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의존도 큰 韓 수출·투자 ‘직격탄’ / IB·경제硏 등 2% 밑도는 수치 예상 / 소비 부진도 회복 안 될 가능성 높아 / 경제활동 위축, 사스 때보다 클 듯 / 2020년 성장률 전망도 잇따라 하향 조정 / 정부, 2월 내 수출지원 대책 등 발표 / 상황 악화 땐 추경 가능성 배제 못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이 우리나라 경제의 핵심인 수출 증가율 전망도 어둡게 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설 연휴 때 인천신항에서 컨테이너 선적작업을 하는 모습. 뉴스1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이 한국의 올해 수출과 투자 증가율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우한 폐렴 여파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대로 떨어진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은 중국에서 수입하는 중간재 비중이 큰 데다가 이번 사태로 빚어진 소비 부진이 추후 완전히 회복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 주된 우려 요인으로 꼽힌다.
9일 블룸버그가 집계한 투자은행(IB)과 경제연구기관 등의 올해 한국 수출 증가율 전망치는 2월 응답 평균 2.1%로, 전월(2.3%)보다 0.2%포인트 내렸다. 가장 비관적인 전망을 한 곳은 옥스퍼드대 산하 연구기관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로 0.5%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외에 소시에테 제네랄과 JP모건 체이스가 각각 1.7%, 1.8%로, 2%를 밑도는 수출증가율을 예상했다. 이는 정부가 지난해 말 2020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제시한 3.0%보다 한참 낮은 수치다.
투자 관련 전망도 한 달 새 하향 조정됐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한국의 올해 투자 증가율 전망치는 1월 2.0%에서 0.1%포인트 낮은 1.9%로 주저앉았다. 홍콩상하이은행(HSBC)과 스탠다드차타드가 각각 0.8% 증가를 내다봐 평균 전망치를 끌어내렸다.
현대차 울산공장 전체가 휴업에 들어가면서 평소 울산공장 명촌정문으로 줄지어 출입하던 부품 차량이 없어 한산한 모습이다. 연합뉴스 |
무엇보다도 한국의 중국산 중간재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 위험요인이다. 중국산 중간재 수입 차질로 한국 산업이 받은 타격은 현대기아차, 쌍용차 등 국내 완성차 업체의 공장 가동 중단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핵심 중간재 수입 가운데 중국산 비중은 28.4%로, 베트남(41.6%)과 필리핀(30.8%)에 이어 3번째로 높다.
수출과 설비투자가 한국의 성장률을 견인하는 주요 동력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올해 성장률 전망 역시 어두워진 상황이다. 이미 일부 IB와 해외 연구기관은 한국의 GDP 성장률 전망치를 조정했다. 영국의 경제분석기관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성장률 전망을 2.5%에서 1.5%로 대폭 낮췄다. 조정 폭은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신흥국 가운데 3번째로 컸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경우에도 종전 2.2%에서 2.0%로 낮췄다. JP모건도 올해 성장률 전망을 2.3%에서 2.2%로 낮췄다.
이 가운데 한국은행이 27일 내놓을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1월 올해 한국 GDP 성장률을 2.3%로 제시한 바 있고, 정부는 지난해 말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올해 성장률을 2.4%로 지난해(2.0%) 대비 0.4%포인트 상향 전망한 바 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6일 부산 북항을 방문,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한 중국 수출관련 물류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
국내 민간 연구기관들도 우한 폐렴 확산으로 인한 글로벌 경제활동 위축 정도가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당시보다 더 클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GDP에서 중국의 비중이 2003년(4.3%)보다 지난해(16.3%) 4배 정도 커졌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의 홍준표 연구위원은 ‘중국 제조업의 글로벌 위상 변화’ 보고서에서 “중국 내 확진자 수가 늘며 글로벌 경제가 둔화할 수 있다는 예상이 심화하고 있다”며 이같이 예상했다.
정부는 우한 폐렴의 경제적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달 안에 수출지원 대책과 피해 우려 업종에 대한 맞춤형 지원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수출지원 대책에는 수출기업 경영애로 해소와 수출 다변화 지원 방안 등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또 피해가 예상되는 관광·외식·항공·해운 등에 대해서는 관광기금 특별융자 신규 지원, 긴급 경영안정 자금 확대, 특례보증 신규 지원, 고용유지 지원금 활용 등의 대책이 거론된다.
각종 대책에 필요한 재원은 예비비 3조4000억원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지만, 우한 폐렴 사태가 심각해질 경우 추가경정예산 카드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6일 “예비비도 남아 있고, 지금은 추경을 검토한 바 없다”고 거듭 밝혔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우한 폐렴이 우리 경제에 미칠 악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추경을 포함한 모든 대응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3년 사스 때는 7조5000억원,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때는 11조6000억원 규모의 재난·재해 추경이 각각 편성된 바 있다.
남정훈·김준영 기자, 세종=우상규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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