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통위, 금리 추가 인하 여지 남겨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27일 통화정책 결정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1.25%로 동결하기로 했다.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데에는 미시적 정책이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결과다. 다만 금통위는 ‘추후 금리를 낮출 수 있다’는 여지는 열어뒀다.
금통위는 이날 기준금리를 낮추는 대신 코로나19 피해 기업 지원을 위해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를 기존 25조원보다 5조원 많은 30조원으로 올리는 미시적인 조치만 내놓았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동결을 알리며 세 가지를 이유로 들었다. 이 총재는 금리 유지에 관해 “코로나19가 3월 중 정점에 이르고 이후 점차 진정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제했다“며 “이 같은 예상대로 상황이 전개될지 그보다 장기화할지를 좀 더 엄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최근 국내 수요·생산활동의 위축은 경제적 요인이라기보다는 감염증에 따른 불안 심리 확산에 기인한다”며 “금리 조정보다 서비스업과 같은 취약 부문을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미시 정책이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계대출 증가세가 여전히 높고 정부의 부동산 대책 이후에도 주택 가격이 안정됐다고 확신하기 어려운 만큼 아직은 금융 안정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함께 고려했다”며 “코로나19 확산 정도와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 가계부채 증가세 등 금융안정 상황의 변화 등을 면밀히 점검해 완화 조정 여부를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거 다른 감염병이 유행했을 때도 한은이 금리를 선제적으로 인하한 전적이 있어 이날도 금리를 낮출 것이란 예상이 있었다. 2003년 5월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 때 당시 기준금리를 4.25%에서 4.0%로 내렸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퍼졌던 2015년 6월에는 기준금리를 1.75%에서 1.50%로 전격 인하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현 상황을 ‘비상시국’으로 규정하고 정부가 이례적으로 1분기 추가경정예산안(추경) 긴급 편성에 착수하면서 ‘통화당국이 금리 인하 조치로 경기부양을 도울 것’이란 전망도 나왔지만 금통위는 상황을 더 두고 지켜보자고 판단했다.
다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 한은도 이 결정을 번복할 수 있다. 한은은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지 않으면 하반기 경기가 반등할 것이라고 전제하고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코로나19 사태와 그 영향이 더 길어지면 금리도 낮출 수 있다는 여지를 뒀다. 이 총재는 “향후 성장경로 불확실성이 매우 높다”며 “과거 어느 때보다 충격이 클 것이며 그 영향이 특히 1분기에 집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에 대해) 코로나19 사태가 한은 전망에 전자한 대로 진행되는지 더 장기화하는지를 좀 더 엄밀히 살펴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날 금통위 조동철·신인석 위원은 지난달 금통위 회의 때에 이어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필요가 있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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