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실적 직격탄… 무급휴직·임금반납 등 카드 꺼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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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 보이콧 재팬, 홍콩 사태 등으로 실적부진에 시달린 항공업계가 잇따라 무급휴직, 임금반납 등의 자구책을 내놓으며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서고 있다. 문제는 올 들어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상반기 실적도 기대할 수 없게 됐다는 점이다.
항공업계, 지난해 실적 ‘처참’… ‘보이콧 재팬’에 휘청
1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실적을 발표한 항공사들은 일제히 마이너스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과잉 공급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보이콧 재팬’으로 인한 일본 여행 수요 감소, ‘홍콩 사태’ 등 악재가 줄이으면서 여객 수요가 크게 줄어든 탓이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화물 물동량 감소도 영향을 끼쳤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연결 재무제표 기준 대한항공의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2조6918억원, 2619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각각 2.5%, 59.1% 줄어들었다. 아시아나항공 또한 지난해 연결기준 3683억원의 영업손실을 내 전년 351억원 대비 적자폭이 10배 가량 늘었으며, 당기순손실도 6727억원으로 전년 963억원 대비 7배 늘었다.
저비용항공사(LCC)들도 일제히 적자로 돌아섰다. LCC업계 맏형인 제주항공은 34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적자 전환했다. 지난 2010년 이후 9년 만에 연간 기준 첫 적자다.
업계 2, 3위인 진에어와 티웨이항공도 지난해 각각 영업손실 491억원, 192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국토교통부의 제재로 1년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진에어는 국제선 노선 점유율 등에서 3위였던 티웨이항공에 2위 자리를 내주는 뼈아픈 역전을 당했다.
이 밖에 에어부산도 505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10년만에 적자 전환했으며, 비상장사인 에어서울과 이스타항공의 적자도 거의 확실시 되는 분위기다.
항공업계의 전반적인 실적 악화는 지난해 3분기부터 이어진 ‘보이콧 재팬’의 영향이 가장 컸다. 이로 인해 단거리 노선 여객 수요가 줄었고, 항공사마다 자구책으로 탑승률을 채우기 위해 운임을 공격적으로 낮추면서 실적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돌파구라 여겼던 동남아와 중화권 등 단거리노선에서도 출혈경쟁은 반복됐다.
상황이 이쯤되면서 항공사들은 고강도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18일 아시아나항공은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함과 동시에 전 임원이 일괄 사표 제출이라는 초강수를 꺼내들었다.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사장은 급여의 40%를 반납하기로 했으며, 이외 임원들도 직급에 따라 급여의 20~30% 반납하기로 했다. 전 직원 대상으로 10일간의 무급휴직도 실시한다.
전날에는 진에어가 창립 이래 첫 무급휴직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 밖에 티웨이항공, 에어서울 등도 희망자를 대상으로 단기 휴직을 실시하기로 했으며, 제주항공의 경우 경영진이 임금 30% 이상을 반납하고, 무급휴가제도의 대상 범위를 기존 승무원에서 전 직원으로 확대하기로 하는 등 고강도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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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상반기 오리무중인데… “정부 지원책도 실효성 낮아”
문제는 올 들어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계의 상황이 시계제로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상반기 실적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경우 1월 초 59개 노선 주당 540여회였던 운행 횟수는 지난주 기준 26개 노선 160차례로 70%나 줄었고, 국내 여행도 마찬가지로 이용객이 급감하면서 3000원대까지 떨어진 김포발 제주행 편도 항공요금도 등장했다. 지난 1일부터 6일까지 제주국제공항 이용객은 25만8000명을 밑돌아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할 경우 반토막이 난 것으로 집계됐다.
대형사들은 유럽 등 대체 노선을 마련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한계가 명확하고, 수요가 단기간에 살아나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장거리 노선의 수요 급감도 우려된다.
여기에 정부가 고사 직전의 항공업계를 위해 내놓은 긴급 지원책의 실효성이 낮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는 앞서 17일 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코로나19 대응 항공분야 긴급 지원 대책’을 내놨다.
예컨대, 유동성 부족을 겪는 LCC에게 최대 3000억원의 융자를 지원한다는 정책의 경우 금액도 부족하거니와, 산업은행이 대출금을 내주는 데 필요한 심사기간 역시 3개월 가량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체감이 어려울 것이란 반응이다.
또한, 중국과 일본 노선의 대체 노선 배분과 관련해 정부가 제시한 유럽ㆍ중앙아시아 등의 경우 LCC는 운항에 제약이 있어 이 또한 실효성이 낮다는 주장이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과거와 달리 발 빠르게 지원책을 내준 점에 대해서는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다만 정책이 두루뭉술하고 모호한 부분이 있어 답답한 부분이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LCC 관계자 또한 “여행업 등 다른 산업도 어려운 상황에서 항공업에만 막대한 수혈을 기대하기는 어렵겠지만 3000억원으로는 턱도 없다”며 “대출금에 심사기간이 3개월이 걸린다고 하는데 고비를 잘 넘길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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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저점 이후 상황 나아질 것… 도쿄올림픽 등 기회”
상황이 이쯤 되면서 항공업계는 상황이 언제쯤 호전될 것인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4월 저점을 찍고 이후 반등이 가능해 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중 무역합의 타결로 인한 항공 화물량 회복과 도쿄 올림픽이라는 이벤트를 기대해볼 수 있어서다.
김유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종 코로나의 확산 속도나 감염자 수가 과거 수준을 웃돌고 있기는 하지만 1분기 내에 사태가 완화된다면 하반기에는 여객과 화물 수송량의 회복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준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도쿄 올림픽을 계기로 한일 관계가 개선될 가능성도 크다”며 “황금노선인 일본노선의 수요 회복은 LCC 업체들의 실적 개선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성봉 하나금융투자 연구원 또한 “지난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ㆍSARS)의 경우 확산세 둔화로부터 2개월이 지난 시점부터 여객ㆍ화물 수요가 회복세로 전환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4월을 바닥으로 회복세로 전환될 것”이라고 전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항공업계는 지난해부터 악재가 줄줄이 겹치면서 유례없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과거에도 사스, 메르스 등의 전염병이 발생한 전례가 있지만 단일 이슈였지 이번처럼 악재가 겹친 적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항공업계의 자구노력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는 만큼 정부가 나서 업계의 묵은 과제들에 대해서도 적극 해소 검토해줬으면 한다”며 “항공기 등록 취등록세 감면이라던가 부품관세 면제 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당장 숨넘어가는 상황에 단비를 뿌려주는 것 외에도 장기적 경쟁력 강화 방안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항공업계의 상황은 4월 정점을 찍고 나면 좀 나아지지 않겠느냐”며 “하반기 들어가기 전에 나아지지 않겠느냐. 그렇게 돼야 한다. 장기화 될 경우 업계 재편을 넘어서서 심각한 구조조정 있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 덧붙였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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