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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노조 못믿겠다, 도움도 안돼”…청년 노조원들 불만 드러난 민노총 설문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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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에 가입한 청년 조합원들은 중·장년 조합원보다 노조의 필요성을 낮게 느끼고 있으며, 노조가 조합원 요구를 관철할 능력이 없거나, 역량이 떨어진다고 봤다. 그러다 보니 청년 조합원들의 노조 참여와 만족도도 낮게 나타났다.

조선일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철도노조 조합원들이 지난해 11월 부산역 앞에서 '철도노조 부산지방본부 파업 출정식'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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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산하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공공운수노조)와 사회공공연구원이 펴낸 ‘청년 조합원에 대한 이해와 노동조합의 과제’ 연구보고서의 ‘공공운수노조 청년 조합원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35세 미만의 청년 조합원들의 79.9%가 노조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이는 중년층인 35~50세 미만의 86.1%, 장년층인 50세 이상의 86.6%에 비해 낮은 수치였다.

이번 조사는 공공운수노조 조합원 2685명을 대상으로, 작년 7월 30일부터 10월 4일까지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이뤄졌다.

청년들은 중장년 조합원들보다 노조가 근로조건을 개선하는데도 역할이 적다고 봤다. 청년의 15.3%는 ‘노조 역할이 낮았다’고 답변했고, 같은 질문에서 35~50세 미만은 9%, 50세 이상은 5.9%가 노조 역할이 낮다고 했다.

‘노조가 조합원의 요구를 관철할 역량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선 청년 조합원들은 10만점에 5.4점만 줬고, 중·장년층 조합원은 모두 6점 이상을 줬다. 만족이 높다고 답변한 청년 조합원들도 48.2%로 절반이 채 되지 않았다.

노조 만족이 상대적으로 낮다 보니, 청년 조합원들은 노조 활동에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청년 조합원들의 노조 활동에 대한 관심도는 10점 만점에 6.74점으로 나타나, 7.68점과 7.93점을 기록한 중·장년층보다 낮게 나타났다. 노조가 운영하는 온라인 소통창구(홈페이지, 소셜미디어 등)를 한 번도 방문한 적이 없는 청년은 22.7%로 나타나 중·장년 평균 11%에 비해 2배 높았다.

노조 활동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청년 조합원은 17.7%였다. 같은 질문에서 중년층은 10.5%, 장년층은 9.6%만 노조 활동에 불참했다. 참여도가 낮은 이유로 청년들은 ‘참여 시간 부족(24.6%)’ ‘노조 불신(17%)’ ‘권위적이고 경직된 노조 분위기(14.3%)’ 등을 꼽았다.

전체 응답자들은 노조가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로 ‘노조에 대한 우호적 여론 형성과 인식 개선(38%)’ ‘일방적 지침을 통한 동원형 참여 방식 지양(24.1%)’ ‘집회나 투쟁 위주의 사업관행 극복(24.1%)’ 등을 골랐고, 특히 청년 조합원들은 ‘나이 주의, 선배 문화와 같은 권위적 간습 극복(22%)’를 노조의 과제로 들었다.

청년 조합원들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도 불만이 있었다. 청년 조합원들의 51.2%가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에 대해 ‘방향이 잘못됐다’고 판단했으며, 7.4% 만이 ‘정책이 옳고, 실제 성과도 있었다’고 했다. 특히 청년 조합원들은 기타 의견에서 노조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주장하는 것과 관련해 "조합원 의사에 반하는, 순수하지 않은 정치적 주장"이라고 보고, 이어 "(노조의) 정치적 성향 배제, 정치조직 탈피, 민주노총 탈퇴"와 같은 주장을 펼쳤다.

공공운수노조는 청년 조합원들의 노조 불신과 낮은 만족도 등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기 위해 30~41세 공공운수노조 청년 간부 6명을 대상으로 심층면접도 진행했다. 이 면접에서 한 청년 간부는 "(청년들은 노조의) 의사결정 구조와 과정 자체가 민주적이지 않다고 본다"며 "비정규직 정규직화처럼 내 의견에 반하는 결정을 왜 하느냐는 것이다"라고 했다.

또 다른 청년 간부는 "후배들이 볼 때 선배들은 쉬운 업무만 찾아서 하려고 한다. 그러려고 본인의 인맥을 이용하는데, 그게 노조의 힘일 수도 있다"고 했다. 일하지 않는 선배 조합원들이 노조가 보호하고 있다는 불만을 품고 있다는 것이다.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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