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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이해찬 "의석 도둑맞게 생겨"... 與의총서 '비례정당 불가피' 가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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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 30분 난상토론, 20여명 발언 중 '반대' 4명에 그쳐
"탄핵에서 文정부 지켜야" vs "중도 표심 위험"

조선일보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0일 오후 국회에서 비공개 의원총회를 마친 뒤 회의장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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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10일 의원총회를 열고 2시간 30분 동안 4·15 총선 비례대표용 연합정당 참여를 두고 격론을 벌였다. 이날 오후 4시부터 민주당 의원 80명가량이 모인 가운데 국회에서 비공개로 진행된 의원총회는 오후 6시 30분쯤 종료됐다. 이날 의총에서 논의의 전반적인 흐름은 '참여가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흘렀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오는 12일 전당원 투표를 통해서 비례정당 참여 여부를 결정짓게 될 전망이다.

의총 시작 후 이해찬 대표는 "지금 의석을 도둑맞게 생겼다. 엄중한 상황"이라며 "우리가 가진 기본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당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이근형 전략기획위원장이 연합정당 불참과 참여를 가정한 총선 의석수 시뮬레이션 결과를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이대로 총선을 치르면 민주당은 최대 137석,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은 최대 147석의 의석을 가져가게 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20명 가까운 의원이 발언대에 섰지만 반대 의사를 밝힌 사람은 4명 정도고 나머지 의원들은 대부분 연합정당에 참여해 통합당의 위성정당 미래한국당에 대응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우원식 의원은 "지금 구조로 가면 30%의 정당 득표율을 가진 정당(미래통합당)이 60%의 의석을 갖는데 이것은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통합당이 총선 승리 후 탄핵을 한다고 하는데 문재인 정부를 지키고 개혁 입법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송영길 의원은 "상대방이 중앙선을 침범하면 방어 운전을 해야지 1차선만 지키고 뻔히 보이는 사고를 방치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처사"라면서, 선거제 개편 당시 제도적 맹점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것을 두고 선거제 개혁을 주도한 '4+1 협의체'(민주당·옛 바른미래당·옛 민주평화당·정의당+옛 대안신당)의 자기 반성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선거제 개혁을 시작할 당시 원내대표였던 홍영표 의원과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활동한 김종민 의원은 당시 협상 과정을 설명하고 통합당의 꼼수를 지적하며 연합정당 참여에 찬성 의견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종민 의원은 "전 세계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하는 나라 중 이렇게 하는 것은 미래한국당밖에 없다. 세계 정치학계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범죄 행위기에 당연히 우리가 연합정당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규백 의원은 "연합정당에 참여하지 않으면 명분이라는 전투에서는 이길 수 있지만 진보진영의 정권 창출이라는 전쟁에서는 진다"고 했다. 일부 의원들은 통합당이 미래한국당을 창당한 것처럼 민주당도 독자 위성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

이석현 의원은 "'독자창당, 연합정당 참여, 현행대로 진행' 세 가지 항목을 전 당원 투표에 부쳐야 한다"고 했고, 신동근 의원은 "이대로 가면 10석이 그냥 없어지는 것은 명백하다. '비례민주당'까지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영길 의원과 권칠승 의원도 독자 위성정당 검토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찬성하는 의원 중 이석현 의원과 전해철 의원은 시간이 촉박한 만큼 전당원 투표 없이 최고위에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의원들은 지도부가 전담 TF(태스크포스)를 꾸려 연합정당 참여를 효율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은 원혜영 의원을 비롯해 김상희, 전해철, 윤후덕 의원 등도 연합정당 참여에 찬성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설훈·김해영·박용진·조응천 의원 등 4명은 반대 의견을 냈다. 최고위원회의 논의 과정에서도 반대 의견을 냈던 설훈 의원은 이날 역시 중도층 표심이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하며 연합정당 참여는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대로 가다간 통합당에 10석이 뒤진다'는 전망에 "왜 미래한국당이 39%나 나올 것이라고 주장하는가. 지지율 계산부터 틀렸다"고 반박했다.

김해영 의원 역시 선거제 개혁에 앞장선 정당으로서 개혁 취지를 훼손할 수 있는 비례연합정당 창당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편 것으로 전해졌다. 박용진 의원은 의총에 앞서 낸 입장문에서 "아무리 좋은 명분을 내세워도 결국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정치가 될 수밖에 없다"며 "20대 총선에서 수도권 109개 선거구에서 5% 또는 5000표 내외로 승부가 갈린 곳은 26곳(23%)이다. 미래한국당의 선전을 막으려다 오히려 지역구 참패로 이어지는 악수를 두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조응천 의원은 의총 전 기자들과 만나 "원칙 있는 승리를 꾀하다가 원칙 있는 패배를 하면 재기의 가능성이 있는데, 원칙 없는 승리를 꾀하다가 원칙 없는 패배로 귀결되면 굉장히 힘든 지경에 처할 수 있다"고 했다. 이날 의총에는 참여하지 않았으나 영남권 선거대책위원장인 김부겸·김영춘·김두관 의원도 '소탐대실'이라며 연합정당 참여 반대 의사를 밝혔다.

정춘숙 원내 대변인은 의총 후 브리핑에서 "전(全)당원 투표는 하게 될 것 같다"며 "내일(11일) 최고위에서 정리할 것이고, 날짜나 문항 등 자세한 사안도 내일 결정될 것 같다"고 했다. 정 대변인은 "최고위에서 의논을 더하겠지만, 그래도 우리가 (의견이) 더 많은 쪽으로 가기 마련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오는 12일 오전 6시부터 24시간 동안 권리당원 80만여명에 대한 모바일 투표를 실시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유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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