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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슈 드론으로 바라보는 세상

정부 선전·비밀정책·무비판 보도에…‘드론 표적살해’ 일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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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드론워즈, 2015~2018 드론 공습 분석

정부, 논란 피하려 비밀주의·정당화 논리 부각

“국제법 규범 침식, 세상을 더 위험하게 만들어”

영국 언론 보도 329건 중 ‘중립’ 217-‘지지’ 86

“정책 공개, 드론 사용 자제, 국제행동수칙” 촉구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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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미국이 이라크 영공에서 무인기(드론)로 이란 혁명수비대 정예군 쿠드스군 사령관 가셈 솔레이마니를 폭살한 사건에 세계가 경악했다. 이란의 미사일 보복 공격과 아슬아슬한 말의 전쟁이 이어지면서 사태는 한때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달았다. 국제사회에선 비전시 상황에서 드론을 이용한 일방적 비밀 군사작전의 정당성을 둘러싼 법적·윤리적 논쟁도 거세다.

이런 가운데, 드론 공습을 통한 ‘표적 살해’가 수행국 정부의 선전과 비밀정책, 일부의 무비판적 언론 보도 등에 힘입어 갈수록 일상화하고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0일 비정부기구 드론워즈(드론 전쟁)의 최신 보고서 ‘프레임 속에서’를 인용해, 미국과 영국이 이슬람국가(IS) 격퇴전을 치르면서 주요 인물들의 표적 살해에 대한 ‘손쉬운 설명’을 구축해 왔다고 지적했다. 그런 논리가 드론을 이용한 솔레이마니 살해를 한층 정당화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도 했다.

드론워즈의 크리스 콜 대표는 “드론이 ‘표적 살해’라는 문화를 가능케 하고 일상화했다는 것은 이제 논쟁할 여지도 없다”며 “표적 살해는 국제법 규범을 무너뜨리고 세상을 더욱 위험하게 만들고 있으며, 드론 전쟁의 폭력적인 신시대가 열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이슬람국가 지도부를 비롯한 주요 ‘테러리스트’ 상당수가 드론으로 제거됐다.

드론워즈의 크리스 콜 대표는 “드론이 ‘표적 살해’라는 문화를 가능케 하고 일상화했다는 것은 이제 논쟁할 여지도 없다”며 “표적 살해는 국제법 규범을 무너뜨리고 세상을 더욱 위험하게 만들고 있으며, 드론 전쟁의 폭력적인 신시대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보고서는 이슬람국가(IS)가 창설을 선포한 이듬해인 2015년 8월부터 2018년 7월까지 영국과 미국이 주도한 수십 건의 드론 공습과 주요 언론 매체들의 보도 분량과 시각을 분석했다. 모두 솔레이마니 살해 이전의 작전들이다. 보고서는 “데이비드 캐머런 당시 영국 총리와 장관들이 정치적 논란을 피하려 ‘군사 비밀’이란 명분에 기대면서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영국 출신 이슬람국가 조직원들의 악명’을 부각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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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 영국은 시리아에서 드론을 띄워 영국 국적의 이슬람국가 조직원 레야드 칸과 루훌 아민을 제거했다. 영국군이 전시가 아닌 상황에서 자국민을 공격한 첫 사례였다. 당시 영국 정부는 칸이 영국 본토에 대한 공격 음모를 꾸미고 있었다며 드론 살해는 자위권 차원에서 법적으로 정당하다는 논리를 폈다. 두 달 뒤 미군 드론이 이라크에서 인질 참수로 악명을 떨치며 ‘지하디 존’으로 불렸던 모하메드 엠와지를 폭살한 직후, 캐머런 총리는 “영국은 국가 방위를 위해 미국과 24시간 긴밀히 협력했다. 해야 할 올바른 일이었다”며 또다시 정당성을 강조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표적 살해에 대한 국제법 규범과 해석도 모호하다. 일반적으론 “적의 위협이 압도적이며 임박했을 때 자기방어를 위한 국가의 행위”만이 합법으로 인정된다. 그러나 최근 몇 년새 ‘임박한 위협’의 원칙도 무너지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솔레이마니 살해의 명분에 대해 “임박한 위협의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고 강변했다.

적어도 솔레이마니 살해 이전까지는 ‘표적 살해’에 대한 영국 언론의 시각도 비판적 판단보다는 기계적 중립이 압도적이었다. 드론워즈가 영국과 미국의 드론 공습에 대한 <비비시>(BBC) 방송, <가디언> <데일리 메일> <타임스> 등 4개 매체의 기사와 의견 보도 329건을 ‘지지’ ‘중립’ ‘비판’으로 나눠 분석해보니, <비비시>는 64건 중 63건이 중립이었고 1건이 비판적이었다. <가디언>은 71건의 보도 중 중립 52건, 비판 16건으로 가장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 <데일리 메일>은 125건 중 지지가 48건으로 드론 공습에 가장 우호적이었다.

보고서 저자인 조안나 프루는 “‘최대 골칫거리’라는 프레임을 씌운 인물들에 대한 표적 살해는 정교하고 의미 있는 정책 토론을 부실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언을 통해 △드론 표적 살해 정책 공개 △살해 리스트 존재 여부 공개 △무력충돌 상황이 아닌 경우 무장 드론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공개 약속 △무장 드론 사용의 국제 행동수칙 채택에 노력할 것 등을 촉구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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