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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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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효식의 아하, 아메리카] 시진핑 '건강 실크로드'에 벌컥한 美 NSC, "미·EU 이간질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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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오른 미·중 신종 코로나 패권 전쟁]

트럼프 "시진핑 친구지만 통제 불능 유감"

시 주석, 이탈리아·스페인·EU 원조 공세

NSC "미국이 공공보건 원조 글로벌 리더"

고위 관리 "中, 거짓 선전 책임져야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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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주석이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에게 "건강실크로드를 만들 것"이라며 지원을 약속한 이틀 뒤인 지난 18일 중국 중환자실(ICU) 의료진이 밀라노 공항에 도착했다.[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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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내 친구로 생각하지만, 바이러스는 중국에서 왔다. 또 유감스럽게 사태가 통제 불능이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일 브리핑 도중 두 달 전 1월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을 알았는데도 '중국 바이러스'라고 계속 비난하는 이유가 뭐냐는 데 이렇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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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와의 전쟁 와중에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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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브리핑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까지 나섰다. 중국 정부가 미 질병통제센터(CDC) 전문가 현장 조사를 거부한 데 대해 “중국 공산당이 기술 요원들의 즉각적인 입국을 지연시킨 것은 전 세계인에 위험을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판단하지 못하게 한 코로나바이러스 데이터 부재에 관해 얘기하는 것”이라며 “실시간 정보 공유는 정치적 게임이나 보복이 아니라 모두의 안전에 관한 것”이라며 중국의 사태 초기 은폐를 비난했다.

미국 내 감염자가 2만 6000명, 사망자도 340명을 넘어서자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책임론 공세는 이처럼 연일 거세지고 있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책임을 돌리는 정치적 포석을 넘어 세계적 바이러스 위기 이후 미·중간 국제질서 주도권을 겨냥한 패권경쟁이란 분석도 나온다. 시진핑 주석이 중국인 신규 감염자 제로를 선언한 뒤 유럽을 향해 대규모 코로나바이러스 원조를 통한 ‘건강 실크로드(健康丝绸之路)’구축에 나섰기 때문이다.

시 주석은 앞서 16일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에 전화를 걸어 “중국은 이탈리아와 함께 전염병과 싸우고 건강 실크로드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탈리아가 필요한 전문가팀을 추가로 파견하고 의료 물자도 힘닿는 데까지 지원하겠다”라고도 약속했다.

이틀 뒤 18일 300명의 중환자실(ICU) 의사와 간호사가 현지 신종 코로나 진앙인 밀라노 공항에 도착했다. 일주일 전 지난 12일 중국 적십자사 명의로 의료진 선발대와 31톤 분량의 의료 물자를 보낸 데이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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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로마주재 중국 대사관이 지난 16일 트위터에 "2008년 5월 쓰찬 대지진 때 도와줬던 것을 항상 기억한다"며 "이제 우리가 도울 때"라는 글과 함께 올린 캐리커처 그림.[로마 중국 대사관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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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뿐이 아니다. 시 주석은 17일엔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와 같은 지원을 약속한 당일 의료용품을 가득 실은 비행기가 현지 사라고사 공항에 도착했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도 18일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에 EU 회원국에 200만개 수술용 마스크와 20만개 N95 마스크, 의료용 방호복, 진단키트 5만개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프랑스·벨기에·그리스·폴란드·불가리아·슬로베니아·우크라이나 등이 중국의 코로나 원조를 받았다. 아직 도움을 못 받은 노르웨이·룩셈부르크·키프로스는 중국의 원조를 적극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미국이 지난 12일 EU 전체 회원국 국민의 입국을 금지하고, EU 회원국도 18일부터 사상 처음으로 서로 국경을 봉쇄하고 의료용 마스크의 수출을 금지한 상황에서 중국이 최대 원조국을 자임하고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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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이탈리나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진앙인 밀라노 교외에 있는 구호업체 벽에 이탈리아와 중국 국기가 나란히 내걸렸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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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와 창업주 마윈(馬雲·Jack Ma) 회장은 신종 코로나 원조활동의 첨병이다. 18일 사라고사 공항에 마스크 50만개와 의료장비를 보낸 장본인이 마윈 회장이다. 잭마 재단은 같은 날 벨기에 공항으로 마스크 150만개를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과 CDC가 6주간 신종 코로나 검사 확대에 실패했다는 비난 여론이 비등했던 지난 12일엔 심지어 미국에 진단키트 50만 개와 마스크 100만개를 보냈다.

