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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이혼 말고 따로 살라… 법원도 '졸혼'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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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들 생각해서 이혼 거부하는 가정폭력 피해자에 이례적 결정

남편으로부터 가정 폭력 피해를 당한 아내가 자녀들을 생각해 이혼을 거부하자 법원이 이혼하지 않고 독립해 살라는 '졸혼(卒婚)' 결정을 내렸다. 서류상 혼인 관계는 유지하면서 실제로는 독립적인 관계임을 인정한 법원의 이례적인 결정이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청주지법 가사1단독 이현경 판사는 아내 A(51)씨가 남편을 상대로 낸 이혼 소송에서 "법률상 혼인 관계를 유지하되 현재와 같은 별거 상태를 유지한다"는 내용의 임의조정 결정을 지난해 10월 내렸다. 임의조정 결정은 확정된 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가진다.

이 판사는 "이들 부부는 이번 결정에 따라 배우자로서 의무가 없다"면서 "명절이나 어른들 생신, 제사 등 가족 행사에 상대방을 동반하지 않으며 부부관계를 요구하지 않는다"고 했다. 법원이 결혼의 의무에서 벗어나지만 혼인 관계는 유지하는 의미를 지닌 졸혼과 같은 판단을 내린 것이다. '결혼을 졸업한다'는 뜻의 신조어인 졸혼은 혼인 관계를 유지한다는 점에서 이혼과는 다르다.

A씨가 이혼 소송을 낸 것은 의처증 남편의 폭력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혼생활 기간 중 이어진 남편의 폭행에 A씨는 갈비뼈가 부러지는 등 피해를 입어왔다고 한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받아 이혼 소송을 진행한 A씨는 이후 자녀들의 장래를 생각해 이혼은 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혼 가정에 대한 사회의 인식과 자녀들에게 미칠 영향을 고려한 것이다.

[청주=김석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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