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 선호도 1·2위 맞대결
황, 여론조사선 절반 가까이 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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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출마 지역을 두고 장고를 거듭해온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7일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대선주자 선호도 1·2위끼리의 맞대결이 성사된 셈이다. ‘종로가 아니면 불출마하라’는 당 안팎의 압박에 ‘떠밀리듯’ 내놓은 출마 선언이지만, 곡절 끝에 성사된 ‘빅매치’에 대한 기대감에 4월 총선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도 달아오를 분위기다.
황 대표는 7일 오후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문재인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민심을 종로에서 시작해 서울, 수도권 그리고 전국으로 확산시켜나가겠다”고 밝혔다. 황 대표의 종로 출마 선언은 지난달 3일 ‘서울 험지 출마’를 공언한 지 36일 만에 나왔다. 황 대표는 “천길 낭떠러지 앞에 선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 결정 과정은 신중했지만, 결정된 이상 황소처럼 끝까지 나아가겠다”고 전의를 다졌다.
이날 황 대표가 회견에서 가장 자주 입에 올린 말은 ‘문재인 정권 심판’이었다. 그는 기자들과 문답하며 “종로 선거에서 이기려고 하는 상대방은 문재인 정권이다. 어떤 일대일의 경쟁이 아니고 문 정권과 저 황교안과의 싸움”이라고 강조했다. 자신의 종로 출마를 ‘차기 유력 주자끼리의 대선 전초전’이 아니라 ‘정권 심판을 위한 제1야당 대표의 희생적 결단’ ‘현행 권력과 대안세력의 대결’로 프레이밍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황 대표의 이날 선언은, 패배를 우려해 거물급 맞대결을 회피하다, 당 안팎의 압력에 밀려 출사표를 던진 것이란 인상을 지우기 어려워 보인다.
실제 최근 황 대표를 둘러싼 상황은 급격하게 나빠졌다. 수도권 출마 요구를 받아온 홍준표 전 대표는 영남권 출마를 고집하며 “현 대표는 꽃신 신겨 양지 보내고, 전 대표는 짚신 신겨 사지 보내느냐”고 조롱하기까지 했다.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도 황 대표의 종로 출마를 압박했다. 결국 당 공천관리위원회 안에서는 쇄신공천에 앞서 황 대표의 거취부터 결론지어야 한다는 견해가 힘을 얻었다. 급기야 무소속 이정현 의원이 지난 4일 기습적으로 종로 출마를 선언하고, 보수 통합 파트너인 새로운보수당의 유승민 의원의 서울 험지 출마 가능성까지 흘러나왔다. 시간을 더 끌다가는 ‘대선주자 황교안’의 이미지가 회복 불능의 치명상을 입게 될 처지였다.
황 대표의 출마 결정에 당내에선 “만시지탄이지만 다행”이라는 분위기다. 집권여당의 잇따른 실책에도 좀체 상황을 반전시키지 못하던 보수 야권에 반등의 모멘텀이 마련됐다는 것이다. 수도권의 한 한국당 의원은 “제1야당 대표가 이곳에 출마해 고난을 감수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만으로도 전체 선거판에 의미 있는 변수를 만들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황 대표의 측근들은 흔들리던 리더십을 다시 세우는 기회가 될 것이란 기대감을 내비친다. 한 중진 의원은 “살신성인의 용단을 내린 황 대표에게 누가 감히 돌을 던질 수 있겠나. 영남권 물갈이에도 힘이 실리게 됐다”고 평가했다.
물론 최근의 여론조사 수치로 본 민심 지형은 황 대표에게 녹록하지 않다. <에스비에스>(SBS)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에 의뢰해 지난달 28~30일 종로구 유권자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는, 이 전 총리와 황 대표의 가상대결에서 이 전 총리가 53.2%의 지지율을 기록해 26.0%에 그친 황 대표를 ‘더블 스코어’로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www.nesdc.go.kr 참조).
다만 전문가들은 실제 선거전에 들어가면 여론조사만큼 격차가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20대 총선에서 압승했다는 정세균 총리의 득표율도 52.6% 정도였다. 실제 선거에선 한쪽이 압도적으로 앞서지는 못할 것이다. 선거가 본격화하면 반문재인 세력이 황 대표 쪽으로 결집하게 된다”고 내다봤다. 한국당의 한 의원도 “역대 선거 결과와 유권자 지형을 보면 결코 보수 쪽에 불리한 지역이 아니다. 지더라도 명분을 쌓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종로는 황 대표에게 최선의 선택이다”라고 말했다.
황 대표의 출마 선언에 대해 이 전 총리는 입장문을 내어 “종로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선의의 경쟁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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