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 강남구 한 부동산 중개사무소.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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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에 한 번씩 열리는 국회의원 선거는 한때 전국의 부동산 시장을 들썩이게 하는 대형 이벤트로 통했다. 여야 할 것 없이 표심을 잡기 위해 부동산 활성화 대책을 쏟아내고 후보들도 출마 지역의 개발 공약을 앞다퉈 내놓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총선 특수’는 커녕 ‘총선 한파’가 몰아칠 기세다. 정부가 작년 말에 강력한 부동산 규제 카드를 꺼내든 터라 부양책이 나올 가능성이 사실상 없는 데다 오히려 총선을 앞두고 서민층의 주거복지를 위해 더 강한 규제가 등장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전문가들 역시 이번 총선 시즌에는 부동산 시장의 관망세가 더욱 짙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다만 재건축이나 추가규제 등 국지적인 변수에 따라 일부 지역의 가격이 요동칠 가능성도 점쳐진다.
◇“총선 ‘특수’보단 ‘한파’ 주의해야”
17일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주택매매시장 소비자심리지수는 전월 대비 20.1포인트 떨어진 124.5였다. 지난해 6월 이후 최저치다. 부동산 거래에 나서는 사람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전월 대비 주택 매매가 줄어들었다고 응답한 중개업소는 51.2%(‘다소 감소’ 32.0%, ‘매우 감소’ 19.2%)에 달했다. 반면 거래가 ‘매우 증가’했다고 응답한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매수 절벽이 원인이었다.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10일 기준 서울 강남지역 매수우위지수는 91.7로 전주 대비 3.2 하락했다. 매수우위지수가 100 미만이면 매도자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장의 체감은 이보다 크다. 양천구 목동 공인중개사무소 대표 B씨는 “12월 초와 비교하면 현재는 매수 문의가 없다”며 “적어도 두 달 정도는 이런 분위기일 것 같다”고 밝혔다.
이 같은 분위기는 지난해 12ㆍ16 부동산 대책 이후 줄곧 이어지고 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A씨는 “4월에 다시 찾아오겠다며 발길을 돌린다”고 말했다. 매수자 문의 전화는 끊겼고, 사무소를 찾는 손님도 눈에 띄게 줄었다는 것이다. A씨는 “겨우 사무소까지 데리고 와도, 집 구경은 하지 않는다”며 “제21대 총선 전후에 나올 대책을 우선은 지켜보고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총선이 다가오면 달라지지 않겠냐”는 기대도 있다. 정치권이 표심을 의식해 규제를 완화할 수도 있다는 이유다. 실제로 여당에서는 아파트값이 폭등한 ‘수용성(수원, 용인, 성남)’을 겨냥한 정부의 부동산 추가규제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자유한국당은 주택담보대출을 완화와 분양가상한제를 폐지, 3기 신도시 전면 재검토 등을 일찌감치 부동산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사실 과거에는 총선이 부동산 시장을 큰 변수로 작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2008년 제18대 총선서 쏟아졌던 서울 뉴타운 공약이 대표적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선거가 있었던 그해 4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2.50% 상승했다. 반대로 모든 정당이 본격적으로 주거복지를 앞세웠던 2012년 4월 제19대 총선 당시에는 전월 대비 0.57% 떨어지며 하락폭이 확대됐다.
[저작권 한국일보]역대 총선시기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추이. 그래픽=강준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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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단지에선 공약이 변수될수도
하지만 올해는 다를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국토부는 이르면 20일 ‘수용성’ 과열 현상 대응방안을 발표할 예정인데, 작년 말 내놓은 강력한 규제 기조를 흔들림 없이 지속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정부가 ‘수용성’으로 퍼진 풍선효과를 잡겠다고 분명하게 밝혔기에, 한동안 들끓었던 경기 부동산 시장도 점차 숨 고르기에 들어갈 것”이라며 “총선이 끝나도 거래량이 회복되긴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서민층 주거복지가 쟁점으로 부상할 경우 전월세 상한제나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같은 더욱 강력한 정책들이 주목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서울만 봐도 절반 가량이 무주택자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총선은 집주인 입장에서 보면 호재보다 악재가 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지역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는 있다. 재건축아파트 조합원이 몰려 있는 서울 목동 지역이 대표적인 사례다.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9단지는 3월 정밀안전진단 발표가 예정돼 있다. 주민들은 조건부 재건축(공공기관 검증 필요)에 해당하는 D등급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말 목동 6단지가 받은 등급과 동일하다. 업계 관계자는 “목동 앞(1~7)단지가 먼저 한걸음 뗐으니, 이번에는 뒷(7~14)단지 차례라는 말이 파다하다”며 “다만 총선 이후에는 재건축 논의가 은근슬쩍 사라질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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