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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통계로 확인된 "거지같아요"…자영업자 97.6% "매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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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 최저임금 상승에 ‘삼중고’

사업소득 5분기 연속 최장 감소

“거지 같아요” 통계지표로 확인

코로나19 장기화땐 줄폐점 위기

홍남기 “회식 등 자영업 도와달라”

중앙일보

코로나19에 따른 소비 위축으로 자영업자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외식업의 매출이 줄고, 재래시장과 일반 상점도 타격을 받고 있다. 손님의 발길이 뜸해진 서울 가락시장의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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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서울 명동.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던 거리는 한산했다. 눈으로 봐도 숫자를 셀 수 있을 정도의 사람만 지나다녔다. 한식집을 운영하는 A씨는 “방학이라 손님이 더 늘어야 하는데, 신종 코로나 사태 이후 외국인은 물론 한국인 손님까지 없다시피 하다”며 “경기 침체로 매출은 줄고,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건비는 오르고, 주 52시간 시행으로 저녁 회식 손님은 감소하는 와중에 큰 악재가 하나 더 터진 셈”이라고 하소연했다.

자영업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로 녹다운 위기에 처했다. 경기 부진과 인건비·임대료 상승 등으로 이미 코너로 몰린 상황에서 코로나19라는 ‘강펀치’까지 맞은 셈이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외식업·재래시장·일반 상점 등을 가리지 않고 손님이 줄어, 적게는 절반 많게는 90% 가까이 매출이 감소했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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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당 사업소득 감소율 추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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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경기 부진의 영향으로 자영업자의 사업소득은 지난해 4분기까지 역대 최장인 5분기 연속 감소했다. 통계청의 ‘2019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전국 2인 이상 일반 가구의 사업소득은 89만2000원으로 전년 같은 분기 대비 2.2% 줄었다. 2018년 4분기부터 5분기 연속 감소했는데, 이는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최장이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가 있었던 2014년 4분기∼2015년 3분기(4분기 연속) 때보다 더 길다. 은순현 통계청 사회국장은 “업황 부진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경기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거지 같아요”라고 밝힌 한 반찬가게 주인의 말이 통계지표로 확인된 셈이다.

지난달부터 확산한 코로나19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관광·여행·여가 활동이 급격히 위축되고 각종 행사 취소가 잇따른 가운데, 일반인들의 정상적인 경제활동까지 위축하면서 자영업자들이 고스란히 타격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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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수 및 전체 취업자 대비 비중.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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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소상공인연합회가 13~19일 소상공인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결과, 코로나19 사태 후 매출이 감소했다는 응답 비율이 97.6%에 달했다. 원인으로는 ‘각종 모임과 행사, 여행 등 무기한 연기·취소’가 57.4%로 가장 많았고, ‘확진자 이동 경로에 따른 지역 내 유동인구 감소 피해’가 22.6%였다.

방문객 감소 비율을 묻는 물음에는 ‘50% 이상 감소’가 45.7%로 가장 많았고 ‘30~50% 감소’가 27.5%였다. 최승재 회장은 “소상공인 보증 대출이나 세제 지원 같은 정부 정책으로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이 더욱 걱정하는 것은 사태의 장기화다. 1분기를 넘어 2분기까지 이어진다면 줄폐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소상공인연합회의 설명이다. 정연승 한국유통학회 부회장(단국대 경영학부 교수)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온라인 거래가 늘고, 무인점포가 보편화하는 등 소비 습관과 유통 방식도 비대면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이라며 “자영업의 구조조정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의 위기감도 심각하다. 코로나 사태 극복을 위해 이달 말 투자·소비 활성화 등 종합적인 경기대책과 함께 자영업·소상공인을 위한 추가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사기 진작을 위한 회식은 주 52시간제에도 저촉되지 않으므로, 저녁 회식 등으로 자영업자와 외식업을 도와달라”며 “전통시장 주변 도로 주차허용시간을 연장하고 월 50만원인 온누리상품권 구매 한도도 상향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해용 경제에디터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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