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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칼 빼든 국민연금… 56社 "우리 지금 떨고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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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주주총회를 앞둔 국내 대기업들에 국민연금 주의보가 발령됐다. 국민연금공단이 최근 상장사 56곳에 대해 배당 확대와 지배 구조 개선 등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지분을 5% 이상 보유한 기업은 총 313곳이다. 이 중 18%인 56사가 '1차 타깃'이 된 것이다. 국민연금이 업계 영향력이 큰 대기업에 화력(火力)을 집중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연금 56사 타깃으로 삼아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최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등 주요 상장사 56곳의 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일반 투자'로 변경했다. 지난해 9월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5% 룰(주식 대량 보유 보고 의무)' 완화 방안이 이달부터 시행된 데 따른 조치다. 5% 룰은 특정 기업 지분을 5% 이상 보유한 경우, 보유 현황 및 목적 등을 자세히 보고해야 하는 제도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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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룰 개정의 핵심은 '경영권 참여'와 '단순 투자' 등 2가지뿐이던 투자 목적이 3가지로 늘어난 것이다. 새로 추가된 '일반 투자'는 배당 및 지배 구조 개선을 위해 국민연금이 적극적 역할을 하더라도 이를 경영권 참여 목적으로 보지 않겠다는 내용이다. 과거에는 지배 구조 개선 관련 주주 제안과 같은 적극적 활동은 '경영권 참여 목적'으로 보고 공시 의무를 강화했다. 경영권 참여 목적으로 공시하지 않으면 주총에서 적극적인 주주 권한을 행사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임원의 선임·해임 같은 강도 높은 주주 제안만 하지 않는다면 '일반 투자'로 분류돼 상세 보고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재계와 증권가에서는 국민연금이 이번 주총에서 기업에 대한 요구 강도를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기업에 목소리를 낼 필요가 없었다면 굳이 이번에 투자 목적을 변경할 필요가 있었겠느냐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이 해당 기업들에 배당 확대와 지배 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물론 실적 부진과 재무 구조 악화의 책임을 묻고, 사업 및 투자 계획에 이의를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이 아직 내부 전문위원회 인적 구성이 마무리되지 않아서 이번 주총에서는 주주 제안과 같은 적극적 의사 표시를 하기는 어려워졌지만 투자 목적 변경 대상에 포함된 것만으로도 기업들은 부담을 느낄 것"이라며 "주총에 올라온 안건에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지는 비율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배당 확대, 지배 구조 개선 요구하고 실적 부진 지적할 듯

본지가 국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에 의뢰해 56사의 잠재 리스크(위험) 요인을 분석해보니 낮은 배당성향과 관련된 기업이 가장 많았다. 애널리스트들은 국민연금이 금호석유, 대림산업, 하나금융지주, 한세실업, 현대백화점, 화승엔터프라이즈, KCC 등의 기업에 배당 확대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했다. 지배 구조 및 이사 선임 관련 리스크가 있는 기업으로는 대림산업, 롯데케미칼, 만도, 카카오, 현대차그룹 등이 꼽혔다. 카카오의 경우 국민연금이 사외이사 선임을 반대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롯데케미칼의 경우 최근 대법원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신동빈 회장의 거취에 대해 국민연금이 의견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 대림산업은 이해욱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에 국민연금이 반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 밖에 LG화학 등은 실적 부진을, 현대제철과 KCC 등은 재무 구조 악화와 관련해 지적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삼성생명의 경우 삼성전자, 삼성카드, 삼성증권 등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지분의 가치평가 방법론에 대해 국민연금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은 "56사는 'KOSPI200'에 포함되는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이라며 "주주 가치를 제고하려면 기본적으로 유보 현금이 충분해야 하기 때문에 규모가 어느 정도 있는 기업들 위주로 선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지섭 기자(oasi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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