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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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제 유가가 급락하면서 이를 기초자산으로 한 DLS(파생결합증권) 손실 위험도 높아지고 있다. 대규모 손실 사태가 벌어진 독일 금리 연계 DLS처럼 유가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원금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유가 하락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많아 DLS 투자자들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4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일 대비 0.5달러(1.0%) 하락한 배럴당 49.6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 가격이 배럴당 50달러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1월 8일 이후 약 1년 만이다. 북해산 브렌트유는 전일 대비 0.49달러(0.9%) 떨어진 53.96달러로 마감했다. 브렌트유 역시 52주 신저가(최근 1년 내 최저 가격) 기록이다.
에너지 공급 증가와 수요 감소로 유가 하락세가 이어지는 와중에 중국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해 에너지 수요 위축 우려가 커 지면서 하락세를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으로, 이번 전염병으로 인해 중국 경기가 침체되면 원유 수요도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가뜩이나 올 겨울 전세계적인 이상 고온 현상 등으로 유가 약세가 지속되고 있었는데, 중국 수요마저 위축되면 하락 속도는 더 빨라질 수밖에 없다.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중국 증시가 폭락한 지난 3일 브렌트유 역시 6%대 폭락하며 이 같은 우려를 키웠다.
국제 유가의 하락은 이를 기초로 발행된 DLS의 손실 위험성을 키운다. DLS란 기초자산의 가격에 연동해 일정 기간 동안 기초자산 가격이 일정 가격 범위 안에 있으면 약속한 이자와 원금을 지급하는 금융상품이다. 주식보다는 비교적 안전한 수익구조에 연 5%대 이상 수익을 보장하면서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DLS는 주가, 원자재, 금리, 신용, 주식 등 다양한 자산을 기초로 하는데 국내에서 기초자산으로 많이 쓰이는 것 중 하나가 국제 유가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WTI와 브렌트유를 기초로 발행된 DLS 규모는 각각 1조8877억원, 1조4705억원이다. 기초자산별 순위로는 각각 4위와 5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통상 DLS는 6개월 단위로 기초자산 가격이 최초가격의 70~80% 이상이면 약속된 이자와 원금을 지급한다. 하지만 한 번이라도 녹인(knock-in, 손실 발생 구간)에 진입하면 만기 때 최종 가격에 따라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 상품마다 다르지만 보통 녹인 수준은 최초가격의 40~50%다.
지난해에는 대체로 유가가 약세여서 최근 하락이 큰 문제는 없지만, 유가가 고점일 때 발행된 DLS에는 경고등이 들어오고 있다. 유가의 최근 고점은 지난해 4월 23~25일과 2018년 10월 1~4일이다.
현재 유가는 지난해 고점 대비 약 20% 하락한 상태다. 녹인까지는 어느 정도 여유가 있지만 최근 들어 녹인 가격에 점점 다가가고 있다. 지난해 4월 발행한 삼성증권2570, 2571 DLS의 경우 현재 녹인 접근도는 50%대에 달한다. 녹인 접근도는 녹인 가격까지 접근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로 100%가 되면 녹인이다. 비슷한 시기 발행된 한국투자증권트루1406(DLS)이나 한화스마트649(DLS)도 50%가 넘는 녹인 접근도를 나타낸다.
이들 상품의 녹인 가격은 WTI가 32~33달러, 브렌트유는 37달러 선이다. 유가가 현재보다 약 30% 더 하락하면 손실 발생 구간에 들어간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향후 유가 하락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불리한 수급 여건을 개선할 만한 근본적인 상황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유가의 반전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제 유가의 추가 하락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며 "신종 코로나 사태가 아직 진정되지 않은 가운데 국제 유가 급락이 제어될 수 있는 방안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주요 산유국 모임인 OPEC(오펙) 플러스의 추가감산인데, 그럼에도 초과공급 국면이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며 "올해 국제 유가 가격 범위를 배럴당 42~63달러로 하향한다"고 설명했다.
손지우 SK증권 연구원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중후군) 당시와 비교하면 국제 유가 추가 하락도 가능하다"며 "장기 저유가 기조의 유지를 감안한다면 유가 반등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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