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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4 (금)

[단독] 코로나에 소상공인 부가세 감면? '그림의 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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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매출 24만원 이하만? 자영업자들 "그 매출이면 이미 폐업"

충남 당진에서 갈비탕집을 하는 백모(67)씨는 한 달 월세로 190만원을 낸다. 테이블 28개 규모의 가게를 아내와 종업원 1명(월 260만원)을 두고 운영한다. 하루 120만원 매출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이후 60만원으로 반 토막 났다. 정부는 이런 ‘매출 절벽’을 겪는 자영업자를 지원하겠다면서 추경안에 1년간 최대 120만원의 부가세 감면안을 내놨다. 하지만 백씨에게 부가세 감면 혜택은 ‘그림의 떡’이다.

소상공인들은 “코로나 지원을 위한 추경안에 포함된 소상공인 부가세 감면 기준이 턱없이 낮아 생색내기에 불과하다”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국회가 지난 17일 의결한 정부 추경안에는 한 해 매출을 기준으로 8800만원 이하 소상공인에게 1년간 최대 120만원의 부가세를 인하해주는 내용이 포함됐다. 월 매출 기준으로 733만원, 하루 매출 24만원 이하여야 부가세 감면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2018년 정부의 소상공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소상공인 연평균 매출은 2억3500만원이다. 하루 64만원 수준이다. 또 금융권에서 카드 수수료를 깎아주는 ‘영세 소상공인’ 기준도 연 매출 3억원 이하다. 임원배 소상공인연합회 부회장은 “(부가세 감면해주는) 연 8800만원이 도대체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다”며 “하루 24만원 매출이라면 많이 영세한 업체거나 매출 저하로 폐업을 고민 중인 업체가 대부분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소상공인 116만명이 혜택받을 것이라고 했지만, 전체 632만명 소상공인 중 18%에 불과하다.

자영업자 41만명이 가입한 ‘아프니까 사장이다’ 인터넷 카페에는 정부의 이런 소상공인 추경안을 성토하는 댓글이 수백개가 달렸다. “하루 24만원이면 가게 문 닫고 대리운전 뛰고 말지” “자영업자 말려 죽이려고 일부러 그러는 것 아니냐” “(매출 기준 8800만원을) 이익으로 잘못 본 줄 알았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소상공인연합회도 18일 “추경 통과는 반길 일이지만 부가세 부분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코로나 대출인 소상공인경영안정자금을 크게 늘렸다. 이 역시 아직도 ‘그림의 떡’이라는 지적이 많다. 여전히 신청이 폭주해 하루하루가 급한 소상공인에게 언제 대출을 손에 쥐게 될지 불투명하다. 인천에서 어학원을 운영하는 임모 원장은 “2월말부터 휴원해 월 3500만원 손해가 나 대출을 신청하려 했으나 신용보증재단과 신용보증기금 모두 통화하기 어렵다”며 “5000만원 마이너스 통장도 다 썼다. 월말 카드 값 결제일이 두렵다”고 했다.

[장형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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