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수아 삼성액티브자산운용 밸류본부장(CIO)은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한국 주식이 얼마나 저(低)평가 상태인지를 수차례 강조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같은 반도체 대형주를 제외하고 상당수 기업의 주가가 지나치게 낮다는 것이다. 특히 시가총액 100위 밖의 중소형주 중에 "매력적인 회사들이 아주 많다"고 했다.
20여년간 펀드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민 본부장은 작지만 기술력이 뛰어나 잠재성이 높은 중소형주를 발굴하는 데 일가견이 있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민 본부장이 2007년부터 운용하고 있는 삼성중소형포커스 펀드(약 5500억원)는 설정 이후 누적수익률이 107.8%에 달한다. 이 펀드가 2008년 이후 올해까지 13년간 연간 코스피 지수 증감률 대비 수익률이 낮았던 적은 지난해와 2016년 두 차례밖에 없다.
◇"한국 주식, 지나친 저평가 상태"
올해 증시 전망을 묻자 민 본부장이 가장 먼저 꺼내 든 것은 국내외 주식, 원자재, 국채 및 회사채 등 13개 주요 투자 자산군의 연도별 수익률 순위가 빼곡히 정리된 표였다. 민 본부장은 지난해와 2018년 순위에서 최하단에 위치한 '한국 주식'을 가리키며 "아무리 좋은 자산도 가격이 너무 비싸면 투자 측면에서 좋을 수 없다. 지금 한국 주식의 가장 큰 매력은 저평가 상태라는 것"이라고 했다.
민수아 삼성액티브자산운용 밸류본부장은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올해 국내 증시를 매우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민 본부장은 “한국 주식이 그간 지나친 저평가 상태였지만 올해는 글로벌 경기 회복세와 미·중 갈등 완화, 국내 기업 실적 반등 등으로 주가가 많이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액티브자산운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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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본부장은 한국 주식이 얼마나 저평가돼 있는지를 우리나라와 비슷한 경제·산업 구조를 가진 대만과 비교하며 설명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대만의 중형주들은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 증가율이 각각 -4.3%, -14.3%로 부진했지만 주가는 20%나 상승했다. 반면 코스피 중형주는 10.1% 하락했는데, 해당 기업들의 매출액 및 영업이익 증가율은 각각 -3.76%, 0.64%였다. 대만 중형주보다 훨씬 나은 실적을 냈음에도 국내 중형주 가격은 곤두박질친 것이다. 대형주도 사정은 비슷했다. 지난해 대만의 대형주가 29.8% 상승하는 동안 국내 대형주는 8.6% 상승하는 데 그쳤는데 실적은 오히려 국내 대형주가 훨씬 좋았다. 유독 한국 주식의 인기가 없었던 이유는 뭘까. 민 본부장은 외국인이 한국 경제를 안 좋게 보는 것과 정부 정책 영향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지난해 미·중 갈등이 격화되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를 신흥국 중에서도 특히 더 나쁘게 봤던 것"이라며 "대대적인 규제 완화 등 정부가 기업 친화책을 펴겠다는 신호를 시장에 적극 내지 못한 점도 부정적 영향을 줬다"고 짚었다.
◇"주식, 세상의 변화에 투자하는 것"
민 본부장은 올해 국내 증시를 밝게 보고 있다. 저평가 상태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글로벌 경기가 반등 흐름을 보여주고 있고, 올해 국내 기업 실적 전망도 매우 좋다는 것이다. 민 본부장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경기선행지수가 최근 바닥을 치고 올라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미·중 갈등도 1단계 합의가 됐고, 중국의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도 풀린 상태"라고 했다. 국내 기업 중 지난해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낸 곳이 많은 것과 신흥국 제조업 반등 신호 중 하나인 구리 가격이 최근 상승하고 있는 것도 긍정적 모멘텀이다. 민 본부장은 "신종 코로나 감염증 사태도 과거 사례와 비교하면 시장에 충격을 주는 기간이 길어야 한 달 정도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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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본부장은 주식 투자를 "세상의 변화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민 본부장이 최근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세상의 변화는 '새로운 에너지원'의 출현이다.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되면서 신재생,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수요가 늘고 결국 이 에너지들이 세상을 바꿀 것으로 보고 있다. "2차전지, 신재생에너지 관련 회사 주가가 많이 오르고 있어요. 각국 정부도 관련 산업 육성에 막대한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에너지는 주거 형태부터 IT 산업에 이르기까지 우리 주변 거의 모든 것에 영향을 줄 것이고 이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기업을 눈여겨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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