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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4 (금)

코로나19 방역의 역설…"조치 취할수록 리세션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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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경기 침체(Recessionㆍ리세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필요한 보건 조치다."- 영국 싱크탱크 경제정책연구소(CEPR)


전 세계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고강도 조치를 내놓으면서 경기침체의 골은 더욱 깊어지는 역설적인 상황에 놓였다. 전염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이동을 제한하는 고강도 방역 수준을 단행해야 하지만 오히려 경제활동을 제약해 경기침체가 가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CEPR는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완화: 빠르게 움직이고 무엇이든 하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전염병 그래프를 완만하게 하기 위한 노력은 거시 경제적 측면에서 경기 침체를 더욱 심각하게 만든다"고 분석한 피에르 올리비에 그랑샤 미 캘리포니아 UC버클리대 경제학 교수의 글을 게재했다. 각국의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보건 대책의 일환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휴교 및 조업 중단, 재택근무 확대 등이 진행되는데, 경제적 측면에서는 경제활동이 중단되는 '서든스톱'을 야기한다는 의미다.


그랑샤 교수는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실업률이 단지 10%를 기록한 반면 코로나19는 사실상 근로자의 50% 또는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직장에 갈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면서 "경제적 타격은 상대적으로 더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가 제시한 그래프에 따르면 정부의 고강도 방역대책으로 확진자가 억제될수록 경기 침체의 골은 깊어진다. 반면 방역대책을 하지 않을 경우 그래프 곡선 기울기는 상대적으로 완만해진다.


다만 그랑샤 교수는 "생명을 잃는 것과 실업률이 올라가는 것을 두고 토론하는 것은 당치 않다"면서 "방역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고 해도 부적절한 보건 당국의 조치에 따른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을 둘러싼 불확실성 확대로 가계와 기업이 패닉 상황에 빠지게 돼 어떤 방식으로든 경기 침체는 오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랑샤 교수는 "다행히 결정적으로 경제 정책이 '경제적 감염'을 막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 "이를 경제적 시스템의 집중치료실, 침상, 산소호흡기로 생각해라"고 말했다.


이런 역설적 상황에 대해 전문가들은 경기침체 우려에도 불구하고 방역을 최우선으로 둬야 한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각국 정부가 국경을 봉쇄하고 이동을 제한하는 등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가 이뤄질수록 경제적 여파는 더욱 심각해지지만 향후 경제 반등을 위해서는 받아들여야 한다는 분석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 내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는 실업률이 오르고 생산 감소 등이 발생하는 현 상황에 대해 "미국 공중 보건에 대한 막대한 투자"라고 분석했다. 리세션은 일반적으로 경제 활동 측면에서 수축이 있을 때를 언급하지만 현 상황은 경제적 급반등을 위한 기반을 다지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불러드 총재는 미국의 셧다운 사태로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50% 감소하는 일이 발생, 실업률이 30%로 치솟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그는 현 시점에서 경제학자와 정책 입안자들이 시각을 바꿔야 한다면서 실업률이 오른다는 건 정부의 안정제가 통했다는 의미라고 강조하고, 각국의 셧다운 조치를 팬데믹 상황을 단축시키기 위한 필수적 조치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외신은 불러드 총재의 이 같은 시각에 대해 "세계에서 불안감이 커지는 현 상황에서 독특한 시각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경제학자들은 현 상황을 견디기 위해 경제정책이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그랑샤 교수는 중앙은행의 긴급 금융시장 유동성 공급, 적극적인 재정 정책 도입 등이 필요하다면서 "경제 정책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확실히 하는 게 중요하다. 리세션을 모두가 아예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 경기 침체는 있을 것이며 막대하지만 단기간으로 끝나길 바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경제보좌관이었던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타격을 '허리케인'급 타격이라고 보고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대규모 재정을 투입, 경제 정책을 펼쳐야만 코로나19 확산세를 잡았을 때 경제가 반등할 수 있는 상황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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