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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예산안 잉크 덜 말랐지만...추경 평소보다 빨라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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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얘기도 계속되고 있다.

중국 우한발 전염병 사태로 경기 영향이 우려되면서 올해 조기 추경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말들이 거듭 오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당장 정부는 이런 논의가 부담스럽다. 2020년 이른바 510조원이 넘는 슈퍼 예산을 편성해 놓은 상황에서 연초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게 달갑지는 않은 것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최근 추경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올해 예산안의 잉크도 아직 마르지 않은 시기라면서 추경을 논의할 때가 아니라는 답을 내놓기도 했다.

정부의 입장은 아직 변함이 없으나 결국 추경으로 이어지는 과정일 뿐이라는 진단이 많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선거를 앞두고 있어서 정부가 빨리 하려고 할 수 있는데, 이르면 2분기 정도 추경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여당 경제통, 그리고 '영남권 험지' 출마자들의 추경 주장

이달 들어 여당 정치권에서 추경이 필요하다는 얘기들이 나왔다.

우선 여당의 경제통으로 꼽히는 최운열 의원이 이달 초 추경을 거론했다. 최 의원은 코로나 사태에 따른 추경 편성 등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후엔 이번 4.15 총선에서 생존 여부가 불투명하다고 평가 받는 여당 의원들이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의 험지인 영남권에 출마하는 김부겸ㆍ김두관ㆍ김영춘 의원은 지난 12일 공동성명을 통해 추경 편성을 주장했다.

이들은 "신종 코로나로 인한 민생경제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서민경제의 어려움을 덜기 위한 범정부적 민생대책의 수립을 건의한다"면서 추경을 편성하자고 주장했다.

이들은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정부는 11.6조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했다. 당시는 법적 요건이 미비했으나 지금은 법 개정으로 명확하다"면서 "감염병은 재난기본법 3조에 사회재난으로 규정돼 있고, 국가재정법 89조엔 사회재난으로 인한 추경을 편성할 수 있게 돼 있다"는 근거를 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의 요구는 순수하게 이해되지도 않았고, 정부가 일단 기꺼이 요구를 받아들이지도 않았다.

득표에 도움만 된다면 뭐든지 하려는 게 정치인의 속성이긴 하지만 추경은 국회 처리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걸리는 문제다.

정부는 가용재원 3.4조원 규모의 예비비를 투입할 수 있으나 비상금 성격인 만큼 다 쓰기는 곤란하다. 아무튼 당장은 아니더라도 결국 시간이 좀 더 흐르면 추경은 힘을 받을 수 있는 구도다.
다만 현재 여당 내에서 추경을 강하게 밀어붙이기 힘든 상황이란 평가도 보인다.
여의도 정가의 한 관계자는 "당내에서 추경 얘기를 강하게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총선을 앞두고 혼란스런 가운데 조속한 추경은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물론 4.15 총선 결과에 따라 추경의 진로도 달라질 수 있다.

■ 논란 벌이다가 결국 편성되는 추경..올해 평소보다 빨리 편성될 가능성

당장 정부는 추경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부총리 말마따나 예산안 잉크도 채 마르지 않은 상황에서 추경을 거론하는 것은 어색하다.

더군다나 2020년 예산은 야당 등 많은 사람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편성한 510조원이 넘는 슈퍼 예산이다.

하지만 추경 얘기가 나오면 정부는 처음에 부인하다가 결국 본심을 드러낸다. 이러다 보니 정부가 추경을 부인하더라도 시장에선 잘 믿지 않는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만 그런 건 아니지만, 한국 정부는 이제 추경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나쁜 버릇이 들었다"면서 "초대형 예산안을 마련하고도 결국 코로나를 핑계로 추경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문재인 정부는 최초로 4년 연속 추경을 편성하는 정부가 될 것"이라며 "돈 많이 써서 재정건전성에 흠집을 내고도 성과는 미약한 정부로 기록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은행의 한 채권딜러는 "논란이 있지만 다음주를 포함해 상반기 금리인하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면서 "이후에도 경기 부양 논란이 그치지 않을 것이며, 하반기 정도에 평소처럼 추경을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는 재해나 천재지변, 경기부진 등을 이유로 내세워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일이 잦았다. 최근엔 마치 연례행사처럼 돼버린 면도 있다.

최근 경기 부진 속에 지난해 법인세가 정부 예상보다 덜 걷혔고 그 부족분은 소득세, 그리고 간접세인 부가세를 통해 벌충해야 했다.

지난해 법인세는 2018년 실적을 바탕으로 예납한 뒤 올해 3월말에 최종 정산하기 때문에 작년의 부진한 기업실적을 감안할 때 최종 법인세 수입은 더 줄어들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코로나 위기를 '강조'하고 있어서 추경을 더 급하게 밀어붙일 여지가 있다는 평가도 보인다.

아울러 지금의 정부의 살림살이 장부엔 여유가 없어 추경 시 적자국채를 발행해야 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2019년 결산상 세계잉여금은 2.1조원에 그쳤고 그나마 특별회계여서 당겨서 쓸 돈이 없다.

■ 추경을 한다면 그 규모는 어떨까

추경을 논하는 게 시기적으로 빨라 보이긴 하지만 코로나 사태에 대한 대통령의 '비상경제시국' 인식 등을 감안할 때 예상보다 빨라질 것이란 관점도 적지 않다.

이런 가운데 벌써 추경 규모를 추정해보는 모습도 보인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예년에는 법인세가 최종 확정돼 세수 부족이 가시화되는 4월부터 논의되는 게 일반적이었으나 지금은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시급성과 여당의 강한 요구로 추경이 보다 당겨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경편성 시 적자국채로 조달할 때 재정승수가 가장 높다고 보면서 그 값을 0.3 정도로 추론했다. 따라서 0.44% 정도의 성장률 하락을 막기 위해선 GDP대비 1.5%(0.44%/0.3)의 적자국채 발행이 요구된다고 분석했다.

전염병으로 인해 중국 성장률이 1.0~1.5% 하락한다고 본다면 한국의 성장률은 0.35~0.53%(0.44%) 정도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를 막기 위한 자금은 2019년 경상GDP 기준 26조원 정도라는 것이다. 하지만 야당이 이런 정도의 규모를 용납하기는 어렵다.

문 연구원은 따라서 "예년 추경 편성 경험에 비춰 봤을 때 추경 총 금액은 GDP의 0.7% 전후인 10~15 조원, 적자국채 발행은 7~12조원 정도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어 "과거 한국 금리와 가장 높은 상관성을 가진 독일 국채 금리와 추경 당시의 국고채 금리 흐름을 비교할 때 10조원의 추경은 10년물 기준 독일 국채 대비 7~10bp 가량의 추가 금리 상승효과를 가져왔다"고 덧붙였다.

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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