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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서울 서대문·마포 지역 식당에 수상한 전화가 걸려 왔다. 수화기 너머의 남성은 다짜고짜 자신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환자라고 밝혔다. 이틀 전 다녀간 뒤 감염됐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러더니 “돈을 안 주면 식당에서 밥 먹은 사실을 질병관리본부에 알리겠다”고 협박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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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본 신고한다"며 500만원 요구
예방차원에서 공개하는 신종코로나 환자의 동선을 악용한 것이다. 최대 500만원을 요구했다고 한다. 확진자가 격리병상에서 치료를 받지 않고 전화를 건 점을 수상히 여겨 요구를 그냥 무시한 곳도 있고, 실제 확인하느라 잠시 영업을 중단한 곳도 있다.
두 명의 식당 주인은 경찰에 신고까지 했다. 경찰은 공갈미수 혐의를 적용해 이 남성을 추적 중이다. 전화번호를 확인해보니 명의가 달랐다. 대포폰을 쓰는 치밀함을 보였다.
서대문에서 분식점을 운영하는 손모(30대 후반)씨는 “우리 같은 사람을 겨냥한 신종 코로나 사기에 요즘 마음을 놓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서울과 수도권 지역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을 기록한 13일 서울 종로구 도심 일대가 뿌옇게 흐린 가운데 전광판에는 신종코로나 감염 주의 안내방송이 나오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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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힘든 자영업자 괴롭혀
신종 코로나 여파로 가뜩이나 어려운 자영업자들을 상대로 사기행각을 벌이거나 갑질을 하는 경우도 있다. ‘확진자가 OOO 식당을 갔다더라’ 식의 허위사실 유포도 자영업자의 힘을 빼기는 마찬가지다. 이들 사이에선 “울고 싶은데 뺨 때린다” “엎친 데 덮쳤다”라는 반응이 나온다.
특히 음식점의 위생관리에 대한 불안감은 지나친 소비자 권리요구로 이어진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최근 이와 관련한 고충이 담긴 글이 올라왔다. 음식점을 운영한다고 주장한 글쓴이는 손님들로부터 “마스크 안 끼고 조리하는 것 아니냐” “중국산 재료 닿은 것 아니냐” 등의 불만과 항의를 빈번하게 접한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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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불안감 갑질로 이어져
종로의 한 카페는 요즘 매장을 찾는 고객들의 일회용 컵 요구에 난감해하고 있다. 환경정책에 따라 매장에서는 일회용 컵 사용이 일절 금지돼 있지만 “제대로 씻기나 하냐”며 커피를 일회용 컵에 달라고 떼를 쓴다는 것이다. “다른 곳은 되는데 왜 안 되느냐”는 항의는 늘 따라 다닌다. 실제 경기도 파주시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한시적으로 일회용품 사용을 허용한 곳도 있지만 종로는 아니다.
한줄의 허위사실에 음식점은 상당한 타격을 입는다. 앞서 이달 초 경기도 남양주·구리지역에서는 “구리 코로나 확진자가 남양주시의 A음식점에서 술을 마셨다”는 내용의 허위사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유포됐다. 해당 음식점은 손님의 발길이 뚝 끊겼다. 또 문의전화에 시달려야 했다. 경찰은 업무방해 등 혐의로 수사 중이다.
'충북 옥천군이 신종코로나 확산으로 어려워진 지역 식당을 돕기 위해 직원들의 '외식하는 날'을 확대 운영한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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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기미 보이지 않는 매출
이런 와중에 매출은 회복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하소연한다. 서울의 한 마라탕집에서 일하는 직원 김모(37)씨 얼굴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김씨는 “코로나 터지고 나서 하루 평균 매출이 70%가량 줄었다”며 “사람들이 아예 바깥을 안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근의 베트남쌀국수 음식점도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다. 이 음식점 직원은 “요즘 관광도 많이 줄면서 매출이 반토막 났다”고 말했다.
박현주·김민욱 기자 park.hyu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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