뜨렸고, 이는 하이일드(투기등급) 회사채 시장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유가 하락이 자칫 신용 경색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시장은 경계감을 보인다.

23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 19일 미국 하이일드 채권 금리 스프레드는 9.76%로 한달 전인 2월 19일 3.44% 대비 632bp(1bp=0.01%) 올랐다.

특히 유가 급락으로 에너지 기업의 채권 금리 스프레드는 7.60%에서 22.70%로 뛰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와 2016년 유가급락 당시 고점이 각각 15.48%, 17.69%였는데, 이 기록을 훌쩍 뛰어넘는 사상 최고치다.

이는 현재 유가가 미국 셰일업체들이 버티기 어려운 수준까지 떨어졌기 때문. 지난 2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WTI(서부 텍사스산 원유)는 전 거래일 대비 배럴당 2.79달러(11.1%) 떨어진 22.4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는 OPEC+ 합의 무산에 따른 사우디의 증산으로 최근 배럴당 20.37달러까지 내려갔다. 유가가 40~50달러 선을 유지해야 미국 셰일업체들이 겨우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현 상황은 분명한 위기다.

이미 이 같은 상황은 주가에 반영됐다. 지난해 아나다코 페트롤리엄 인수로 셰일업계 선두주자로 떠오른 옥시덴털 페트롤리엄 주가는 지난 2월 20일 42.97달러에서 지난 20일 10.23달러로 한 달 만에 76.2% 급락했다. 현재 유가가 손익분기점의 절반 수준인 탓에 수익성과 재무건전성에 문제가 생겼고, 지난주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와 피치는 옥시덴털 신용등급을 각각 정크 등급인 Ba1과 BB+로 떨어뜨렸다.

앞서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는 지난해 5월 인수전에 참여한 옥시덴털에 100억 달러(약 12조원)을 투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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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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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하이일드 스프레드 수치를 보면 틀림없이 셰일업계에 문제가 발생했음을 알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 연구원은 "미국에서 BBB등급의 에너지 기업 회사채 규모는 1422억 달러(약 181조 7000억원)로, 여기서 옥시덴털 비중은 24.4%"라며 "아무래도 시장은 디폴트와 연쇄 충격을 선제적으로 우려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2020년 3월 이후 만기 기준 북미 에너지 기업의 회사채 발행규모는 △옥시덴털(347억 달러) △캐너디언 내추럴 리소시스(112억 달러) △노블 에너지(99억 달러) △할리버튼(99억 달러) △선코어 에너지(90억 달러) △아파치(82억 달러) 등이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최근 한달 간 달러 하이일드 채권펀드에서 237억2000만 달러(30조3000억원)가 빠져나갔다. 이는 지난해 연간 순유입액 232억2000만 달러(29조6000억원)를 상회하는 규모다.

이처럼 하이일드 회사채 시장이 흔들리면서 투자적격등급 회사채 가산금리도 0.96%에서 3.27%로 3배 이상 뛰었다.

회사채 발행시장도 거의 작동을 멈췄다. 투자등급 시장의 경우 지난 2월24일 이후 24영업일 중 12일 동안 미국 회사채 발행 창구가 닫혔다. 하이일드 채권은 이달 6일 이후 신규 발행이 중단된 상태다. 발행시장 위축은 리파이낸싱 위험으로 연결될 가능성도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기업실적 및 재무구조 악화로 투자등급 하단(BBB)에 있는 회사채가 대규모로 투기등급으로 강등되면서 크레딧 시장 불안이 심화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만약 이같은 우려가 현실화될 경우 대규모 투매와 펀드자금 유출로 크레딧 시장 경색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이다.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 발행잔액은 약 6조700억 달러(7755조원)이며, 이 중 49%이 BBB등급에 해당한다. HSBC는 이중 투기등급 강등 위험이 높은 채권 규모를 약 2460억 달러(314조원)로 추산한다.

임동욱 기자 dwl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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