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하위권에 머물던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이 최근 여론조사에서 3위로 급부상했다. 7일 민주당 TV토론회에서 3선 정치인의 노련함과 재치, 검사 출신 다운 날카로운 언변으로 부동층 유권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지난 7일(현지시각) 열린 ABC방송 주최 민주당 대선후보 TV토론회 이후 지지율이 급상승 하고 있는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 / 에이미 클로버샤 페이스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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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현지시각) 민주당 두번째 경선지인 뉴햄프셔 예비선거(프라이머리)를 하루 앞두고 보스턴글로브가 민주당원 5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 클로버샤는 14%의 지지율로 샌더스(27%), 부티지지(19%)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불과 사흘 전 같은 기관의 여론조사에서 클로버샤는 지지율이 한자릿수에 그쳐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과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 이어 5위였다.
클로버샤의 주가는 7일 토론회 이후 급상승하고 있다. CNN은 토론회가 끝난 후 승자로 부티지지와 클로버샤를 꼽았다. 부티지지가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예상 밖의 1위라는 성적을 거두며 언론의 주목을 한몸에 받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토론 자체로 평가했을 때 진정한 위너는 클로버샤인 셈이다.
클로버샤는 연설에서 미국인들의 존경을 받았던 한 몸에 받았던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을 치켜세우면서 "(루스벨트 대통령과는 달리) 지금 백악관에 있는 남자에겐 공감능력이 완전히 결여 돼 있다"고 말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날선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CNN은 클로버샤의 이같은 멘트는 '완벽에 가까웠다(near-perfect)'고 평가했다.
이어 "만약 당신이 집세를 내기가 어렵다면 내가 당신을 위해 싸우겠다. 자녀 양육비와 장기 요양비 중 어떤 것을 내야 할 지 고민이라면 당신을 위해 싸우겠다. 냉장고를 채울 건지, 약을 처방 받을 건지 결정하기가 어렵다면 역시 싸우겠다"고 말했다.
클로버샤가 부티지지를 인기를 얻기 위해 워싱턴을 쫓는 '멋진 신인(cool newcomer)'이라고 비꼬면서, 워싱턴 정치인들을 모욕하긴 쉽지만 실제 직무를 맡아 리더십을 발휘하는 건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한 것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아직 정치 경험이 없는 부티지지를 조롱하며 선배 정치인들에 대한 존경을 표한 방식에 ‘노련했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토론회 이후 클로버샤의 선거 유세를 촬영하는 방송국 카메라가 많아졌고, 이틀 동안 300만달러(약 35억5000만원)의 선거 자금이 밀려 들어왔다. 클로버샤는 선거 유세 중 "아마 이미 들었겠지만, 우리는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오와에서 4위라는 저조한 성적을 기록한 바이든이 실언으로 구설수에 오른 것도 클로버샤에겐 득이 됐다. 바이든은 9일 뉴햄프셔 유세에서 한 여대생이 "왜 유권자들이 바이든이 대선에 이길 수 있다고 믿어야 하느냐"고 묻자 "이 거짓말하는 개의 얼굴을 한 조랑말 병정(dog-faced pony soldier)"이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온건파 후보로 평가 받는 클로버샤는 부동층 유권자의 표심을 잡으면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민주당 프라이머리에서 부동층 비율이 3분의1을 넘었던 주를 중심으로 선거 활동을 공격적으로 하고 있다. 두번째 경선지인 뉴햄프셔는 전통적으로 부동층이 두터워 미 대선 주요 경합주로 분류된다.
그는 유세 기간 내내 민주당 다른 후보를 비판하는 대신 본인이 트럼프와 대적할 상대라고 강조하며, 약값 인하, 기반시설 개선, 약물 중독과 정신건강에 대한 치료비 증가 등 공약을 강조하고 있다.
더힐은 클로버샤에게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는 '심판의 날(judgment day)'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클로버샤가 이번 경선에서 3위에 오르면 샌더스와 부티지지의 대안으로 평가받을 수 있지만 부진할 경우 후보 사퇴 압박을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현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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