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대화방에서 ‘박사’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피해 여성 74명의 성착취 영상을 유포한 조모씨(25)가 19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뒤 법정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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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대화방에서 ‘박사’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성착취 영상을 유포한 조모씨(25)의 신상을 공개하고 언론의 포토라인에 세워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23일 현재 참여 시민이 227만명에 달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포토라인이란 사회적 논란이 큰 공적 인물이 공개 소환될 때 언론이 자율적으로 한 자리에 모여 촬영하는 관행이다. 조씨를 경찰·검찰·법원의 포토라인에 세울 수 있을까.
조씨는 청소년성보호법(아청법) 위반 혐의로 지난 19일 구속됐다. 경찰은 오는 24일 신상정보공개위원회를 열고 조씨의 신상공개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신상공개가 결정되면 경찰은 향후 조씨를 추가 소환 조사하거나 검찰에 송치할 때 호송 과정을 언론에 공개할 수 있다. 경찰은 경찰청 훈령 ‘경찰수사사건 등의 공보에 관한 규칙’에 따라 일부 공적 인물을 포토라인에 세운다. 이 규칙은 “범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 제고 등 공익적인 목적을 위해 필요한 경우 언론에 의한 취재를 허가할 수 있다” “수사과정에서 안전사고 방지와 질서유지를 위해 언론의 촬영을 위한 정지선(포토라인)을 설치할 수 있다”라고 규정한다.
다만 경찰이 조씨의 신상공개 결정을 받더라도 포토라인에서 얼굴을 강제로 드러나게 하지는 못한다. 경찰 규칙은 “얼굴을 공개할 때는 얼굴을 드러내 보이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해서는 안 되며 얼굴을 가리는 조치를 취하지 않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전 남편과 의붓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고유정씨(36)도 지난해 6월 경찰이 신상공개를 결정했지만 경찰 조사를 마치고 유치장으로 돌아가던 중 머리카락으로 가려 얼굴 노출을 피했다.
검찰에서 조씨가 포토라인에 서는 상황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모든 피의자를 비공개 소환한다. 지난해 12월1일 개정 시행된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검찰은 어떤 공적 인물이라도 수사과정 일체에 대해 촬영·녹화·중계를 허용하지 않는다. 피의자가 원하지 않으면 언론과 접촉하지 않도록 해야 하며 언론의 포토라인 설치까지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 같은 규정은 지난해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만들어졌다. 조국 법무부 장관(55)과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58)가 비리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앞두고 있던 지난해 10월 포토라인이 ‘무죄추정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논란이 일자 검찰은 공개 소환을 폐지하기로 했다. 규정 시행에 앞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공개 소환 폐지를 지시하면서 조 전 장관은 3차례, 정 교수는 7차례 비공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전까지 검찰은 법무부 훈령인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공보준칙’에 따라 차관급 이상 공무원, 국회의원, 치안감급 이상 경찰공무원, 정당 대표 및 최고위원, 자산총액 1조원 이상 기업 대표 등 공적 인물에 한해 물리적 충돌이 예상되는 경우 피의자의 동의를 받아 포토라인을 설정해 공개 소환해왔다.
법원에서도 포토라인이 등장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조씨가 구속 기소되면 구치소에서 법원으로 호송된 뒤 대기실에 머무르다 별도의 통로를 통해 법정으로 들어온다. 법정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촬영이 허락되지 않는다. 다만 조씨가 향후 수사 과정에서 풀려나 불구속 상태로 재판 받으면 포토라인은 피하기 어렵다. 법정에 들어갈 수 있는 출입구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이미 조씨는 지난 19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으러 법원에 출석하면서 포토라인을 만났다. 법원은 포토라인에 대한 별도의 내규가 없다. 기밀을 유지해야 하는 수사기관과 달리 법원은 공개재판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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