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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내 안에 살아 있는 유나 찾은 킴벌리 “유나는 나의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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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4년 전 유학 중 교통사고로 뇌사 판정을 받고 미국인 6명에게 새 생명을 주고 떠난 소녀 고 김유나(당시 19세) 양. 하늘나라 천사가 된 소녀가 붉은 꽃이 활짝 핀 동백나무로 다시 돌아왔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는 23일 서귀포시 라파의 집에서 생명을 나눈 김 양의 4주기를 맞아 나무 심기 행사를 했다. 이날 행사에는 특별한 손님이 찾았다.

유나에게 신장과 췌장을 이식받은 킴벌리(24) 씨와 어머니 로레나 씨가 함께해 국내에서는 최초로 장기기증인 가족과 이식인간의 만남이 이뤄졌다. 킴벌리 씨는 “유나는 나에게 신장과 췌장뿐 아니라 새로운 삶을 선물해 줬다”며 “유나는 항상 내 안에 살아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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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제주 서귀포시 라파의 집 정원에서 고 김유나 양을 기리며 열린 식수행사에서 김 양의 부모와 김 양의 장기를 이식받은 킴벌리 씨 등 참석자들이 표지석에 묶인 리본을 함께 풀고 있다. 사랑의장기기증본부 제공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장기이식법)이 장기기증인과 이식인이 서로 개인정보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금전 등이 오갈 수 있는 우려 때문이다.

이번 만남은 국내가 아닌 미국에서 이뤄진 장기기증이라 성사될 수 있었다.

미국에서는 유가족과 이식인 간 서신 교류가 가능하고 이 과정에서 양측이 동의하면 만남도 가능하다.

2세 때부터 소아 당뇨로 투병해왔던 킴벌리씨는 18세 무렵 당뇨 합병증으로 신장이 모두 망가져 혈액 투석기에 의지해 하루하루를 연명해 오다 19세 때 김양의 장기를 이식받았다.

장기이식 후 건강을 회복한 킴벌리 씨는 지난해 11월 결혼해 가정을 꾸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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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유나 양의 장기를 기증받은 킴벌리 씨가 23일 제주 서귀포시 라파의 집 정원에 김 양을 기리며 심어진 동백나무에 ‘유나는 나의 영웅이다’라고 쓴 메시지 카드를 걸고 있다. 사랑의장기기증본부 제공


2016년 1월 제주에서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던 유나는 교통사고로 뇌사상태에 빠졌다.

유가족은 딸과의 마지막 아름다운 작별 인사를 나누고자 장기기증을 결정했다.

그렇게 유나의 심장은 33세 소아청소년과 의사에게, 폐는 68세 남성에게, 오른쪽 신장은 12살 소년에게, 왼쪽 신장과 췌장은 19세 소녀에게, 간은 2세 영아에게, 각막은 77세 남성에게 이식됐다.

유나를 기리는 식수는 ‘그 누구보다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꽃말을 가진 동백나무.

유나의 아버지 김제박 씨는 ‘유나야 사랑한다’라는 문구를, 킴벌리씨는 ‘유나는 나의 영웅이다’라는 문구를 메시지 카드에 적어 이 나무에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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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유나양의 부모가 23일 제주 서귀포시 라파의 집 정원에 김양을 기리며 심어진 동백나무를 바라보고 있다. 사랑의장기기증본부 제공


유나의 어머니 이선경 씨는 “딸의 장기를 이식받은 킴벌리 씨가 건강하게 사는 모습을 보니 정말 기쁘다”라며 “이렇게 한국까지 우리를 만나러 와줘 고맙고 앞으로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사랑의장기기증본부 박진탁 이사장은 “언어도 국적도 다르지만, 생명 나눔을 통해 가족이 된 킴벌리 씨와 유나 양의 가족처럼 우리나라에서도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과 이식인의 만남이 이루어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며 “이를 통해 국내에서 생명 나눔을 실천한 기증인들의 유가족들이 자긍심을 갖고 위로를 받게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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