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음악 재해석 넘어 새로운 대중음악으로
“민요엔 공감과 낭만, 유머 담겨있어”
이희문, 악단광칠, 이날치 등이 만드는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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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 몰러 나간다~!”(판소리 <흥보가> 가운데)
딱, 여기까지. 국악, 전통음악을 향한 대중의 관심은 딱 이 앞에서 멈췄었다. ‘전통의 계승’이라는 명분이 ‘디지털 시대’에 점점 힘을 잃어가는 와중에도 대중과 전통음악의 연결을 과업으로 삼은 음악인들은 수많은 시도, 실험, 도전을 감행했다. 그리고 마침내 터졌다.
‘흥’과 ‘힙’이 그야말로 폭죽처럼 터졌다. 지난 12월23일 서울 중구 정동1928아트센터에 ‘나이트’가 차려졌다.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의 프로젝트 공연 <문밖의 사람들:문외한(門外漢)> 중 하나로 ‘진짜원조케이(K)팝나이트’가 개장했다. 미미 시스터즈와 이희문과 놈놈, 트레봉봉, 디제이(DJ) 하세가와 요헤이와 디제이(DJ) 소울스케이프가 함께하는 프로젝트팀 ‘신이나 올스타즈’가 무대에 올랐다. 이들이 선보인 음악은 1970년대까지 등장했던 통속 민요와 신민요를 리메이크한 음악이다. 이 공연을 기획한 듀오 미미 시스터즈의 ‘큰미미’는 “초점을 둔 건 공감대 그리고 민요 특유의 낭만과 유머였다. 군밤타령을 ‘혼술 타령’으로 바꿔 부르고, 쾌지나칭칭나네를 각 지역의 특색을 담아 개사했는데, 충청도 부분엔 백종원씨를 넣는 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연을 준비하며 대중음악 속 민요를 듣고 깜짝 놀랐다고도 말했다. “펄 시스터즈(1960~80년대 초 실험적인 음악으로 인기를 얻은 여성 듀오)의 배인숙이 부른 ‘창부타령’을 듣게 됐다. 1980년대 음악인데, 정말 새로우면서도 그 시대의 낭만이 느껴지더라. 1960~1980년대에 발표된 이런 음악을 조금이라도 많은 분이 접하길 바라면서 디제잉(Djing)을 함께 선보였다.” 스탠딩 파티 행사장처럼 꾸며진 이날 공연장은 20대를 포함한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는데, ‘신이나 올스타즈’의 가락이 나올 때마다 모두 흥에 겨워 어깨춤을 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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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K)팝’과 민요의 연결이 부자연스럽지 않으냐고? 그렇지 않다. 한국 대중음악 속 민요를 살펴보면 더욱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1980년대, 이때까지만 해도 큰 범주의 ‘민요’는 ‘대중음악’의 한 축을 담당했었다. 한국 대중음악 역사에 빼놓을 수 없는 조용필 역시 민요를 재해석해 선보이기도 했다. 전북대 국문학과 김익두 교수가 학술 저널 <한국민요학>에 실은 ‘대중가요에 있어서의 민요의 창조적 전승 문제-조용필의 경우’를 보면, 조용필은 활동 초기 6곡을 전통 민요를 재창조해 내놓았고, 민요 창법으로 대중가요를 만들어 부르기도 했다. 다만, 1990년대 들어 민요를 비롯한 국악은 청중과 멀어져갔다. 몇몇 대중음악가들이 자신의 노래에 전통음악의 요소를 더해 간간이 눈길을 끌 뿐이었다.
그러나 이제 흐름이 보인다. 드물게 보이는 시도와 실험이 아닌 한국 대중음악 속 새로운 전통음악이라는 흐름 말이다. 민요의 재해석을 넘어 새로운 대중 민요를 창조하고 있는 경기민요 소리꾼 이희문, 북한 지역의 민요와 굿 음악에 바탕을 둔 음악을 들려주고 보여주는 악단광칠, 그 어떤 규정과 틀에도 들어맞지 않는 역동의 음악을 선보인 이날치 등의 음악이 그 흐름을 타고 귓가 가까이 흘러들어온다. 엉덩이와 어깨를 들썩이지 않을 수 없는 그들의 음악에 ‘힙’과 ‘흥’이 제대로 터진다. 이날치를 이끌고 있는 장영규가 음악감독을 맡은 <판소리복서>의 주인공 병구. 장구 소리에 맞춰 주먹을 휘두르는 그는 영화 속에서 말한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여.’ 이제 우스갯소리 같은 말이 됐지만, 전혀 우습지 않은 말이다. 그들의 음악을 들어보면 안다. ‘가장 흥겨운 것이 가장 힙한 것이여.’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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