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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3 (목)

한국, ‘코로나’ 재정지출 GDP의 0.9%…독일 4.3%, 미국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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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 ‘준전시’ 규모 지원

‘균형재정’ 집착 독일도 파격대책

현금 지급·임금 보조 등 투입

영국은 기업에 임금 80% 보전도

가디언 “평시 전례없는 수준” 보도

재정여건 열악한 남유럽도 팔걷어

이탈리아 1.4%, 스페인 1.3% 지원

한국은 지원규모 작아 효과 한계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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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극심한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여러 차례에 걸쳐 경제대책을 발표했지만 지원 규모가 미국과 유럽 주요국이 내놓거나 검토 중인 대책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22일 분석됐다.

우리 정부는 지난달 업종·분야별 긴급지원(4조원)과 민생경제 종합대책(16조원)을 내놓은 데 이어, 이달에는 11조7천억원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50조원+알파’의 민생·금융안정 패키지를 잇따라 발표했다. 총 81조7천억원 규모의 대책에 정부 재정은 약 16조5천억원 투입되며, 나머지 65조2천억원은 저리 대출, 대출 원리금 상환 유예 등 금융지원이 주요 프로그램이다. 재정지출은 지난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0.9%, 금융지원은 3.4%에 해당하는 규모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 주요국들이 발표했거나 현재 검토 중인 대책의 규모는 우리나라의 지원 수준을 넘어서는 것으로 파악된다. 대부분 국가들이 이번 사건을 경제활동의 갑작스러운 중단에 따른 ‘경제 쓰나미’로 규정하고 사실상 준전시 수준의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직간접 피해로 유동성 부족에 빠지는 기업과 가계에 대한 현금지급과 임금보조, 세금·공과금 납입 유예와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 유예, 대출 보증 등이 주요 내용이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1조3천억달러(약 1600조원) 지원 대책을 승인해달라고 의회에 요청했는데, 이 중에는 시민들에 대한 직접 현금지급분 5천억달러가 포함돼 있다. 현금지급은 재정에서 투입돼야 하는 만큼 이것만 따져도 미국은 국내총생산 대비 2.3%의 재정지출을 감당하겠다는 태도다. 경제규모 차이를 고려해도 우리의 2.6배나 된다.

영국도 120억파운드의 재정지출을 발표한 지 일주일 만인 지난 17일 리시 수낙 재무장관이 “필요한 모든 것을 하겠다”며 추가로 200억파운드를 투입하고, 금융지원으로는 3300억파운드(약 480조원)를 풀겠다고 밝혔다. 영국의 재정지출은 국내총생산의 1.5%, 금융지원은 무려 14.9%에 이른다. <가디언>은 “이런 규모는 평화 시기에는 전례가 없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영국은 피해 기업이 고용을 유지할 경우 임금의 80%(최대 2500달러)까지 정부가 보전해주는 정책까지 내놨다.

자유방임주의(신자유주의) 경제의 종주국인 미·영의 보수파 정부들이 이렇게까지 나서는 것은 현재 상황이 그만큼 절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오바마 미 행정부 당시 백악관 경제보좌관이었던 베치 스티븐슨 미시간대 교수는 <파이낸셜 타임스>에 현금지급 방식에 대해 좌우파를 막론하고 “절차가 단순하고 시간이 급하다는 점”을 들어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20세기 초 초인플레이션 경험 탓에 어느 나라보다도 ‘균형재정’에 집착해온 독일도 파격적인 대책을 23일 발표할 예정이다. 이 대책에는 국채를 발행해 1500억유로(약 200조원) 규모의 추경안을 마련하는 안이 포함돼 있다. 이것만 따져도 재정지출이 국내총생산의 4.3%다. 우리나라 재정지출 비중의 4.8배에 이른다. 금융지원 규모는 5000억유로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올라프 숄츠 독일 재무장관은 21일 “우리의 일자리와 기업을 위험하게 해서는 안 된다”며 “처음부터 강하고 분명한 신호를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외신들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 정부가 편성하는 최대 규모의 경제구제책이라고 전했다.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큰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들도 재정 여건이 좋지 않지만 과감한 구제책을 내놓고 있다. 이탈리아는 재정에서 250억유로(국내총생산의 1.4%)를 지출하기로 했다. 스페인은 재정에서 170억유로(국내총생산의 1.3%), 금융지원으로 약 1800억유로(국내총생산의 14.2%)를 풀 예정이다.

각 나라의 경제 여건과 피해 규모가 달라 경제대책의 규모를 직접 비교하는 것이 다소 무리일 수는 있지만, 코로나19 확산의 경제적 피해 양상이 거의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는 만큼 주요국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책이 상당히 포괄적이기는 하지만, 지원 규모 자체가 주요국에 견줘 적어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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