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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4 (월)

섬세하고 따뜻한 시선… 김선재·김미월·이주란 本審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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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동인문학상 1월 독회

지난달 이어 여성작가만 뽑혀

동인문학상 심사위원회(김화영·김인환·오정희·정과리·구효서·이승우·김인숙)는 최근 1월 예심 독회를 열고 본심 후보로 김선재(49), 김미월(43), 이주란(36)을 선정했다. 저마다 다른 이야기지만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섬세하고 따뜻하다'는 공통점을 보여줬다. 지난달 김금희·정소현·한유주가 본심에 오른 데 이어 또 여성 작가들만 뽑혔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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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엽문학상(2011년) 수상 작가 김미월이 8년 만에 낸 소설집 '옛 애인의 선물 바자회'(문학동네)는 주로 30대 후반 인물들이 저마다 청춘 시절과 이별하는 풍경을 그린 단편 10편을 모았다. '내면에 고슴도치 같은 사연'을 간직한 인물들이 중년에 진입하는 심리적 통과 제의를 능숙한 이야기 솜씨로 다룬 것. 심사위원회는 "인생의 따뜻한 동행(同行)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소박하면서도 위안이 되는 책이고, 넉넉한 삶의 유머도 들어있다"고 풀이했다. 한 심사위원은 "아기자기한 물건들이 진열된 문구점 같다고 할까. 문장과 인물, 플롯이 익숙하고 억지가 없어서 읽기 편하다"고 했고, 다른 심사위원은 "진지한 자세가 가끔 폭소를 터뜨리게 한다"고 평가했다.

시인이기도 한 소설가 김선재의 소설집 '누가 뭐래도 하마'(민음사)는 세밀한 문체의 묘미를 일깨워주면서 삶의 불투명한 양상을 탐구한 단편 모음집이다. 심사위원회는 "시적(詩的) 문체가 돋보인다"고 평했다. 한 심사위원은 "요즘 한국 소설은 대부분 자기의 시선으로 자신을 회상하는 이야기를 늘어놓기만 한다"라고 비판한 뒤 김선재 소설을 적극 추천했다. "김선재 소설엔 자기와 타인의 복합적 시선도 들어있다. '최저(最低)의 삶'을 묘사하면서도 끊임없이 '최상의 삶'을 환기시키는 힘이 있고, 그 역도 작용한다. 시적(詩的)인 소리와 흔적, 기미를 통해 끊임없이 삶을 환기시킨다."

지난 2012년 등단한 이주란 소설집 '한 사람을 위한 마음'(문학동네)은 상실과 결핍을 겪는 인물들이 점차 작은 위안과 희망을 찾는 단편 9편으로 꾸며졌다. 심사위원회는 "젊지만 굉장히 눈에 띄는 작가"라며 "깜짝 놀랄 정도로 좋았다"라고 평했다. 한 심사위위원은 "젊은 여자가 '자신이 없으면, 자신이 없다고 말한다'면서 '가끔 넘어지고 싶다. 넘어지지 않으려고 무리하지 않겠다'고 내뱉는 소설"이라며 "사회가 선전하는 구호에 물들지 않으려는 인물들이 '내가 인정하는 나로 살겠다'는 태도가 감동적"이라고 풀이했다. 한 심사위원은 "소설 주인공이 계속 울지만, 지겹지가 않다"라며 "그냥 우는 것이 아니라, 삶이 이렇게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바라보는 태도의 울음이기 때문에, 그 여백과 층위가 울림을 만들어낸다"라고 호평했다. 다른 심사위원도 "상당히 아름다운 소설"이라며 "흐릿해 보이는 독특한 언어로 색깔을 만들어낸다"라고 칭찬했다.



[박해현 문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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