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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이슈 은행권 DLS·DLF 사태

[코로나 금융위기] 유가 DLS 원금손실 진입…ELS도 초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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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상환 잔액 1조4508억원

배럴당 60달러대 가입상품

절반이상 손실 위험에 노출

주가지수 여유 있지만 긴장

[헤럴드경제=김성훈·박준규·홍태화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유가 전쟁’ 영향으로 국제 유가와 글로벌 증시가 폭락하면서, 원유 파생결합증권(DLS)과 주가연계증권(ELS) 수익에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DLS는 원금 손실 우려 구간(녹인 배리어·Knock-In Barrier)에 진입해 금융업계는 물론 당국에도 비상이 걸렸다.

9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24.6%(10.15달러) 떨어진 31.1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1991년 걸프전 이후 하루 기준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전 거래일에도 10.1%나 하락한 점을 감안하면, 불과 2거래일만에 32.2%(45.9-〉31.13달러)나 폭락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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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프=WTI 선물. 달러/배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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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일부 원유 DLS는 녹인 배리어(knock in barrier)에 진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원유 DLS는 유가가 녹인 배리어 이하로 떨어지면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 녹인 배리어는 보통 가입 당시 유가의 50% 선이다. 국제 유가가 60달러 이상을 기록했던 2018년 중하반기에 가입했던 상품들은 이미 녹인 배리어에 들어왔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아직 상환되지 않은 원유 DLS 잔액은 1조4508억원이다. 증권사 발행 DLS 상당수의 녹인 가격이 30달러 초반이며, 일부는 36~37달러 선인 것도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시중은행 PB는 “원유 베이스 상품은 증권사에서 주로 팔았는데 대개 기초자산 가격의 50~60%에서 녹인 진입하는 걸로 설계됐다. 투자기간이 1년 6개월인 고객이라면 대부분이 녹인에 걸렸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유가가 더 하락한다면 손실을 보는 상품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간 감산합의가 당장 나올수 없고, OPEC 정례회의는 오는 6월10일에나 열린다”며 “사우디가 일일 1200만배럴 생산에 복귀하면 유가는 20달러를 하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LS는 녹인 진입까지 아직 여유가 있지만 글로벌 경기 둔화가 장기화되면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ELS 발행잔액은 48조3000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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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프=홍콩H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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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관계자는 “ELS 중 가장 비중이 높은 것은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것인데, 녹인 배리어 진입 구간이 8100인데 반해 현재 지수(9일 9984)는 아직 거리가 있다”며 “다른 지수를 기초한 ELS도 아직까지는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지만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품을 판매한 일선 시중은행에서는 비상이 걸렸다. 각 은행의 WM그룹은 비상대응체제를 가동하고 투자고객의 수익률을 방어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기존에 판매한 원유 관련 상품도 주로 일부 고객 자산가들이 취급했다.

다른 시중은행 IPS본부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 원유가격 고점에서 떨어지던 시기에 펀드를 매입했다면 가격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 “고객들에게 이슈 관련 안내문자를 발송하고 익스포져 점검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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