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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4 (금)

대기업 실탄 바닥, 정부는 눈치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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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박소연 기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시중에 돌고 있는 '돈의 총량'은 늘었다지만, 정작 기업 곳간은 말라갑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현금흐름' 관련 대책회의를 하지만 뾰족한 수가 없네요. 언제까지 버티느냐가 최대 관건입니다."


국내 대표 화학기업 임원 A씨는 요즘 매일같이 비상대책회의에 참석한다. 회의 주요 안건은 '현금흐름'이다. A씨는 "아직 1분기도 끝나지 않았는데, 작년 말에 세운 사업계획은 전면 폐기됐다"며 "현금흐름이 막히지 않도록 하라는 얘기가 나왔는데, 소름이 돋았다"고 말했다.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급격하게 확산하면서 자영업, 중소기업뿐 아니라 국내 주요 간판 기업들도 유동성 위기를 막기 위한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계는 이스타항공을 시작으로 전면 셧다운에 들어갔고 유가 폭락의 직격탄을 맞은 화학ㆍ정유업계는 대규모 적자 공포에 떨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코로나19 지원 대책에는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저소득층으로 한정돼 있어 한국 경제를 이끄는 간판기업에 대한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관련기사 3면


23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기업들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 글로벌 사업장들의 '셧다운'이 잇따르고 기업어음(CP)시장의 신용경색 우려마저 나오면서 복합위기에 대응하는 비상경영 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기업들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단기자금 조달금리에 따른 자금경색이다. 최근 한 대기업 계열사는 신용등급이 AA-로 우량하지만,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회사채 발행 목표액을 채우지 못했다. 연쇄적인 '돈맥경화'도 우려된다. 이미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항공업계의 항공유 대금 지불이 연기되면서 정유업계의 자금 회전도 덩달아 느려지기 시작했다.


현금 확보를 위해 자산을 파는 기업들도 속속 늘고 있다. 한진그룹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유휴자산인 인천 송현동 부지와 비주력사업을 내놨고 LG그룹은 지난달 중국 베이징 트윈타워 지분을 매각했다.


대기업마저 현금 확보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것은 코로나19발 경제 충격에 방파제 역할을 할 현금성 자산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2019년 상반기 기준 코스피 상위 10개 기업의 현금성 자산은 49조7000억원(개별기준)으로, 2018년 말 64조7000억원보다 23%나 급감했다. 주요 기업의 실적 부진 우려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업종별로 보면 화학(-65.67%), 철강ㆍ금속(-30.57%), 운수ㆍ창고(-30.40%), 제조업(-19.95%) 등의 영업이익 전망치가 두 달 새 대폭 하향 조정됐다. 전기ㆍ전자(-8.41%)와 의약품(-6.90%) 등도 실적 눈높이가 크게 낮아졌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는 현재까지 대기업 대상의 지원방안은 내놓지 않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대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별도의 지원방안은 논의되지 않고 있다"면서 "현재는 시급성을 감안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초점을 맞춰 지원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추가경정(추경)예산에서도 정부는 ▲소상공인ㆍ자영업자 피해 회복 ▲취약계층 생활안정 ▲특별재난지역(대구ㆍ경북) 지원 위주로 11조7000억원의 편성안을 짰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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