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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경로 모르는 노부부 확진자… 불안한 종로, 골목골목 방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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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폐렴 확산]

29번 환자의 아내까지 감염 확인… 누가 누구에게 옮긴건지 파악못해

29번, 증상 발현후 9번 병원 방문

전문가 "지역사회 전파, 상황 엄중"

요양병원 1470곳 간병인 전수조사

서울 종로구에 거주하는 노부부가 지난 16일 우한 코로나 감염증(우한 폐렴) 29·30번째 확진자 판정을 받으면서 "이미 지역사회 전파 단계에 들어선 게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앞서 감염 경로를 추정할 수 있었던 확진자들과 달리 해외여행도 다녀오지 않았고 기존 확진자 28명의 접촉자로도 잡히지 않았던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보건 당국의 감시망을 벗어난 감염자가 지역사회에 퍼졌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 중앙사고수습본부장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17일 중앙사고수습본부 자문특보단과 간담회를 갖고 지역사회와 의료기관을 통한 감염 확산을 저지하기 위한 방역 대책을 논의했다.

감염 원인 모르는 29번… 증상 발현 후 병원만 9번

조선일보

국내에서 우한 코로나 감염증으로 29·30번째 확진 판정을 받은 부부의 거주지인 서울 종로구 일대의 한 골목길에서 17일 오후 눈이 내리는 가운데 방역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연합뉴스


질병관리본부는 17일 정례 브리핑에서 29번 확진자 동선 일부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29번 확진자는 증상 발현 시점으로 추정되는 지난 5일 이후 확진 판정을 받을 때까지 11일간 병원만 9차례 방문했다. 질본은 "29번 확진자와 접촉한 것으로 확인된 의료진과 약사, 환자 등 114명이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하지만 질본은 29·30번 확진자가 누구에게서 감염됐는지는 답을 내놓지 못했다. 정은경 질본 본부장은 "두 사람이 (지역사회에서) 같은 감염원에 노출된 것인지, 30번 확진자가 남편인 29번 확진자에게 감염된 것인지 두 가지 가능성을 열어놓고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29·30번을 포함해 지난달 20일 첫 확진자가 나온 뒤 17일까지 서울 종로구에서만 5명의 확진자가 나오면서 종로가 '수퍼 확진지'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 "지역사회 전파 인정하고 전략 바꿔야"

현 상황을 지역사회 감염 단계로 보게 되면, 정부는 감염병 위기경보를 현 '경계'에서 '심각' 단계로 올려야 하고, 현 방역 전략도 전면 수정할 공산이 크다. 하지만 보건 당국은 "29·30번 확진자가 나왔다고 당장 지역사회 전파라고 단언할 수 없어 29·30번 확진자의 역학조사 결과를 본 뒤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엔 "정부의 상황 판단이 우려스럽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09년 신종 플루 사태 때는 국내 첫 확진 환자가 발생한 지 69일 후 지역사회 감염 환자가 처음 등장했다. 반면 우한 코로나 감염증은 첫 확진자가 발생하고 27일 만에 지역사회 감염이 추정되는 29번 환자가 발생했다.

신종 플루 사태 때 전염병대응센터장을 맡은 전병율 차의과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이번에는 중국에서 사람이 많이 들어오면서 지역사회 감염이 훨씬 더 빨리 왔다"며 "정말 심각한 일이고 엄중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보건 당국은 일단 전국 1470여개 요양병원을 대상으로 종사자와 간병인의 중국, 홍콩, 마카오 여행 이력을 전수 조사하기로 했다. 중국 등 우한 코로나 오염 지역을 방문한 사람을 14일간 업무에서 배제했는지도 조사 대상이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지금이라도 코로나 환자 조기 감시 체계를 구축하고 검사 범위도 대폭 확대해야 한다"면서 "중국 등 발병 지역에 대한 입국 제한 조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9·30번 확진자 발생은 지역사회 감염의 초기 신호가 나타나는 단계로 볼 수 있지만, 역학조사를 통해 지역사회 전파가 확실한지는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지역사회 전파가 강력히 의심되지만, 그 가능성만 가지고 당장 정부가 대책을 바꾸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배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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