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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점심은 삼겹살, 일식 생각 안 나" 부산 온 '고독한 미식가'[BI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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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현장

극장판 '고독한 미식가' 배우 마츠시게 유타카

"아저씨 먹방 인기 예상 밖…다큐처럼 찍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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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마츠시게 유타카가 3일 부산 해운대구 영상산업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사진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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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온 뒤로 일식이 한순간도 생각나지 않네요. 오늘 점심으로 삼겹살, 삼계탕, 부추전 중에 하나를 먹을까 합니다.”

‘고독한 미식가’ 고로 상이 부산에 왔다. 12년간 많은 시청자의 침샘을 자극해온 배우 마츠시게 유타카는 3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우동 부산 영상산업센터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하며 침을 꿀꺽 삼켰다. 전날에는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 레드카펫을 걸으며 말린 낫토를 먹었다. 영화 속 장면을 흉내 낸 재치 있는 퍼포먼스였다.

일본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는 2012년 1월 처음 방송돼 심야 드라마로 10년 넘게 인기를 얻었다. 주인공 노가시라 고로가 만족스러운 한 끼 식사를 위해 필사적으로 식당을 골라 ‘혼밥(혼자 식사)’하는 이야기다. 고로는 실제 운영 중인 식당을 찾아가 밥을 먹는데 방송 이후 예약이 마비됐고, 극 중 대사인 “배가 고파졌다(하라가 헷타)”는 유행어가 될 만큼 인기를 끌었다.

처음에는 인기를 예상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마츠시게는 “‘아저씨 혼자 밥 먹는 드라마가 뭐가 재밌을까’ 싶었다. 기존 드라마에 질려 거부감을 가진 시청자들이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음식을 맛있는 모습이 매력적으로 비친 게 아닐까”라고 바라봤다. 이어 “‘먹방(먹는 방송)’에는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식문화나 생활방식이 반영된다”며 “다큐멘터리처럼 찍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도 ‘고로상’의 ‘먹방’에 열광하는 시청자가 많다. 마츠시게는 “한국·중국·대만에서 사랑받아 놀랐다”고 했다. 그는 “일본에서는 ‘혼밥’이 쓸쓸하거나 외로운 일은 아니지만, 한국에서는 금기시된다고 들었다. 작은 접시에 김치와 여러 반찬이 각각 나오고 그걸 다 같이 먹어서 그런가 생각했다. 드라마 덕분에 부끄럽지 않게 됐다는 한국 시청자의 반응에 기뻤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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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마츠시게 유타카가 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에서 열린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에서 레드카펫을 밟고 있다[사진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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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 스틸[사진제공=미디어캐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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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미식가’ 극장판인 영화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는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오픈 시네마 부문에 초청됐다. 마츠시게는 주연과 감독도 맡았다. 드라마를 영화로 만들게 된 이유를 묻자 제법 솔직하게 답했다. 그는 “일본은 드라마 시장이 좋지 않아 영화를 만들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처음에는 봉준호 감독에게 편지를 보내 같이 하고 싶다고 제안했다. 유감스럽게도 일정이 맞지 않는다고, 작품을 기다리겠다고 답장이 왔다. ‘다른 일본 감독이 하느니 내가 하자’ ‘이왕 하려면 리더십을 갖고 제대로 하자’는 마음으로 감독을 맡게 됐다”고 했다.

봉 감독에게 러브콜을 보낼 만큼 한국에 애정이 있다. 마츠시게는 “작품을 통해 한국과 일본의 인연이 이어진다면 언젠가 사이도 좋아지지 않을까. 아시아는 운명 공동체다. 산업, 문화 등 함께 손잡고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마츠시게는 한식도 사랑한다. 영화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에선 황태해장국, 고등어구이, 닭 보쌈을 먹는다. 이번 부산에선 해운대 곱창집으로 달려갔다. 일본 후쿠오카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한국 라디오를 들으며 자란 배경이 있다. 그는 “일본과 부산은 기후가 비슷해서 물고기를 주재료로 다루고 채소 맛도 비슷하다. 맛을 내는 방식에 차이가 있다. 처음 부산 음식을 먹고 ‘바다를 건너면 맛이 달라진다’는 걸 알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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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의 감독 겸 배우 마츠시게 유타카가 3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영상산업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사진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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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츠시게는 연극 무대에서 연기를 시작해 드라마로 인기를 얻었다. 환갑이 지나 영화감독이 된 그는 “늘 차려진 밥상에서 식사만 하면 됐는데, 영화 연출은 모든 걸 다 고민해야 했다. 상상 이상으로 힘든 작업이었지만, 기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 61세로 남은 인생이 길진 않지만, 도전을 즐기겠다”고 말했다.

엄청난 먹방에도 호리호리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는 마츠시게는 “매일 ‘워킹’을 한다”고 했다. 그는 “오늘도 오전 6시에 일어나 해운대 해변을 6㎞ 정도 걸었다. 심박수가 올라가서 기분이 좋아졌다”고 했다.

부산=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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