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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성별을 떠나 저는 군인입니다"…논란 속 입 연 트랜스젠더 부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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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전역' 결정 직후 트랜스젠더 변 하사 입장발표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육군 믿었는데…희망 산산조각"

군인권센터, 육군 상대로 행정소송 예고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한국군 최초로 군 복무 중 성전환(트랜스젠더)을 한 군인이 강제 전역 처분에 대해 “성별을 떠나 저는 대한민국을 지키는 군인”이라며 눈물의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같은 날 육군본부가 변모(22)하사의 전역을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군인권센터는 육군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해 변 하사를 복직시킬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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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중 해외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고 돌아온 부사관 변모 하사가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육군의 전역 결정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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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정체성 떠나 군에 남고 싶다” 부사관 ‘눈물’

변 하사는 22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육군을 믿었는데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산산조각났다”며 “육군에 돌아가는 그날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을 수호하고 국가에 헌신하는 군인이라는 꿈을 위해 성 정체성을 억누르며 힘들었던 남성들과의 기숙사 생활도 이겨 넘겼다”며 “하지만 젠더 디스포리아(본래 성별과 본인이 느끼는 성 정체성 불일치에서 느끼는 신체적·사회적 불쾌감)로 인한 우울증이 하루하루 심각해져 이대로라면 더 이상 군 복무를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자신의 결정에 대해 설명했다.

변씨는 소속된 군부대의 지지가 있었기에 성전환 수술을 결심했다고 했다. 그는 “소속부대에서도 제 결정을 지지하고 응원해줬고, 부대에선 부담이 될 수도 있을 (성전환) 수술을 위한 국외여행도 승인해줬다”며 울음을 떠뜨렸고 “상급부대에서도 성전환 수술 이후 저를 계속 복무시킬 것을 육군본부에 권유했다”고 덧붙였다.

변씨는 “제 경험을 군에서 살려 적재적소에 저를 배치한다면 시너지가 될 것”이라며 “군이 트랜스젠더 군인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된 건 알지만, 계속 군이 인권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진보한다는 점을 믿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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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우진 전 국가보훈처장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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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권센터 “심신장애 기준 맞추려면 장군들도 전역해야”

앞서 육군은 국방부령 심신장애자 전역규정에 따라 변 하사가 계속 복무할 수 없다고 판단해 전역을 결정했다. 심신장애 등급표 상 ‘고환 양측 제거한 자’는 심신장애 3급에 해당하기에 군 복무를 이어갈 수 없다는 판단이다.

이날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육군의 심신장애 판단 기준이 봉건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임 소장은 “현재 육군 기준에 따르면 자궁이 없는 여성도 군입대를 하지 못한다. 이런 식이면 20대 신체건강한 남성만으로 군대를 구성하게 될텐데, 그렇다면 (중장년) 장군들은 모두 전역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임 소장은 “육군의 결정은 성별 변경에 의한 성차별 행위를 중단하라는 인권위 권고를 무시한 것”이라며 “법률 검토를 통해 행정소송을 고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변 하사의 복직 가능성도 점쳐진다. 앞서 피우진 전 국가보훈처장 역시 20여년의 군생활 도중 발병한 유방암으로 절제 수술을 받아 강제 전역했지만, 이후 행정소송을 통해 복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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