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비상 - 한시적 허용 서울역 매장 가보니 / 지역사회 전파 우려에 당국 지침 / 경계 단계 종료 땐 다시 규제 방침 / 시민들 “소독 문제로 걱정되긴 해 / 환경보호 중요하지만 허용 환영” / 공항·기차역 이외 매장 확대 놓고 / 서울시 “당국과 긴밀히 논의” 밝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예방을 위해 모든 음료를 일회용 컵에 제공해드립니다.”
우한 폐렴 확산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9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 서울역 역사 2층에 위치한 A카페의 주문대 옆에는 이러한 문구가 담긴 안내문이 게시됐다. 마스크를 쓴 카페 직원은 손님들에게 “우한 폐렴 때문에 일회용 컵으로 (음료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고, 대다수 시민들은 별다른 거부감 없이 이에 동의했다. 평소에는 음료를 외부로 가져가는 고객에게만 일회용 컵이 제공됐지만, 이날은 다회용 컵 사용으로 인한 우한 폐렴 전파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매장 내 고객에게도 일회용 컵으로 음료가 제공된 것이다.
9일 오후 서울 용산구 동자동 서울역 내 한 카페에 매장 내 일회용 컵 제공을 알리는 안내문이 놓여 있다. |
감기에 걸린 딸과 함께 카페를 방문한 안모(42)씨는 “소독 같은 것 때문에 (다회용 컵은) 걱정이 된다”며 “일회용 컵을 사용하는 게 아무래도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특히 17번 환자가 설 연휴 기간 서울역 내 음식점을 다녀간 사실도 알려지면서, 이날 만난 시민들은 우한 폐렴 사태가 마무리될 때까지는 매장 내 일회용품 허용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환경부는 지난 1일 각 지방자치단체에 ‘국내외 출입이 빈번한 국제공항, 항만, KTX·기차역(공항·항만과 연계된 지하철 포함)에 위치한 식품접객업소에 대해 관할 지자체장이 판단해 일회용품을 한시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감염병에 대한 위기경보 단계가 ‘경계 수준’ 이상으로 발령되고, 각 시군구에서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일회용품 규제 대상에서 카페 등을 제외할 수 있다는 고시 내용을 바탕으로 내린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서울, 인천, 광주, 충북 청주·충주·옥천 등에서 이를 시행하고 있다”며 “경계 단계가 끝나면 원래 규제로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현행 자원재활용법은 카페 등 매장 내에서의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시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9일 오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 설치된 선별진료실 앞에서 의료진이 진료실을 찾아 문의하는 시민을 안내하고 있다. 뉴스1 |
우한 폐렴의 지역사회 전파를 우려하는 시민들은 매장 내 일회용품 허용을 반기면서도, 이러한 내용이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점은 아쉬워했다. 서울역에서 만난 박모(24)씨는 “(카페 내에서) 일회용품이 허용되는지 알지 못했다”며 “(현재 상황에선) 일회용품으로 제공하는 것이 아무래도 더 안전한 것 같다”고 말했다. 4년 넘게 카페에서 근무했다는 박씨는 “식기세척기 등이 비치된 카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있기 때문에 걱정이 되는 건 사실”이라며 “(일회용 컵 허용은) 필요한 조치”라고도 덧붙였다. 최모(30)씨도 “환경보호도 중요하지만, 지금 같은 때에는 바이러스 예방 차원에서 일회용 컵을 허용해주는 게 좋은 것 같다”고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김포공항과 (공항철도가 지나가는) 홍대입구역 등 및 KTX·ITX·SRT 연계역, 도심공항역 내의 업소에서 시행되고 있다”며 “자치구별로 일일이 통화하고, (업소에) 안내문 즉시 발송 및 현장 안내를 진행하도록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 업소들 외 전파 우려가 존재하는 매장으로까지 일회용품 허용을 확대할지에 대해서는 “현장에서 나오는 의견 등을 환경부에 전달하면서, 추가적으로 검토할 부분이 없는지 긴밀히 논의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강진·박지원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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