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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사재기와 매점매석

"전쟁 났냐" 사재기, 경기까지 북상…94년 '서울불바다' 이후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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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이영민 기자] ['집콕' 길어지면서 생필품 전쟁…대구·경북에서 경기·충청권까지 '생존투쟁' 사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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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대전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유천점 상황. 사재기로 인해 식품 코너의 매대가 텅 비어있다=독자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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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저녁 9시. 인천 송도 코스트코를 찾은 이모씨는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깜짝 놀랐다. 주말도 아닌데 손님이 너무 많은 데다 생필품 선반이 텅 비었기 때문. 이씨는 "마트 진열대에 라면, 두부, 계란, 햇반이 동나 사려던 물건을 하나도 못샀다"며 "90년대 이후로 마트 사재기는 처음 본다"고 말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전국적으로 퍼진 가운데 확진자 수가 1000명에 육박하면서 생필품 사재기가 확산되고 있다. 1994년 '서울 불바다'로 전쟁 위기가 고조됐던 이래, 26년 만에 처음으로 나타난 현상이다.

네이버 카페를 비롯해 온라인에는 마트의 텅 빈 진열대 사진과 100만원 어치 넘는 대량 사재기 인증 사진이 올라오면서 '사재기 대란'을 증명하고 있다.

사재기는 확진자 수가 급증한 대구에서 21일부터 시작됐고 경북 지역을 거쳐 경기·충청권까지 확산돼 전국으로 퍼지는 중이다. 대구·부산에서는 이미 집 앞 슈퍼와 마트에서 라면과 햇반·참치캔 등이 동났고 생필품을 줄 서서 사고 있다.

경남 양산에 위치한 한 마트 직원은 "라면, 햇반 등 생필품을 평소의 1.5배 이상 준비했지만 진열하는 족족 동나고 있다"며 "대파, 감자, 두부 등 신선 식품도 재고 소진이 매우 빠르다"고 설명했다. 부산에서 확진자가 30명이 넘어서면서 부산·경남지역의 사재기는 점점 더 가열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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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코스트코에서 마스크와 생필품을 사기 위해 시민들이 계산대에서 긴 줄을 서고 있다/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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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량 구매의 상징인 대형마트 코스트코에서도 생필품 사재기 열풍이 불고 있다. 재고가 많은 코스트코에서조차 라면·계란 등 생필품이 동나 '회원카드당 1개 판매제한' 안내문을 붙일 정도다. 지난 24일 코스트코 울산점을 방문한 한 주부는 "코스트코 진열대가 텅텅 빈 모습은 처음 본다"며 "영화에서 보던 생필품 대란을 눈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경북에서 시작된 사재기는 경기권까지 올라왔다. 안양, 포천, 인천 송도, 광명시의 대형 마트에서 사재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생필품 사재기에 경기도 포천의 한 마트는 문 앞에 아예 '사재기 금지'를 붙였다. 광명 코스트코에서도 쌀은 1인당 1포대, 라면은 1인당 1박스로 사재기를 제한하고 나섰다. 볶음밥류도 1인당 1팩만 구매 가능하다. 코스트코 측에서는 빠른 속도로 빈 매대에 상품을 진열하고 있지만 진열보다 구매 속도가 더 빠른 상황이다.

사재기 열풍은 아직 서울권에는 올라오지 않았다. 서울 동작구의 T마트 직원은 "라면, 햇반 등 생필품이 많이 나가고 있어 재고를 넉넉히 채워두는 수준이며 사재기까지는 아니다"고 말했다. 일부 슈퍼·마트에서만 부분적으로 신라면 등 대표 생필품 재고가 딸리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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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송도 코스트코 상황. 식품 코너와 생필품 코너가 텅 비어있다=독자제공


국내에서 생필품 사재기 대란이 일었던 것은 김영삼 정부 시절이던 1994년이다. 당시 북한의 '서울 불바다' 발언과 핵 개발 위협으로 남북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초유의 '생필품 사재기'가 나타났다. 삼풍백화점을 비롯해 그랜드백화점, 현대백화점 등 강남 지역 백화점에는 3만여명의 주부들이 매일 지하 식품관에 몰려 계산대 앞에서 2시간을 대기하며 생필품을 쓸어갔다. 사재기는 약 나흘 간 이어졌는데 이들 백화점의 쌀 재고가 동났다.

온라온 몰에서도 생필품 구매 열기가 뜨겁다. 지난 24일 오후 10시 기준 서울 지역에서 쿠팡 로켓배송으로 가능한 햇반·쌀·라면·계란 등 생필품 품목은 전량 품절됐다. 이마트몰에서도 쓱배송으로 배송 가능한 햇반과 주요 라면 대부분이 품절되며 생필품 사재기 대란을 증명했다.

지난 주말(2월23일~24일) G마켓에서는 라면 판매량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34%, 통조림·캔 판매량이 393%, 즉석밥도 383% 증가했다. 신선식품 중에서는 김치와 쌀이 225%, 355% 더 팔렸고 생수·탄산수도 매출이 270% 급증했다.

서울 길음뉴타운에 거주하는 주부 전모씨는 "24일 저녁 홈플러스를 찾았는데 라면·햇반이 거의 동났고 채소도 없어 깜짝 놀랐다"며 "외출 자제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생필품을 사려는 건 이해되지만 과도한 사재기가 불안심리를 부추기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오정은 기자 agentlittle@mt.co.kr, 이영민 기자 letsw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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