러시 도시 브루킹스연구소 중국전략계획 국장은 뉴욕타임스에 "미국의 리더십은 실종된 채 중국의 리더십이 주도하는 지난 수십 년래 첫 번째 국제 위기"라고 말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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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불붙힌 신종 코로나 미·중 원조 경쟁.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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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중국의 대EU 원조 공세가 일단 먹히고 있다는 점이다. 이탈리아 등 유럽 각국에서 중국이 초기 은폐로 팬데믹(대유행)을 부른 당사자라는 비판은 조금씩 사라지고 책임 있는 글로벌 리더라는 긍정적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브래들리 세이어 텍사스주립대 정치학 교수는 19일 내셔널 인터레스트지 기고를 통해 "중국이 신종 코로나 위기를 '건강 실크로드' 공정을 추진하는 데 이용하고 있다"며 "세계 패권이란 장기 전략 목표를 향한 미·중 대결에서 중국이 형세를 역전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우려가 커지면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도 중국의 여론전과 건강 실크로드 공정에 대한 공식 대응에 나서기 시작했다.

NSC는 18일 트위터로 성명을 내고 "미국은 중국이 기자를 추방하고 허위 정보를 확산할 것이 아니라 '우한 코로나바이러스'를 퇴치하려는 모든 국가의 노력에 동참하는 데 집중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중국 공산당은 '중국 바이러스'에 관한 최초 보도를 억압하고 의사들과 기자를 처벌했고, 중국과 국제 전문가의 글로벌 팬데믹 방지를 위한 중요한 기회를 잃게 했다"라고도 비판했다.

중국의 코로나 원조 공세에 대해서도 NSC는 19일 "미국은 2019년 95억 달러를 배정하는 등 공공보건 원조에 있어 글로벌 리더"라며 "지난 20년간 아프리카 대륙의 보건 지원을 위해 1000억 달러를 약속했다"고 여론전도 폈다. 22일 "미 개발원조처(USAID)가 이미 25개국이 넘는 나라의 보건 시설에 원조를 제공했다"고도 상세 내역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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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가안보회의(NSC)가 22일 신종 코로나를 포함한 2009년 이후 11억 달러 규모의 국제 보건 안보 원조 내역을 공개헸다.[NSC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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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행정부 고위 관리는 21일 중앙일보에 "중국 공산당은 글로벌 팬데믹에 대한 책임을 미국에 전가하기 위해 선전전을 필사적으로 벌이고 있다"며 "중국 공산당은 그들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다음번에 중국에서 바이러스가 발발하면 중국인과 세계가 안전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원조 활동에 대해서도 "중국은 전염병 대유행과 싸우는 전 세계 국가를 지원할 특별한 의무가 있으며, 미국은 중국이 정치적 양보를 얻기 위해 이 상황을 악용하지 말고 원조를 제공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유럽을 이간질하는데 활용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미국과 유럽은 수십 년 구축된 정치·경제·안보적 유대에 기반을 둔 깨뜨릴 수 없는 관계"라며 "공중보건 분야 글로벌 리더로서, 미국은 유럽과 다른 파트너들과 대유행의 해법을 찾는 데 계속 협력해나갈 것"라고도 했다.

나아가 백악관은 트위터로 중국 공산당이 미군의 바이러스 허위 유포설을 세계에 퍼뜨리고 있다는 폼페이오 장관의 동영상까지 제작해 배포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중국 공산당과 러시아, 이란 등 민주주의와 자유, 우한바이러스에 대한 우리 대응을 훼손하기를 원하는 나라가 허위 정보를 유포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런 허위 정보가 중국에서 나온 걸 확실히 봤다"라고도 강조했다. 지난 12일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트윗을 통해 “미군이 코로나19를 우한(武漢)에 가져왔을 것”이라고 한 뒤 같은 주장이 트위터를 포함한 각종 소셜 미디어의 중국 관련 계정을 통해 대량 반복 유포된 걸 겨냥한 말이다.

토머스 슈워츠 밴더빌트대 교수는 "중국 정부가 사태를 회복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단순히 '중국 바이러스'라는 딱지를 붙여 비난하는 것 외엔 대응이 서툴다"며 "중국 공산당 지도자가 공을 인정받을 자격은 없지만, 국제 경쟁의 상당 부분은 인식에 좌우되기 때문에 중국에 유리한 국면"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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