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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태극기 입은 퀸, 4만 관객과 함께 불렀다 "위 윌 록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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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성 50주년 맞은 '퀸' 내한공연

원조 보컬 프레디 머큐리의 영상 대형 스크린에 띄워 가상 협연

싱어롱에 객석은 '고척 노래방'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열풍… 2030이 74%, 젊은 관객 압도적

"이번 주 내내 연습했어요. 기타 말고 인사말요. '안녕하세요!'"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영국 록 밴드 '퀸(Queen)'의 내한 공연.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72)가 홀로 기타를 들고 무대 중앙으로 걸어 나왔다. 서툰 한국말로 인사를 건넨 그는 퀸의 대표적 발라드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Love of my life)'의 전주를 조용히 기타로 연주하기 시작했다.

조선일보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퀸의 내한 공연. 간판 보컬 프레디 머큐리가 세상을 떠난 뒤 2011년부터 퀸의 보컬로 합류한 애덤 램버트(왼쪽)가 노래했다. 머큐리의 매력적인 중저음은 없었지만, 가늘고도 깨끗한 고음이 인상적이었다. /현대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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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3000여 한국 관객들이 빨강·노랑· 초록 야광봉을 색색이 켜자 공연장은 무지갯빛 바다로 변했다. 이 감미로운 사랑 노래를 원조 보컬 프레디 머큐리(1946~1991)가 아니라 메이의 목소리로 듣는 건 아마도 처음인 듯싶었다. "도와달라(Help me)"는 그의 말에 관객들이 따라 부르면서 이내 공연장은 '거대한 노래방'으로 변했다. 한국 팬들의 '떼창(함께 부르기)'을 듣던 메이는 "놀랍다(Amazing). 불빛도 참 예쁘네요"라고 감탄한 뒤 즉석에서 엄지와 검지로 '하트 모양'을 만들어 보였다.

이때 무대 뒤편 대형 스크린에는 프레디 머큐리가 이 노래를 부르는 깜짝 영상이 나왔다. 무대를 지키고 있는 메이의 실제 기타에 맞춰 이미 세상을 떠난 화면 속 머큐리가 노래하는 '가상 협연'이었다. 노래가 모두 끝난 뒤 메이는 화면 속 머큐리를 향해서 손을 내밀었다. 둘이 손을 맞잡은 듯한 모습에 객석의 환호도 더불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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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 때 태극기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나온 브라이언 메이. /브라이언 메이 인스타그램


올해 결성 50주년을 맞은 퀸의 내한 공연은 영상을 활용해서 프레디 머큐리의 부재(不在)라는 약점을 장점으로 바꿔냈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영민한 무대였다. 이날 본공연이 끝난 뒤에도 팬들의 앙코르 요청이 멈출 줄 모르자, 대형 스크린에는 머큐리가 즉석에서 스캣(scat·뜻이 없는 후렴을 넣어서 부르는 창법)하는 생전 공연 영상이 나왔다. 화면 속 머큐리와 공연장의 청중이 서로 후렴을 따라 부르면서 한껏 열기를 높이는 광경도 이채로웠다. 퀸의 멤버들은 다시 무대로 나와서 대표곡 '위 윌 록 유(We will rock you)'를 선사했다. 앙코르에서 메이는 태극기를 그린 티셔츠를 입었다.

18~19일 이틀간 열린 이들의 내한 공연에는 4만5000여 관객이 몰렸다. 여느 록 공연과는 달리, 여성 관객(68.2%) 비율이 남성(31.8%)의 2배를 넘었다. 퀸의 전성기에는 태어나지도 않았거나 갓난아이였던 20~30대 관객이 73.8%를 차지한 것도 특징이다. 2018년 국내에서 994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개봉 당시의 '싱어롱(함께 노래 부르기)' 열풍 덕분이다. '보헤미안 랩소디'와 '돈 스톱 미 나우' 등 퀸의 히트곡이 이어질 때마다 객석은 어김없이 '고척 노래방'으로 변했다. 물론 마지막 앙코르는 '위 아 더 챔피언스'였다.

2011년부터 퀸의 보컬은 미국 신인 발굴 TV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 출신의 가수 애덤 램버트(37)가 10년째 맡고 있다. 아무래도 원조 보컬인 머큐리와의 비교를 피할 수 없었다. 머큐리가 중저음부터 매력적인 '오페라 가수'를 연상시킨다면, 램버트는 두성(頭聲)을 활용해서 가늘고도 깨끗한 고음을 뽑아낸다는 점에서 전성기의 김경호 같은 록 보컬이었다.

메이와 드러머 로저 테일러는 이미 칠순을 넘겼는데도 2시간 공연 내내 기타와 드럼 독주는 물론, 백보컬(back vocal)까지 도맡았다. 특히 천체물리학 박사인 메이가 광활한 우주 영상을 배경으로 드보르자크의 '신세계' 교향곡 2악장을 기타 독주로 들려주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흔히 '노병은 죽지 않고 사라질 뿐'이라고 하지만, 로큰롤의 노장은 사라지는 법도 없었다.

[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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