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올해부터 합성 ETF(상장지수펀드) 상장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합성 ETF는 실물 주식 및 채권에 직접 투자하는 일반 ETF와 달리 자산운용사가 증권사와 스왑(Swap·교환) 계약을 맺어 증권사로부터 기초지수의 수익률을 제공받는 방식으로 운용하는 상품이다. ‘합성’은 인위적으로 수익률을 만들어낸다는 의미로 실물 투자와 구분하기 위해 붙여진 말이다. 주로 직접 투자가 어려운 해외 지수에 투자하며, 거래 증권사 부도로 수익률 지급이 중단될 가능성이 있어 상대적으로 투자위험이 높다.
거래소는 최근 2~3년간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합성 ETF 상장을 제한해왔으나 최근 급증하고 있는 해외 상품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다시 상장을 재개하기로 했다.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거래소 제공 |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거래소는 자산운용사 ETF 담당 관계자들과 만나 올해부터 합성 ETF 상장을 적극 허용하겠다며 상장을 준비할 것을 장려하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지난해 해외주식 직구 열풍이 부는 등 해외 상품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에서도 다양한 해외 상품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합성 ETF 상장을 재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합성 ETF는 ETF 시장이 본격적으로 커지기 시작한 2013년부터 국내 주식시장에 등장해 2017년까지 성장세를 이어왔다. 지금까지 상장된 합성 ETF는 총 45개로 전체 ETF 450개의 10%다. 합성 ETF는 시차와 비용, 복잡한 구조 때문에 직접 투자가 어려운 해외 지수에 투자할 때 주로 활용된다. 멕시코MSCI 지수나 중국 CSI300 지수에 투자하는 ETF가 대표적이다.
국내에 없는 다양한 테마 지수에 투자해 상품을 차별화할 수 있고 수익률도 양호해 2014년에는 신규 상장 ETF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할 만큼 인기를 끌었다. 국내 합성 ETF 45개의 최근 1년 평균 수익률은 15.8%를 기록했다.
합성 ETF는 실물자산에 직접 투자하는 일반 ETF와는 운용방식이 다르다. 일반 ETF는 코스피200 지수를 추종할 경우 투자자로부터 받은 자금을 해당 지수에 편입돼있는 종목에 그대로 투자해 추종 지수와 비슷한 수익률을 낸다. 합성 ETF는 직접 투자가 어려운 해외 지수에 투자할 때 인프라가 잘 갖춰진 증권사에 투자금과 운용 수수료를 지불해 운용을 맡기고 해당 지수와 비슷한 수익률을 제공받는다.
예를 들어 ‘KBSTAR 글로벌4차산업ITETF(주식-파생형)(합성 H)’는 직접 투자가 어려운 해외 4차산업 관련 IT종목만 모아 놓은 지수에 투자하는 합성 ETF인데 KB자산운용과 계약을 맺은 증권사는 운용사 대신 해당 지수와 관련된 상품에 투자하고 환헤지를 해 비슷한 수익률을 만들어 운용사에 제공한다.
다만 이 방식은 거래상대방인 증권사에서 부도가 날 경우 수익률을 제공받지 못하는 투자위험이 있다. 또 계약을 맺은 증권사에 운용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실물에 투자하는 일반 ETF보다 운용 보수가 높은 경우도 있다.
이 같은 투자위험 때문에 거래소는 2018년부터 합성 ETF의 상장을 중단했다. 2018년에 상장된 합성 ETF는 ‘한국투자KINDEX멕시코MSCIETF(주식-파생형)(합성)’ 1건이었고 2019년에는 단 1건도 상장되지 않았다. 거래소 관계자는 "당시 금융위기를 경험한 유럽 금융시장에서 합성 ETF를 제한하는 바람이 불면서 거래소도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상장을 자제하자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했다.
자산운용업계는 거래소의 결정을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최근 ETF 상품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상품을 다양화할 수 있는 활로 개척이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당장 준비하고 있는 상품은 없지만 올해부터 가능성을 열어두고 합성 ETF 상장을 준비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거래소가 무분별한 상장을 막기 위해 ‘직접 투자가 어려운 상품에 한해서만 상장을 허용한다’는 조건을 내걸면서 인력과 투자 인프라가 풍족한 대형 자산운용사보다는 중소형 자산운용사가 합성 ETF 상장에 더 유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대형사들은 웬만한 해외 지수에는 직접 투자를 할 수 있는 인프라가 있기 때문에 거래소에선 직접 투자를 권해왔다"며 "이번에 거래소 분위기가 전향적으로 바뀐 만큼 대형사들도 쉽게 합성 ETF를 상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경민 기자(sea_throug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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