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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4 (금)

고려아연, 돈 빌려서 자사주 매입?…'배임 리스크'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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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영풍-MBK파트너스 연합과 경영권 분쟁 중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자사주 매입 계획 등 경영권 방어 방안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10.02. bluesod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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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유희석 기자 = 고려아연이 경영권 분쟁 상대방인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에 맞서 '자사주 공개매수' 카드를 꺼냈다. 영풍 측의 지분 공개매수를 막기 위해, 더 비싼 값에 자사주를 사들이겠다는 강수를 둔 것이다.

하지만 경영권 방어를 위해 회삿돈으로 자사주를 사들이고, 부족한 자금은 고금리로 차입까지 하는 상황이 벌어질 경우 최윤범 회장 등 고려아연 경영진은 '배임'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진단이다.

고려아연, 자사주 매입 위해 2.6조 단기 차입

4일 고려아연이 금융위원회에 낸 자사주 공개매수신고서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이날부터 오는 23일(결제일 28일)까지 공개매수를 통해 자사주 최대 320만9009주(15.5%)를 취득할 예정이다. 우군인 베인캐피탈이 별도로 취득하는 자사주 2.5%를 더하면 총 지분 18%를 확보할 수 있다.

고려아연이 이번 자사주 공개매수에 투입하는 자금은 2조6635억원이다. 이 가운데 자기 자금이 1조5000억원, 차입금은 1조1635억원이다. 여기에 베인캐피탈 자금 4300억원(자기자금 859억원, 차입금 3437억원)은 별도다.

고려아연은 자기 자금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대부분 단기 차입금으로 구성된다. 메리츠증권을 상대로 발행한 고금리 회사채 1조원과 운전자금 명목으로 발행한 기업어음(CP) 4000억원, 여기에 보유 현금은 1000억원 정도를 더한 것으로 파악된다.

나머지 1조원 넘는 차입금은 하나은행·스탠다드차타드은행에서 빌릴 예정이다.

이들 은행으로부터 1조1635억원 한도로 최초 인출일로부터 9개월~1년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대출을 마련할 방침이다. 향후 공개매수가 상향 조정 가능성이 있는 만큼 여유자금을 더 준비한 것으로 풀이된다.

고려아연이 자사주 매입을 차입금에 주로 의존하면서 재무 부담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순자산이 기존 9조8000억원 정도에서 7조1000억원으로 대폭 줄어든다. 부채비율도 기존 36.5%에서 95%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순차입금 증가로 신용등급도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

고려아연이 공개매수로 취득한 자사주를 어떻게 처리하느냐도 문제다.

고려아연은 이번 취득 자사주를 "전량 소각할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정확한 소각 일정은 밝히지 않았다. 향후 우호 지분 확보 등 경영권 방어를 위해 최대한 활용한 뒤 수 년 뒤에 소각할 가능성을 남긴 것이다.

자사주가 제때 소각되더라도 기존 주주는 손해를 볼 수 있다. 차입금 증가 같은 재무적 부담은 주식 수가 줄어든 만큼 기존 주주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경영권 방어에 회사 자금을 사용하면서 향후 5년간 계획한 14조원 규모의 투자 재원 마련에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만약 신사업이 주춤하면 주가는 또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영풍-MBK 연합 관계자는 "고려아연의 이번 대규모 자사주 매입은 최윤범 회장 개인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것"이라며 "고려아연의 기업가치, 주주가치를 훼손시키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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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 2024.10.04. km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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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범 회장 등 경영진 배임 논란 휘말릴 수도

영풍과 MBK 연합은 고려아연이 차입금에 의존해 자사주를 대거 공개매수하는 것은 '위법'이며, 최윤범 회장 등 현 경영진의 '배임'이라고 주장한다.

영풍 측은 특히 "(경영권을 지키려는) 특정 주주의 이익을 위해 회사에 금전적 손실을 끼치고, 재무구조를 악화시키는 행위"라고 강조한다.

영풍과 MBK는 지난 2일 고려아연이 주주총회를 거치지 않고, 이사회 결의만으로 대규모 자사주 취득 공개매수를 강행하는 것은 상법에 위배된다며 서울중앙지법에 관련 절차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앞서 영풍-MBK는 지난 13일에도 고려아연 자사주 매입 금지 가처분을 냈지만, 법원이 기각한 바 있다. 다만 '영풍과 고려아연의 특별관계자' 여부를 가렸던 1차 가처분과 달리, 2번에 신청한 2차 가처분은 자사주 공개매수에 대한 '배임 및 위법성'을 가리는 것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영풍은 최윤범 회장 개인을 상대로도 이그니오 홀딩스 및 원아시아파트너스 투자 결정 등에 대해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법원의 1차 가처분 기각만으로도 이미 배임 혐의는 벗었다는 입장이다.

법원이 고려아연의 자사주 고가 매입이나 시세조종 지적에 대해 "혐의없음"이라고 판단한 만큼, 배임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최윤범 회장은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영풍과 MBK의 배임 주장은 법원이 인정하지 않은 허위 사실"이라며 "새로운 가처분을 제기한 것은 법원의 결정을 무시하고, 잘못된 주장으로 시장 혼란을 초래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이어 "법원의 가처분 재판 결과가 분명하게 존재하는데도 영풍과 MBK 측이 허위 사실과 거짓 왜곡으로 마치 법적 리스크가 남아있는 것처럼 만들고 있다"며 "불안감 조성을 위해 거짓 정보를 의도적이고, 인위적으로 유포하며 자본시장 교란 행위와 시세조종 행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최윤범 회장은 베인캐피탈을 우군으로 확보하기 위해 최씨 일가 지분을 담보로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의결권 공동 행사', '주식 매매 조건 제한' 같은 고려아연 쪽에 불리한 단서가 포함됐다는 후문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heesu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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