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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

여권, 대북협의 한미워킹그룹에 "新총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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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 해리스 대사에 "기피인물"

정의당도 "초치해 사과 받아야"

美국무부는 재차 "해리스 신뢰"

조선일보

여권(與圈)은 20일에도 해리 해리스〈사진〉 주한 미국 대사를 향해 "기피 인물"이라며 공세를 이어갔고, 대북 사업에서 한·미 간 이견을 조정하는 '한·미 워킹그룹'을 "신(新)조선총독부"라고 비난했다. "정부는 해리스 대사를 초치하고 사과를 요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미국 대사를 '총독', '한·미 워킹그룹'을 '총독부'라고 한다면 결국 현 정부를 식민 정부로 비하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반면 미국 정부는 "해리스 대사를 전적으로 신뢰한다"며 "남북 협력이 반드시 비핵화와 진전·보조를 맞춰 진행되도록 한·미 워킹그룹을 통해 조율하고 상의한다"고 강조했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해리스 대사를 향해 "이렇게 험한 말을 하고 주권을 침해하는 행동을 하면 '페르소나 논 그라타', 즉 '기피 인물'로 분류돼 배척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날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이 "해리스 대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뜻에 따라 직무를 수행하고 있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해리스 대사를 크게 신뢰하고 있다"고 말한 데 대해서도 정 부의장은 "'페르소나 논 그라타'가 될 것 같으니 미 국무부가 불을 끄려고 난리가 났다"고도 했다. 그는 "미국을 먼저 챙기는 일부 관료가 해리스 대사의 오만함을 부추겼다"고 했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해리스 대사가 중시한 한·미 워킹그룹 협의에 대해 "미국이 이 문제에 관여할 수 있는 게 아닌데, 우리가 그간 관여할 수 있는 통로를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워킹그룹이) 비핵화 의제를 다뤄야 하는데, 비핵화와 관련해 창의적인 얘기를 했다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고 주야장천 남북 관계에 대해 된다, 안 된다는 얘기만 나온다"며 "그러니 신조선총독부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주재국 대사가 내정간섭에 가까울 정도의 정치적 발언을 일삼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고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같은 당 박광온 최고위원은 "일부 외신이 해리스 대사를 인종차별 피해자로 규정하는 보도를 해서 유감스럽다"며 "우리 국민은 해리스 대사의 콧수염, 출생에 대해 말하는 게 아니라 주권 침해적 인식과 발언을 지적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의당 강민진 대변인은 "정부는 해리스 대사를 초치하고 사과를 요구해야 한다"고 했다.

국무부는 이날도 해리스 대사를 "전적으로 신뢰한다"고 말했다. 국무부 관계자는 이날 본지 질의에 "국무부는 한·미 동맹을 강화하고 트럼프 대통령을 대변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해리스 대사를 전적으로 신뢰한다"며 "그 누구도, 그리고 특히 해리스 대사는 한국의 주권에 의문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해리스 대사가 '주권을 침해'했다는 여권의 주장을 간접적으로 반박한 것이다. 국무부 관계자는 "한국 정부 관리들이 거듭 강조한 것처럼 남북 협력이 반드시 비핵화의 진전과 보조를 맞춰 진행되도록 한·미 워킹그룹을 통해 조율하고 상의한다"고 밝혔다. 해리스 대사가 '주권 침해'를 한 것이 아니라, 한국 정부가 먼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강조하며 남북 협력도 그에 맞춰 해나가겠다고 약속하지 않았었느냐는 뜻이다.

[워싱턴=조의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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